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완속충전 신기술시대]① ‘화재예방·V2G’ 두 마리 토끼 잡은 이보그

이보그의 시험용 전기차 충전기가 르노 전기차와 연결돼 있다. /사진 제공=이보그

지난 8월 세 차례 이상 발생한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 충전기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충전기 지상 이설과 서비스 중단으로 혼란스럽지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 중 한 곳이 경기 부천과 안양 등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충전기 제조기업 ‘이보그’다.

이보그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회사인 한국알박 출신 연구진을 중심으로 지난 2022년 8월 창립됐다. 이곳은 에너지 충전 솔루션 개발 및 사업화로 이 분야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가진 기업으로, 사내 임직원 수는 총 14명에 불과하지만 10년 넘는 경험을 가진 기술진으로 구성됐다.

강병규 이보그 대표(오른쪽)가 지난 8월22일 이시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산업표준본부장에게 '0.5등급' 충전기 1호 형식승인서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이보그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이보그는 출범 2년 만인 지난달 22일 국내 최초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로부터 전기차 충전기 형식승인 최고 정확도 등급인 ‘0.5등급’을 획득했다. 이보그 관계자는 “이번 형식승인 획득은 전기차 충전 계량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그는 이를 계기로 올해 말부터 주요 대기업 충전사업자(CPO)와 계약을 맺고 자체 개발한 완속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최근 부천 이보그 사무실에서 만난 강병규 대표는 보급 예정인 이보그 완속충전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V2G와 PLC모뎀 탑재 등을 꼽았다. 강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충전기가 전기차의 전기를 직접 받는 V2G 시스템을 상용화할 수 없는 단계”라며 “우선 태국에서 V2G 기능이 가능한 완속충전기를 보급한 뒤 국내 등에서도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보그의 완속충전기 내부에 탑재된 PLC모뎀은 이보그의 자체기술이다. 강 대표는 “우리는 화재예방충전기 인증과 KTL 형식승인 0.5등급을 동시에 받은 유일한 충전기 제조 업체”라고 자신했다.

PLC모뎀과 V2G 기능을 동시에 갖춘 이보그 전기차 완속충전기. 이 충전기는 올해 말 주요 충전사업자를 통해 보급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이보그

PLC모뎀은 전기차 충전 시 차량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PLC 모뎀이 탑재된 충전기가 전기차 배터리 상태에 따라 알맞은 충전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중 대다수에는 PLC모뎀이 탑재됐지만 완속충전기에는 PLC모뎀 장착 비율이 극소수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PLC모뎀이 적용된 완속충전기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더 주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보그의 충전기 보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충전기 제조 업체와 충전사업자들은 PLC모뎀 탑재 충전기의 단가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PLC모뎀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 곳도 있다. 이보그는 이 점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른 충전기 업체에 PLC모뎀을 판매할 계획이다. 추가 인증이 필요하지만 충전기 본체를 교체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업체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보그는 완속충전기의 하자율이 업계 평균(3% 이상)보다 낮은 1% 미만이라고 자신했다. 또 개별 충전 플랫폼 사업자에 맞춤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통합 펌웨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보그의 사명은 ‘Emission Free Vehicle On the Go’의 약자로 언제나 편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환경 구성을 꿈꾼다는 의미다. 현재 이보그는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레일형 주차타워 시스템 특허를 가졌고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타워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또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충전기 공급 업체로 등록된 만큼 르노 측과의 협업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