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김상만 "제대로 된 역사의식 위해 선택한 잔혹한 장면" [인터뷰M]

김경희 2024. 10.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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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 란'의 김상만 감독을 만났다. 김상만 감독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종상 미술상을 수상, '사생결단'에서 미술감독과 음악감독을 겸임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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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공개 이후 글로벌 3위에 등극하는 등 국내외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주변에서 알려줘서 반응을 듣고 있다. 기분 좋고 한편으로 안심이다. 오랜만의 작업이라 그런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작과의 텀이 무려 10년인 감상만 감독은 "속 쓰린 경험이 있다. 작품을 하다가 안 좋은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잘 안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전, 란'을 만나기 위해 그랬나 보다 생각하고 있다"며 마냥 손 놓고 10년을 기다렸건 게 아님을 이야기했다.

박찬욱 감독의 극본인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이유로 "일단 재미있는 시나리오였다. 영화의 주제인 계급의식이 각각의 캐릭터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각자의 계급마다 사회를 보는 시선들이 잘 녹아있더라. 그게 크게 다가왔다"며 좋은 시나리오였기에 연출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며 "모든 사람들이 계급의식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의 양반과 노비가 요즘에는 금수저 흙수저로 이름만 달라진 것처럼 이런 계급의식을 당연히 여겨야 할지 뛰어넘고 연대해야 할지의 문제다. 이런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죽은 종려의 유품을 안고 새로운 세계로 가려는 천영의 모습에서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생각했다."며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김상만 감독이 미술감독을 시작으로 영화 작업을 했었다는 말을 했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포스터도 제작할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는 김상만 감독은 "디자인을 전공해서 미술감독을 하고 밴드도 하고 있고 이런 저의 프로필 때문에 연출로서 깊이가 부족한 게 아닌지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감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일하게 되는데 그럴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문의를 할 수 있는데 이런 프로필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있다"며 겸손한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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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감독의 감각이 이번 영화에서 큰 역할을 했다. 로케이션부터 영화 속 인물들의 의복, 수염 등 비주얼적으로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감독은 "사극에서 흔히 봤던 배경은 배제하고 싶었다. 온달산성이라고 하는 곳은 너무 높고 험해서 누구도 거기서 로케이션 하는 걸 엄두도 못 냈는데 제가 고집을 피웠다. 보기에는 평화로운데 경사도가 심해서 미술팀이 몇 톤식 되는 자제를 실어 나르며 현장을 만드느라 고생했다. 또 길도 좁아서 수백 명을 차로 실어 올라야 했는데 진짜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되겠냐'는 말을 많이 들어가며 촬영했다."며 의병들의 본거지가 되었던 로케이션을 이야기했다.

또한 "복식은 고증을 열심히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결과가 따라오더라."라며 100원짜리 동전과 우리의 화폐에서 보던 수염 스타일을 재현하고 어떻게 흩날리더라도 멋이 폭발했던 한복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 란'의 초반에 나오는 노비 설명 판소리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의 매력은 시작된다. 김상만 감독은 "그 장면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있었다. 그 신을 구상할 때 이날치 밴드에 안이호라는 판소리 명창이 있는데 그분에게 감수를 받아 지문을 썼다.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서 '춘향전'을 오마주 했다. 제가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을 좋아한다. 거기서 대사와 인물의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씬이 너무 좋아서 그걸 흉내 내고 싶어 카메라 무브먼트와 노비의 동작을 일치시켰다."며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이 자신의 전공을 인정받기 위해 조선인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였었다. 김상만 감독은 "일본에 아직도 코 무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는 사실이다. 일본인이 어린 아이건 여자건 코를 마구 잘랐다. 수염이 붙어있는 윗입술까지 자르는데 그런 게 정말 더 흉측하다. 그런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장면을 통해 선조에게 분노한 민심을 대신해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19금으로 분류될 정도로 흠칫 놀라게 했던 장면들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비주얼을 많이 제시했던 이번 영화에서 불타버린 경복궁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감독은 "당시 도망친 선조에 대한 분노로 백성이 불 질렀다는 내용이나 일본군이 불 질렀다는 내용 둘 다 기록에 남겨져 있다. 그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는데 백성이 불 지른 걸로 선택하는 게 영화의 톤 앤 매너에 맞다고 생각했다."며 역대급 조선시대의 아포칼립스적 비주얼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 '전, 란'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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