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돈이 움직이면 오너의 지배력과 주주의 몫도 달라집니다. 자본거래에 투입된 돈과 달라진 지배력, 최종 수익의 행선지를 숫자로 추적해봅니다.

한화그룹 오너 3세의 경영 영역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은 금융, 김동선 한화M&S 미래전략총괄 사장은 테크·라이프 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사업만 놓고 보면 3형제의 역할 분담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모습이다.
하지만 지분을 따라가면 그림은 미완성이다. 그룹의 정점에 있는 ㈜한화와 지난 8월 독립한 한화M&S 모두 3형제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여기에 3형제가 공동 소유한 한화에너지가 두 회사의 단일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사업은 세 갈래로 나뉘었지만 소유 구조는 여전히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는 셈이다.
경영은 셋으로 갈렸다…소유는 한화에너지로 연결
한화그룹의 3세 경영 구도는 사업 측면에서 상당히 명확해졌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방산·항공우주·조선을 맡고 있다. 한화솔루션 등 에너지 사업 역시 김 수석부회장의 주요 경영 영역이다. 김동원 부회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을 이끌고 있다.
김동선 사장의 영역은 한화M&S 출범으로 더욱 뚜렷해졌다. ㈜한화는 지난 8월 테크·라이프 사업군을 인적분할해 한화M&S를 출범시켰다. 한화비전·한화세미텍·한화모멘텀·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과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계열이 한화M&S 아래로 묶였다. 한화M&S는 8월25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다만 소유 구조는 아직 경영 영역처럼 나뉘지 않았다. 핵심 연결고리는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수석부회장 50%, 김동원 부회장 20%, 김동선 사장 10%, 재무적 투자자(FI) 20%로 구성돼 있다. 3형제가 여전히 80%를 공동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보통주 23.56%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3형제도 김동관 수석부회장 10.39%,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이 각각 5.71%씩 ㈜한화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단순 환산하면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한화 보통주에 갖는 직·간접 경제적 이해관계는 약 22.17%다. 김동원 부회장은 약 10.42%, 김동선 사장은 약 8.07%다. 3형제 전체로는 약 40.66%에 이른다.
한화M&S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된다. 한화에너지가 23.94%로 최대주주이고 김승연 회장이 12.24%,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10.55%,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이 각각 5.81%를 보유하고 있다.

M&S 맡은 김동선 지분 5.81%…남은 소유의 간극
향후 지분 재편 가능성이 가장 먼저 부각되는 곳은 김동선 사장의 테크·라이프 사업군이다. 김 사장은 한화M&S 미래전략총괄을 맡으며 해당 사업군의 경영 전면에 섰지만 직접 지분은 5.81%에 그친다. 오히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직접 지분율이 10.55%로 더 높다. 한화에너지를 통한 간접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포함하면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22.52%, 김동선 사장은 8.20%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경영과 소유가 아직 일치하지 않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향후 형제 간 지분 교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동선 사장이 보유한 ㈜한화나 한화에너지 지분을 줄이고 그 대가로 김동관·김동원 부회장이 보유한 한화M&S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최근까지도 김동선 사장의 한화M&S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형제 간 지분 스와프와 현금 매입 등이 시장에서 거론됐다.
이 경우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주력 그룹의 지배축인 ㈜한화와 한화에너지 지분을 더 확보하고 김동선 사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한화M&S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사업 영역과 소유권을 일치시키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다.
다만 단순 맞교환은 쉽지 않다. 특히 한화에너지의 가치가 크다. 김동원·김동선 형제가 2025년 말 한화에너지 지분 20%를 FI에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한 가격을 적용하면 한화에너지 전체 기업가치는 약 5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거래가격을 적용하면 김동선 사장이 현재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10%의 가치는 약 5500억원으로 단순 환산된다. 한화M&S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한화M&S 지분만 맞바꾸기보다는 ㈜한화 지분이나 현금,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묶는 복합적인 거래가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김동선 사장이 개인적으로 한화갤러리아 지분 16.85%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지분 재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김동원 부회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부회장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그룹 금융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한화생명 직접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반면 ㈜한화는 한화생명 지분 43.2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한화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 계열이 한화생명 아래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 부문의 경영과 개인 소유 사이에는 큰 간격이 남아 있다.
여기에서도 한화에너지 지분이 변수다. 김동원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에너지 지분 5%를 매각해 지분율을 25%에서 20%로 낮췄다. 거래가격은 약 2763억원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매각대금 일부가 증여세 납부 등에 사용되고 나머지 자금의 활용처 가운데 하나로 한화생명 지분 확대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 부회장이 현재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20%의 단순 가치는 약 1조1000억원이다. 향후 상당한 규모의 지분 재편 재원이 될 수 있는 자산이다. 다만 금융 계열 지분 이동은 단순한 형제 간 주식 교환보다 규제와 세금, 자금조달 구조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5.5조 한화에너지, IPO 이후 달라질 ‘교환 방정식’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에너지는 이미 2025년 IPO 추진에 착수했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을 대표주관사로,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상장 일정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2025년 말에는 김동원·김동선 형제가 보유 지분 20%를 FI에 매각하는 프리IPO가 이뤄졌다.
이 거래의 의미는 단순히 두 형제가 현금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비상장이었던 한화에너지에 약 5조5000억원이라는 외부 투자자의 가격표가 붙었다. 향후 상장이 이뤄지면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는 다시 시장에서 평가받게 된다.
결국 한화에너지 IPO의 핵심은 ‘가격표’와 ‘유동성’이다. 비상장 상태에서는 형제 간 지분 교환 과정에서 적정가치를 둘러싼 논란이 뒤따를 수 있지만 상장 이후에는 시장가격이라는 기준점이 생긴다.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금융과 테크·라이프 사업군의 지분으로 바꾸려 할 경우에도 거래 구조를 짜기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김수진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