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美·유럽서 전기차 수요 촉진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미국과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수요가 위축되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도요타

3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이란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차량 판매 플랫폼에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증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오토트레이더는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28일부터 3월26일까지 신규 전기차 구매 문의가 28%, 중고 EV 문의가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업체 옥토퍼스일렉트릭비히클은 같은 기간 전기차 리스 문의가 36% 늘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중동 사태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발생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나믹스의 스테판 미출스키 선임 컨설턴트는 상황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이란전쟁이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줄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출스키는 유가 급등으로 기존 내연기관차 운용 비용이 훨씬 높아져서 주행거리가 긴 운전자들에게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에린 미팅 경제·산업 분석 책임자는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기존 차량에서 전기차로의 구매 전환은 느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휘발유 가격이 최소 6개월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소비자 행동이 눈에 띄게 변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비용,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감 등이 여전히 전기차 구매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드먼즈닷컴 초기 자료에서도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전동화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드먼즈도 “최근 유가 급등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촉진할지 여부는 휘발유 가격 자체보다는 소비자들이 연료비가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평균 가격은 5만5300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보다는 낮았지만 전기차가 아닌 차량 평균 가격인 4만8768달러보다 높다. 이에 1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21만2600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전동화 차량 판매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분기 미국 신규 차량의 26%가 하이브리드차인 것으로 추산되며 도요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란전쟁으로 인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친환경교통단체 트랜스포트앤인바이로먼트의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이사는 “이번 위기는 이전과 달리 에너지 공급망 회복에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전기차 전환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랜스포트앤인바이로먼트 분석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약 800만대의 전기차가 지난해 약 4600만배럴의 석유 수입을 절감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약 30억유로의 비용 절감 효과와 맞먹는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급등에 대응해 중국 전기차 구매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스카노바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중국 제조사들의 저렴한 모델 덕분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럽에서 여전히 바이오연료와 하이브리드를 논의하는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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