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화려한 출발과 3%의 아쉬운 종영

2021년 안방극장에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겼던 tvN 수목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가 종영 이후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작품은 999살 구미호 신우여와 쿨내 나는 99년생 요즘 인간 이담이 여우 구슬 탓에 얼떨결에 한집살이를 하며 펼치는 비인간적 로맨틱 코미디를 담아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설의 고향 로코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는 판타지와 현대 감각을 결합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려 출신 구미호와 자립심 강한 여대생의 만남
작품의 중심에는 고고하게 999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뎌온 수컷 구미호 신우여(장기용 분)가 있다. 그는 인간이 되겠다는 일념 아래 큰 굴곡 없이 수 세기를 살아왔으나 목표를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바로 999년간 인간의 정기를 모아 온 소중한 구슬을 평범한 여대생이 실수로 삼켜버린 것이다.

구슬을 삼킨 주인공은 그야말로 '요즘 것들'의 표본인 이담(이혜리 분)이다. 할 말은 다 하고 남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는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참을 인(忍) 세 번이면 호구 되는 세상"이라 믿으며 자립심 강하게 성장한 인물이다. 연애보다는 고기와 술, 역사 드라마 정주행을 즐기던 그는 인생 첫사랑을 앓게 되는데 하필 그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기묘한 로맨스의 시작이다.
고려 현종 13년생 조상님 구미호와 21세기 후손 여대생의 동거는 마치 갓 나온 달걀찜처럼 몽글몽글하면서도 뜨거운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인간의 정기를 탐하는 구미호의 본능과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인간의 공포가 함께 놓인 가운데 짐승보다 사악한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신우여의 모습은 로맨스를 넘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주얼은 합격,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은 '글쎄'
극 중 신우여는 부정 탄 해에 태어나 남자 구미호가 된 비운의 인물로 그려진다. 천하일색의 미모로 사람을 홀린다는 전설에 걸맞게 장기용이 구현한 신우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는 재미가 있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했다. 여기에 둔갑술, 축지법, 염력 등 비범한 능력까지 갖춘 그는 긴 세월 동안 성균관 출신 관리, 무역상 등 여러 직업을 거쳐 현재는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역사 서적을 집필하는 재력가이기도 하다.

천년을 앞두고 권태기에 빠진 구미호와 당찬 대학생의 로맨스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첫 방송 이후 비주얼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가 많았으나 주연 배우인 장기용과 이혜리에 대한 연기 평가는 다소 박했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브 커플의 약진과 시청률의 아쉬운 뒷심
주연 배우들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 달리 서브 커플인 도재진(김도완 분)과 양혜선(강한나 분)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이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석해냈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드라마는 안 보더라도 이 둘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꼭 본다"는 시청자가 생겨날 정도로 이들의 서사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명암은 시청률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첫 방송에서 5.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중반 이후 3%대에서 정체기를 겪던 드라마는 첫 방송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되는 아쉬움을 남긴 채 마지막 회 3%로 종영했다.

국내 시청률 면에서는 뒷심 부족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작품 외적인 성과도 있었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며 작품 고유의 재미와 판타지 로맨스 장르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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