디즈니 CEO가 돌아왔는데 왜 잡스가 소환될까? 밥 아이거 이야기[딥다이브]
한애란 기자 2022. 11. 30. 08:07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CEO로 다시 돌아왔다는 뉴스 보셨죠. 그 후 일주일 동안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CEO가 교체됐나’라며 뒷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이겁니다. ‘그래서 아이거가 앞으로 뭘 할 건데?’
일단 28일(현지시간) 밥 아이거는 디즈니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수 증가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는데요. 그와 디즈니의 미래를 둘러싸고 언론에 나오는 각종 관측 중 현재까지 가장 솔깃한 얘기는 이겁니다. ‘아마도 아이거가 디즈니를 애플에 매각하는 걸 추진할 거다.’(확인되지 않은 추측 수준임에 유의) 갑자기 웬 애플? 디즈니, 그리고 밥 아이거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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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두 BOB의 파국적 결말
밥 아이거와 밥 체이펙. 이제는 디즈니 현 CEO와 전 CEO로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게 되었는데요. 이번 갑작스런 인사를 두고 밥 체이펙 전 CEO가 디즈니 경영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잘렸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엄청난 적자의 늪에 빠졌고(지난 분기 적자 14.7억 달러), 한때(2021년 3월)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는 게 핵심이죠. 여기에 더해 그동안 일으킨 각종 논란(디즈니랜드 입장료 인상, 스칼렛 요한슨과 출연료 분쟁, 플로리다주와의 갈등)까지.
그걸 보면 ‘그래, 잘릴 만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체이펙을 후계자로 지명한 게 밥 아이거 아니었어?
네, 그렇습니다. 무려 15년(2005~2020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냈던 아이거가 고심 끝에 직접 정한 후계자가 바로 체이펙이었는데요. 당시에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두 밥의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용하는 단어부터 다릅니다. 밥 아이거는 ‘영혼’, ‘심장’, ‘창의성’ 같은 말을 즐겨 쓰는 데 비해, 밥 체이팩은 이런 식으로 말하죠. “디즈니는 이제 데이터 기반 기업이다.” 마치 MBTI의 F(감정형)와 T(사고형)의 차이 같은 느낌?
아이거는 이걸 알면서도 체이펙을 지명했습니다. 왜 그를 선택했는지를 두고 그는 지난해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밥 체이펙은 아마도 내가 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디즈니)을 다룰 겁니다. 변화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이거는 그 변화를 못 마땅해했죠.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디즈니의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겁니다. 올해 1월 아이거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를 정하는 데는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데이터에 의존했으면 ‘블랙팬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헨리 포드가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거다.’ 그런 결정을 내리려면 인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밥 아이거는 CEO로 돌아오자 마자 체이펙이 새로 만들었던 사업부(디즈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를 없애버렸습니다. 이 사업부는 콘텐츠의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한 통제권을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빼앗아 와서 결정권을 휘둘렀는데요. 당연히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아이거는 “크리에이티브 팀의 손에 더 많은 의사결정을 맡기겠다”며 조직개편을 다시 했죠.
아이거 귀환의 또다른 아이러니는 현재 디즈니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게 바로 아이거이고, 준비 작업을 거쳐 디즈니플러스를 론칭 시킨 사람도 바로 그입니다.
아이거는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우리(디즈니)는 제3세계 국가(넷플릭스)에 핵무기 기술을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그들은 그것을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라이선스를 중단하고 직접 (OTT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미디어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인 비즈니스로 우리를 밀어 넣었습니다.”(2022년 1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더 놀라운 건 애초에 디즈니플러스가 막대한 적자를 낼 것을 알면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아이거는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주가는 급등했죠. 이후 2019년 가을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도 이미 ‘4년 동안 총 1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2024년에나 마침내 이익을 낼 것’(미디어투자회사 MoffettNathanson)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죠.
참고로 2019년 론칭 당시 디즈니플러스가 밝힌 목표치는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9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것. 지금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무려 1억6400만명입니다(유료 가입자 기준). 달리 보면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목표치를 한참 초과달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거가 디즈니를 떠났을 땐(2020년) 미디어 업계 모든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꺼이 큰 돈을 태웠죠. 월스트리트가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대형 미디어 회사처럼 디즈니 주식이 급락한 이유입니다.(중략) 디즈니의 경쟁업체 임원이 한 얘기를 소개할게요. ‘1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입니다. 그가 (이를 헤쳐나갈) 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아무도 못했지만.’’(11월 21일 VOX 기사를 인용)
밥 아이거와 밥 체이펙. 이제는 디즈니 현 CEO와 전 CEO로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게 되었는데요. 이번 갑작스런 인사를 두고 밥 체이펙 전 CEO가 디즈니 경영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잘렸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엄청난 적자의 늪에 빠졌고(지난 분기 적자 14.7억 달러), 한때(2021년 3월)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는 게 핵심이죠. 여기에 더해 그동안 일으킨 각종 논란(디즈니랜드 입장료 인상, 스칼렛 요한슨과 출연료 분쟁, 플로리다주와의 갈등)까지.
그걸 보면 ‘그래, 잘릴 만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체이펙을 후계자로 지명한 게 밥 아이거 아니었어?
네, 그렇습니다. 무려 15년(2005~2020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냈던 아이거가 고심 끝에 직접 정한 후계자가 바로 체이펙이었는데요. 당시에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두 밥의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용하는 단어부터 다릅니다. 밥 아이거는 ‘영혼’, ‘심장’, ‘창의성’ 같은 말을 즐겨 쓰는 데 비해, 밥 체이팩은 이런 식으로 말하죠. “디즈니는 이제 데이터 기반 기업이다.” 마치 MBTI의 F(감정형)와 T(사고형)의 차이 같은 느낌?
아이거는 이걸 알면서도 체이펙을 지명했습니다. 왜 그를 선택했는지를 두고 그는 지난해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밥 체이펙은 아마도 내가 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디즈니)을 다룰 겁니다. 변화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이거는 그 변화를 못 마땅해했죠.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디즈니의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겁니다. 올해 1월 아이거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를 정하는 데는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데이터에 의존했으면 ‘블랙팬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헨리 포드가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거다.’ 그런 결정을 내리려면 인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밥 아이거는 CEO로 돌아오자 마자 체이펙이 새로 만들었던 사업부(디즈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를 없애버렸습니다. 이 사업부는 콘텐츠의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한 통제권을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빼앗아 와서 결정권을 휘둘렀는데요. 당연히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아이거는 “크리에이티브 팀의 손에 더 많은 의사결정을 맡기겠다”며 조직개편을 다시 했죠.
아이거 귀환의 또다른 아이러니는 현재 디즈니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게 바로 아이거이고, 준비 작업을 거쳐 디즈니플러스를 론칭 시킨 사람도 바로 그입니다.
아이거는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우리(디즈니)는 제3세계 국가(넷플릭스)에 핵무기 기술을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그들은 그것을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라이선스를 중단하고 직접 (OTT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미디어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인 비즈니스로 우리를 밀어 넣었습니다.”(2022년 1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더 놀라운 건 애초에 디즈니플러스가 막대한 적자를 낼 것을 알면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아이거는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주가는 급등했죠. 이후 2019년 가을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도 이미 ‘4년 동안 총 1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2024년에나 마침내 이익을 낼 것’(미디어투자회사 MoffettNathanson)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죠.
참고로 2019년 론칭 당시 디즈니플러스가 밝힌 목표치는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9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것. 지금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무려 1억6400만명입니다(유료 가입자 기준). 달리 보면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목표치를 한참 초과달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거가 디즈니를 떠났을 땐(2020년) 미디어 업계 모든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꺼이 큰 돈을 태웠죠. 월스트리트가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대형 미디어 회사처럼 디즈니 주식이 급락한 이유입니다.(중략) 디즈니의 경쟁업체 임원이 한 얘기를 소개할게요. ‘1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입니다. 그가 (이를 헤쳐나갈) 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아무도 못했지만.’’(11월 21일 VOX 기사를 인용)
디즈니를 팔 거라고? 누가 사지?
아이거가 과거 재직기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낸 건 사실이죠. 특히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21세기 폭스(2019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굳이 주가 상승률(400% 넘게 오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그가 CEO로 오르기 전과 후의 디즈니가 확연이 다른 기업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 그럼 아이거가 선보일 새로운 마법은 뭐가 될까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 내지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겁니다. 디즈니 매각 추진 설.
더랩(The Wrap)이라는 미국 연예뉴스 매체가 22일 익명의 전직 디즈니 고위 임원발로 전한 소식인데요. 이 취재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이거는 회사를 매각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딜메이커를 위한 절정의 딜이죠. 그는 디즈니의 마지막 CEO가 될 거고, 내 생각엔 그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특히 이 익명의 전직 임원은 애플을 거론하며 “두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하다”고도 언급했죠. 디즈니를 살 기업이 애플이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뉘앙스.
이 기사 내용이 이름 모를 전직 임원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사를 쓴 기자(조 벨 브루노)가 이 업계에선 꽤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요. 이후 다른 매체에선 ‘기자가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스토리에 너무 꽂혀 있는 것 같다’는 평가(너무 과장해서 해석했다는 뜻)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만약 디즈니가 정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될지는 의문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M&A를 부지런히 해오긴 했지만 덩치 큰 대기업 인수엔 소극적이었죠. 이 때문에 ‘왜 애플은 대기업엔 관심이 없지?’라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는데요.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이렇게 말하긴 했습니다. “대기업 인수를 배제하진 않을 겁니다. (M&A의) 주요 동력은 강력한 지적 재산과 유명인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들려오는 소식은 애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설사 만에 하나라도 애플이 디즈니에 관심을 둔다고 해도 초대형 미디어 M&A는 반독점 규제에 가로막힐지 모릅니다. 물론 아직 그것까지 걱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른 단계인 것 같지만요.
여기서 한가지 알고 가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간의 관계가 꽤 특별했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매각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알아두실 만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거가 과거 재직기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낸 건 사실이죠. 특히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21세기 폭스(2019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굳이 주가 상승률(400% 넘게 오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그가 CEO로 오르기 전과 후의 디즈니가 확연이 다른 기업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 그럼 아이거가 선보일 새로운 마법은 뭐가 될까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 내지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겁니다. 디즈니 매각 추진 설.
더랩(The Wrap)이라는 미국 연예뉴스 매체가 22일 익명의 전직 디즈니 고위 임원발로 전한 소식인데요. 이 취재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이거는 회사를 매각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딜메이커를 위한 절정의 딜이죠. 그는 디즈니의 마지막 CEO가 될 거고, 내 생각엔 그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특히 이 익명의 전직 임원은 애플을 거론하며 “두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하다”고도 언급했죠. 디즈니를 살 기업이 애플이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뉘앙스.
이 기사 내용이 이름 모를 전직 임원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사를 쓴 기자(조 벨 브루노)가 이 업계에선 꽤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요. 이후 다른 매체에선 ‘기자가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스토리에 너무 꽂혀 있는 것 같다’는 평가(너무 과장해서 해석했다는 뜻)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만약 디즈니가 정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될지는 의문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M&A를 부지런히 해오긴 했지만 덩치 큰 대기업 인수엔 소극적이었죠. 이 때문에 ‘왜 애플은 대기업엔 관심이 없지?’라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는데요.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이렇게 말하긴 했습니다. “대기업 인수를 배제하진 않을 겁니다. (M&A의) 주요 동력은 강력한 지적 재산과 유명인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들려오는 소식은 애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설사 만에 하나라도 애플이 디즈니에 관심을 둔다고 해도 초대형 미디어 M&A는 반독점 규제에 가로막힐지 모릅니다. 물론 아직 그것까지 걱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른 단계인 것 같지만요.
여기서 한가지 알고 가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간의 관계가 꽤 특별했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매각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알아두실 만한 이야기입니다.
“스티브가 살아있었다면 회사를 통합했을 것”
밥 아이거는 2019년 회고록을 썼는데요. 한 챕터를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그 내용이 꽤 흥미진진해서 소개해 드릴 텐데요.
2005년 아이거가 디즈니 차기 CEO로 지명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이자 픽사의 최대주주였죠. 당시 잡스는 디즈니와 ‘거래를 끊겠다’고 이미 공개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디즈니 전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무려 22년 장기집권)와 충돌하며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건데요.
아이거는 CEO로 지명되자마자 잡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음악을 아이팟에 저장해 사용 중인데, 이제 컴퓨터로 TV와 영화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죠. 이 얘기를 들은 잡스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더니 몇주 뒤 아이거를 만나러 왔다는데요.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장치가 바로 ‘비디오 아이팟’ 신제품이었죠. 잡스는 “우리가 이걸 출시하면 당신네 회사의 TV쇼도 거기 올릴 건가요?”라고 물었고, 아이거는 즉시 “예스”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시간에 의기투합합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성사된 스토리도 영화 같은데요. 아이거는 망가져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살리려면 픽사(당시 이미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었던)를 잡아야 한다는 발상을 합니다. 그래서 CEO에 오른 지 일주일 만에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죠.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가 있어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라고요. 아이거는 당시 잡스가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웃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긴 침묵 끝에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생각은 아니네요.”
몇주 뒤 두 사람은 애플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잡스는 이 M&A에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다고 말했지만(특히 디즈니 문화가 픽사를 파괴할 것을 걱정) 결국 둘은 합의에 이릅니다. 픽사 인수 가격은 무려 74억 달러. 디즈니로서는 엄청난 베팅이었죠.
두 사람이 디즈니의 픽사 인수를 발표한 그날, 정확히는 기자회견 45분 전 잡스는 아이거에게 산책을 제안했는데요. 아이거 등에 팔을 두른 잡스는 “암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당신은 이 거래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내와 의사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 거죠. 물론 거래는 철회되지 않았고, 이 딜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가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단순한 최대주주와 CEO가 아닌, 좋은 친구 사이로 지냈는데요. 잡스가 2011년 사망한 뒤 밥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 멤버가 됐던 것도 이런 끈끈한 인연 때문이었습니다.(이후 2020년 애플이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하자 사임)
밥 아이거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죠. “스티브가 아직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은 두가지를 모두 의미합니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시나리오가 영 망상 같은 생각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CEO인 지금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주 150달러를 받는 ABC 말단 직원에서 디즈니 제국의 수장이 된 자수성가형 리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진지하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볼까 고민했던 유명인,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아이작 펄머터(전 마블 CEO), 조지 루카스, 루퍼스 머독 같은 오너들의 마음을 얻어낸 소통능력 뛰어난 경영자. 밥 아이거를 수식하는 말은 이미 많은데요. 과연 여기에 ‘디즈니를 두번 살린 전설의 CEO’라는 별칭까지 더하게 될까요? 2년이라는 그의 임기 동안 디즈니를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밥 아이거는 2019년 회고록을 썼는데요. 한 챕터를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그 내용이 꽤 흥미진진해서 소개해 드릴 텐데요.
2005년 아이거가 디즈니 차기 CEO로 지명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이자 픽사의 최대주주였죠. 당시 잡스는 디즈니와 ‘거래를 끊겠다’고 이미 공개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디즈니 전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무려 22년 장기집권)와 충돌하며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건데요.
아이거는 CEO로 지명되자마자 잡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음악을 아이팟에 저장해 사용 중인데, 이제 컴퓨터로 TV와 영화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죠. 이 얘기를 들은 잡스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더니 몇주 뒤 아이거를 만나러 왔다는데요.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장치가 바로 ‘비디오 아이팟’ 신제품이었죠. 잡스는 “우리가 이걸 출시하면 당신네 회사의 TV쇼도 거기 올릴 건가요?”라고 물었고, 아이거는 즉시 “예스”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시간에 의기투합합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성사된 스토리도 영화 같은데요. 아이거는 망가져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살리려면 픽사(당시 이미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었던)를 잡아야 한다는 발상을 합니다. 그래서 CEO에 오른 지 일주일 만에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죠.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가 있어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라고요. 아이거는 당시 잡스가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웃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긴 침묵 끝에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생각은 아니네요.”
몇주 뒤 두 사람은 애플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잡스는 이 M&A에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다고 말했지만(특히 디즈니 문화가 픽사를 파괴할 것을 걱정) 결국 둘은 합의에 이릅니다. 픽사 인수 가격은 무려 74억 달러. 디즈니로서는 엄청난 베팅이었죠.
두 사람이 디즈니의 픽사 인수를 발표한 그날, 정확히는 기자회견 45분 전 잡스는 아이거에게 산책을 제안했는데요. 아이거 등에 팔을 두른 잡스는 “암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당신은 이 거래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내와 의사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 거죠. 물론 거래는 철회되지 않았고, 이 딜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가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단순한 최대주주와 CEO가 아닌, 좋은 친구 사이로 지냈는데요. 잡스가 2011년 사망한 뒤 밥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 멤버가 됐던 것도 이런 끈끈한 인연 때문이었습니다.(이후 2020년 애플이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하자 사임)
밥 아이거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죠. “스티브가 아직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은 두가지를 모두 의미합니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시나리오가 영 망상 같은 생각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CEO인 지금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주 150달러를 받는 ABC 말단 직원에서 디즈니 제국의 수장이 된 자수성가형 리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진지하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볼까 고민했던 유명인,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아이작 펄머터(전 마블 CEO), 조지 루카스, 루퍼스 머독 같은 오너들의 마음을 얻어낸 소통능력 뛰어난 경영자. 밥 아이거를 수식하는 말은 이미 많은데요. 과연 여기에 ‘디즈니를 두번 살린 전설의 CEO’라는 별칭까지 더하게 될까요? 2년이라는 그의 임기 동안 디즈니를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디즈니와 밥 아이거, 그리고 스티브 잡스 얘기가 재미있으셨나요. 올 1월 인터뷰 때만 해도 “디즈니 CEO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고 복귀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아이거가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섣불리 예단할 순 없겠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장본인이 그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겁니다. -그동안 시장은 달라졌습니다. OTT에 가입자수가 아닌 수익성을 보여달라고 하고 있죠. -아이거는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요? 일부에서는 ‘그가 디즈니를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만약 애플이 디즈니를 산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아직은 다소 상상 같은 이야기이죠. -물론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남다른 사업적, 인간적 관계를 맺었던 인물입니다. “잡스가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만 잡스는 이제 없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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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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