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순환은 단지 손발이 찬 정도의 불편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체의 혈류는 산소와 영양소를 전신에 공급하고, 노폐물을 회수하는 근본적인 생리 작용이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각 기관은 조용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혈액순환 장애가 천천히 진행되며,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이 너무 흔하고 사소해 보여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넘기다 보면, 심근경색·뇌졸중·말초동맥질환 같은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평소에 자주 겪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혈액순환 불량의 대표적 증상 4가지를 짚어본다.

1. 손발 끝이 자주 저리고 무감각해진다
가장 흔하면서도 오해받기 쉬운 증상이 손발 저림이다. 보통은 잘못된 자세나 수면 자세 때문이라 여기고 넘기지만, 반복적으로 손끝이나 발끝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진다면 이는 말초혈관의 혈류 부족을 시사하는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다리에 저릿한 느낌이 들거나, 손끝이 찬물에 닿은 것처럼 차가운 느낌이 계속된다면 말초신경 이상이 아닌 혈액 공급 자체의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좌우 대칭이 아닌 한쪽만 심하거나, 수면 중에도 발생한다면 혈관 협착이나 미세혈관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2. 이유 없이 다리가 붓고 무겁다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또 다른 증상은 하지부종이다. 특히 발목이나 종아리가 쉽게 붓고, 하루 종일 걷거나 서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다리가 묵직하고 눌리는 듯한 불쾌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상은 정맥의 혈액이 심장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조직 내에 수분이 고이는 현상으로, 심부정맥 기능저하나 하지정맥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 부종이 아침보다는 저녁에 심해지고, 다리를 올리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혈액순환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3. 피부색이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한다
정상적인 혈류는 피부에 일정한 혈색을 유지하게 만든다. 하지만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특히 산소 공급이 떨어지면 손가락, 발가락, 입술 주변의 피부가 창백하거나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색 변화는 심부전이나 말초동맥질환, 혹은 모세혈관 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에 두드러지며, 한겨울이 아님에도 손끝이 지나치게 하얗거나 검붉은 빛을 띤다면 그 자체로 중요한 진단 단서가 된다. 특히 손톱 아래, 발바닥, 귀 끝 등의 말단 부위에 주기적으로 색 변화가 관찰된다면, 단순한 혈색 이상이 아닌 혈류 장애를 의심하고 전문 진단을 받아야 한다.

4. 집중력 저하와 잦은 두통
혈액순환 불량은 단순히 손발의 문제가 아니다. 뇌혈류가 감소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집중력 저하와 만성적인 두통이다. 특히 오후나 저녁 시간대가 되면 멍한 느낌, 말이 꼬이거나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겪는 경우,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젊은층에서도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지속적이고 반복된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탓으로 넘겨선 안 된다. 특히 편측성 두통이나, 머리를 숙이거나 고개를 돌릴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이라면 뇌혈관 협착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라도 줄어들면 뇌는 즉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