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에는 수많은 트레킹 루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안나푸르나 코스는 히말라야의 본질을 가장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길로 평가받지요. 웅장한 설산과 급격한 고도의 변화,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오지의 산간 마을을 비롯하여 인간의 삶이 자연과 맞닿아 있는 풍경까지 볼 수 있답니다. 즉 히말라야의 본성과 다양한 표정을 한 번의 여정 속에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곳이지요.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다양한 풍광입니다. 해발 800m 안팎의 아열대에서 고산 초원과 활엽수림, 그리고 해발 4000m가 넘는 설산 지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하루하루가 색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지요.
히말라야의 만년설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푼힐 전망대입니다. 이곳은 해발 3193m로 안나푸르나의 남봉과 다올라기리 등 고봉들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명소이지요.
산골 마을과 계단식 논밭, 깊은 계곡과 폭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봉우리들은 산을 걷는 동안 쉼 없이 광대한 자연의 스케일과 변화를 체감시켜줍니다. 이러한 연속적인 풍경의 변화는 다른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지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산악지대의 오지 마을입니다.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메고 집으로 향하는 어린 소년이 마을을 지나가는 이방인에게 때 묻지 않은 밝은 표정으로 웃어주네요.
경사가 급한 산악지대의 계단식 경작지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가축을 기르고 터전을 일구는 모습에서 삶의 의지가 묻어나네요. 종일 척박하고 험준한 산길을 걷다 보면,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풍요롭고 사치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된답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히말라야입니다. 안나푸르나 루트에는 Gurung과 Thakali 등 네팔의 소수민족 마을이 자리하지요. 트레커들은 롯지에 머물며 현지 음식을 접하거나, 이들의 생활상과 더불어 산골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해발 3210m에 자리한 푼힐 전망대입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올라온 이들은, 거칠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언덕에서 기다리지요. 만년설을 품은 고봉들로 이어진 산맥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냅니다.
마을을 지나며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고 있는 도우미들입니다. 트레커들의 무거운 짐을 대신 옮겨주는 이들은 남자들이 많지만, 여성들도 꽤 활동하지요.
산행의 난이도와 접근성 역시 안나푸르나가 무난하지요. 코스 선택의 폭이 넓어 초보자로부터 숙련자에 이르기까지 팀의 체력과 일정에 맞도록 골라 선택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더 큰 묘미와 가치는 내면의 변화라 볼 수 있지요. 고도가 높아질수록 숨은 거칠어지고 걸음은 느려지지만, 생각은 단순해지고 마음은 자연스럽게 비워진답니다. 자고 먹고 걷기를 반복하는 일상에서의 바람은 오직, 다음 오지 마을에 대한 설레임과 끼니를 기다리고 챙기는 단순함이 전부이지요.
롯지(lodge, 산장)가 모여있는 산악 마을입니다. 트레커들이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반기며 히말라야를 상징하는 고봉들을 감상합니다. 이곳은 동서양과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세계적 명소이지요.
필자가 경험한 히말라야의 걷기 코스는 해발고도 800-3500m 정도로 전반적으로 경사가 급하고 척박하여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여 빈약하지만, 가끔 거목들로 울창한 숲을 이룬 온대우림을 만나기도 합니다. 난대에서부터 온대 북부에서 서식하는 수종들이 주로 서식하지요.
세계의 명산 히말라야를 말할 때, 즐겨 인용되는 말이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라는 표현을 곧잘 합니다. 그 산을 다녀가면 누구나 또 찾게 될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는 뜻이지요.
히말라야는 눈雪을 뜻하는 Hima와 거처居處를 의미하는 Alaya의 합성어로 눈의 거처 즉, '만년설의 집'이랍니다.
히말라야는 약 2,400km에 걸친 거대한 산맥으로 네팔을 비롯하여 부탄, 인도, 파키스탄, 중국의 티벳에 이르기까지 5개 국가를 끼고 있으며, 8천 미터급이 14봉에 이른다네요. 이 중 에베레스트를 비롯하여 로체, 칸첸중가, 초오유, 마나슬루,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등 무려 8개 봉우리가 네팔에 있답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명소인 푼힐로 오르는 비탈길입니다. 언덕을 오르는 주변은 전나무 등 침엽수와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진달래속 Rhododendron, 만병초의 일종)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요. 꽃이 화려한 랄리구라스는 상록교목으로 크게 성장하며, 해발고도 2,000-3,000m 산악과 특히 계곡에서 울창한 숲을 이룹니다.
특히, 히말라야의 3대 트레킹 코스가 '에베레스트 코스(EBC, Everest Base Camp)'를 비롯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는 '랑탕 히말라야 코스' 그리고 푼힐Poonhill 전망대를 경유하는 '안나푸르나 코스(ABC)'가 모두 네팔이라네요.
산악을 걷다 보면 하루에 몇 번씩 마을의 숙소(Lodge)와 쉼터를 만나게 됩니다. 당시에는 숙소에 전기도 없고 물이 매우 부족하였지요. 침대가 놓인 방은 단열이 미흡한 구조에 난방이 되지 않습니다.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침낭에 의존하여 긴 밤을 버티지요.
트레커들과 일정을 함께하며 짐을 옮겨주는 도우미입니다. 무거운 짐을 종일 나르고 숙박과 식사는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조건이래요. 2012년 당시 그들의 하루 인건비는 8-12 US 달러로 기억됩니다. 고생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마냥 무겁고 부담스럽지요.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크게 두 개 코스로 구분되는데, 안나푸르나 남면 아래 위치한 베이스캠프까지 왕복하는 경우와 안나푸르나를 멀리서 바라보며 한 바퀴 돌아오는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랍니다. 시간과 체력, 목적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코스를 선택하게 되지요.
산악지대를 걸으며 식물과 동물, 전통마을도 살피며 다양한 문화와 경관을 만날 수 있음이 매력입니다. 걸으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산간 마을 체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 수확이지요.
산악지대 사람들이 생활용품을 구할 수 있는 시장까지는 대부분 몇 시간을 내려와야 한답니다. 생산한 채소나 잡곡, 유제품을 가져와 물물 교환한다지요. 험하고 좁은 산길에 적응한 말이나 노새가 주된 운송 수단이랍니다.
트레킹 코스는 산촌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경우가 많지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없는 여건이랍니다. 이곳은 짐을 나르는 당나귀와 말, 그리고 사람들과 가축이 함께 이용하지요.
필자는 기회가 좋아 히말라야의 3대 걷기 코스를 겉핥기 수준으로나마 다녀 왔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나푸르나의 매력과 경이로움은 이 글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생생하게 와 닿네요. 명산의 에너지가 이렇게 강렬하고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글·사진=강호철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티베트 불교에서 룽따(Rungta) 또는 다르촉(Darhcog)이라 부르는 오색 깃발입니다. 깃발의 다섯 가지 색상은 하늘(파랑)과 구름(흰색), 불(빨강)과 물(녹색), 그리고 땅(노랑)을 상징하며, 우주의 5가지 요소를 의미한대요. 깃발에 새겨진 불경 구절이나 신성한 상징들이 바람에 흩날리면서 세상 곳곳으로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답니다.
마을로 향하는 언덕 위에 유채꽃이 피었네요. 걷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봄과 겨울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산악 마을에서도 겨울 먹거리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설재배의 초기 단계 모습이지요. 서리나 찬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비닐 덮개를 설치하여 작물을 보호합니다.
산악의 좁고 험한 돌길은 염소들과 트레커들이 함께 이용하게 됩니다. 산길에서는 짐을 나르는 수십 마리에 이르는 말의 행렬과 방목하는 염소 무리를 가끔 만나게 되지요.
산골 마을입니다. 따뜻한 지역이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를 이용하여 울타리를 만들었네요.
봄이라 할지라도 음지에서는 눈길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노거수와 함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천연림이 무성하네요. 히말라야에는 이렇게 오래된 수목들과 울창한 숲이 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척박하고 경사가 급하며, 특히 산악지대 주민들의 땔감으로 이용되기 때문이지요. 산이 푸르게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태양광이나 수력 발전 등 에너지 공급이 절실합니다.
하루 8-10시간을 걷다 보면 여러 곳의 산간 마을을 지나치게 됩니다. 저지대 산록에서는 아열대에서나 볼 수 있는 바나나와 파파야도 볼 수 있지요. 고도와 환경에 따라 건축구조나 마을 분위기는 물론, 식물상도 아열대와 난대에서 한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특이하고 다양합니다.
높은 산악지대에서 산록으로 내려왔습니다. 모처럼 만나는 넓은 경작지가 여유가 있고 평화롭네요. 이곳에서는 벼를 재배하나 봅니다. 자동차가 접근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까지 있어 오지의 산악 마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