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자율주행차 – 24. 자율주행차가 코닥 모멘트?

새로운 기술이 모두 처음부터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많은 논란과 기술적인 발전을 거쳐 구현됐다. 20세기에는 자동차를 포함해 수많은 발명품이 등장에 인간의 생활 행태를 바꾸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서는 또 다른 형태로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다루는 사회의 반응은 모두 주가 위주로 취급되고 있다. 성공한 애플이 그랬고 애플을 능가한다고 주장하는 테슬라가 그렇듯이 대부분은 투자은행들의 이슈화에 따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다. 뉴욕대학교 스톤경영대학원 에스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분위기와 주가 흐름으로 테슬라를 거래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화제주를 주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율주행이고 관련 기술 이슈는 인공지능과 뉴럴넷이다. 관련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석기 시대가 철기 시대로 바뀐 것은 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마차가 사라진 것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동차가 등장해서였다. 필름이 없어진 것은 카메라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디지털 장비의 도입에 의한 것이었다.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종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에 의한 것이다. 화석연료가 사라지는 것은 석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체 에너지가 등장해서다.

산업혁명의 시대 인류는 그렇게 신문명을 통해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일컫는 자동차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통해 인간의 이동을 쉽게 했고 결과적으로 세계화로까지 이어지며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었다.

그 자동차는 전 세계 석유의 45%를 소비한다. 석유의 소비는 곧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130만 명가량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19세기 말의 말똥보다 더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인해 자동차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가 환경 오염의 주범이냐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등장한 해법이 전동화차와 자율주행 기술, 그리고 공유경제다. 배터리 전기차를 통해 대기오염을 줄이고 자율주행기술로 교통사고를 막고 공유 경제를 통해 사회적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에서는 버스와 택시, 트럭 등 운송사업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빠른 고령화로 인한 교통 약자에 대한 대책도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해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 자율주행차가 구현된다면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카셰어링이 활성화된다면 교통약자는 물론이고 고가의 내구성 소모품인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통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제조업의 꽃’으로 일컬어지며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온 자동차는 만드는 입장에서나 사용하는 입장에서나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상품이다. 아니 훨씬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IT 업체들은 그들의 기술을 자동차로 판매하고자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텔 등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해 자동차에 접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처럼 자율주행차를 위한 OS의 표준으로 삼고자 막대한 투자를 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다.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 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발원지인 유럽과 대중화를 이끌었던 미국, 그리고 세계화를 주도한 일본을 넘어 중국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거지도 QR코드로 동냥을 받는다는 중국이 배터리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를 사용한 공유경제 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은 거대한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미래다. 물론 미국 중심의 교육을 받아온 학자들과 미디어들은 존 나이스비트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챗 GPT 가 전가의 보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 강인규 교수의 최근 오마이뉴스에 챗 GPT 관련 기고문 중 일부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망각의 동물인지를 실감케 한다.

“입체 텔레비전, 3차원(3D) 프린터, 알파고, 블록체인, 증강현실(AR), 자율주행,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이나 전망이 온갖 화제를 뿌리며 등장하고 난 뒤, 정작 결실은 약속과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해도, 기술에 대한 열광은 사그라지는 법이 없습니다.

기술은 일종의 '알리바이'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변변치 못한 기술을 잔뜩 부풀린 전망과 섞어 내놓으면서 미래 속으로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일론 머스크가 "2년 뒤에"를 20년 가까이 써먹으면서도 별 탈이 없던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건망증도 한 몫 합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도중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술에 관한 한 좀처럼 배신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미래'의 특효약이 준비돼 있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 다 실현 돼."

이번에는 챗지피티(ChatGPT)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2016년에도 대화형 인공지능 '테이(Tay)'가 혜성처럼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걸쭉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는 유성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또 다른 대화형 인공지능이 공개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서둘러 사용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특히 뭔가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모든 미디어들이 소위 전문가들을 동원해 금방이라도 큰일을 낼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반응한다. 인공지능의 블랙박스 현상을 엔지니어들도 분석해내지 못하는데 모든 인공지능으로 인한 미래를 그린다.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핵심적인 개념을 간추려내도록 하는 기계학습 방법론을 말하는 딥러닝을 통해 인공지능은 스스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장 엔지니어는 그 이유를 모른단다.

이 블랙박스 현상을 인상적으로 알려준 것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었다. 구글은 알파고를 동원해 바둑계에 충격을 주면서 인공지능을 세상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 며칠간의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구글의 주가가 53조 원이나 폭등했다는 사실은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IT회사들의 이런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미국은 더 풍요로워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어쨌든 인공지능을 채용한 로봇이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단순반복적인 일을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2021년 기준 로봇 밀도 1000(1만명 당 로봇 대수)으로 세계 평균 156대를 크게 웃돌았고 679의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399의 리본, 397의 독일보다 앞설 정도로 이미 수많은 일자리를 기계에 빼앗긴 상태다.

3D 텔레비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한국의 전문가들은 컨텐츠 생산효과가 53조에 달할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으나 지금은 실체도 없다. 그에 대해 누구도 잘못된 전망이었다고 말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위 강인규 교수가 언급한 3차원(3D) 프린터, 알파고, 블록체인, 증강현실(AR), 자율주행,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와 관련한 뉴스가 어떻게 다루어졌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과 뉴럴 넷으로 해결 가능?


자율주행차에 관해서도 장및빛 전망이 많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예의 “1년 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즈음 볼드(BOLD, 2016년 피터 디아만디스, 스티브코틀러 지음, 비즈니스북스 간)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어쩌면 앞으로는 ‘기하급수의 힘에 떠밀려 산술급수적인 기업이 문을 닫는 순간’을 ‘신 코닥 모멘트’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신 코닥 모멘트는 뜻밖의 사건이 아니라, 기하급수적 성장의 6D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산술급수적인 사고를 고수하면서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 애쓰는 경영자들은 괴롭고 우울해하다가 결국에는 떠나게 되겠지만, 기하급수 기업가들에게 ‘신 코닥 모멘트’는 가능성을 의미할 것이다. “

그런데 2022년을 기점으로 자율주행에 대한 시각이 갈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아직은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SAE 기준 레벨3나 레벨4의 기술 구현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모든 자동차가 완전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거기에는 인공지능의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기 위치 추정과 외부 인식, 행동 계획, 차체 제어 등 네 가지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GPS나 센서로 자차는 물론이고 주변의 보행자나 자동차 등 움직이는 대상물의 위치를 추정하면서 스스로 차체를 제어하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를 완전히 수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ADAS라는 표현대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ADAS는 위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한 밀리파 레이더와 비디오카메라, 라이다 등 각종 센서로 구성된다.

카메라는 분명한 대상에 대해서는 인식하지만, 야간이나 눈, 비, 안개 등에는 무용지물이고 밀리파 레이더는 악천후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보행자나 가로수 등 비금속 대상물의 형태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라이다는 야간에도 사용 가능하고 보행자나 비금속도 인식하며 대상물의 형태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악천후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간단하게 말해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직관적이지 못하다. 챗지피티가 이미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을 채용한 자율주행도 머신 러닝에 의해 학습된 것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판단해 자세 제어를 한다. 그 한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딥러닝을 통해 인공 지능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습득해 예상외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엔지니어들은 무엇 때문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는 뉴럴 넷을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온 FSD 를 지속해 밀고 있다.


당장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가 핫 이슈


테슬라는 지금 오토파일럿 하드웨어 4.0(HW 4.0)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는 그동안 레이더와 밀리파 레이더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2022년 12월 다시 레이더를 추가한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1월 초에는 하드웨어 4.0 출시에 대해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모델 3에 새로운 오토파일럿/FSD 하드웨어 제품군을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이와 같은 내용을 유럽과 중국 규제 당국에 신청했다. 내용은 4세대 복합 차량 제어시스템(오토 파일럿) 도입과 신차 컴퓨터 및 GNSS. 3세대 인버터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하드웨어 4.0의 도입에 대해 언급했으며 업그레이드나 시기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기존 모델에 개조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도 확인했다.

테슬라는 2016년부터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이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을 통해 자율 주행이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검증과 소비자의 실차 테스트(?)에 의해 옳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

초기부터 매년 다음 해 완전 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여전히 정식 버전이 아니라 베타 버전인데도 FSD(Full Self Driving) 라는 이름 아래 1만 5,000달러의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다. 초기에는 무료 업데이트하겠다고 했으나 유료화하고 또 다른 수익원을 만들었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친 테슬라가 이번에는 HW 4.0이라고 하는 오토파일럿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을 통해 가능하고 믿었던 기존 구입자들은 더 이상 발전된 버전을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면 카메라 허브를 3개의 저해상도 카메라 대신 2개의 고해상도 카메라로 바꾼다. 새로운 카메라 허브에는 카메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팬 또는 난방 시스템이 장착된 것으로 보인다. B 필러의 카메라에도 추가된다. 다만 그동안 모델3 프로토타입에서 볼 수 있었던 헤드램프와 범퍼 카메라를 추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현재의 레벨2에서 레벨4로 일약 도약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고해상도 카메라로 바꾸고 그 카메라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해도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흙탕물 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카메라로 촬영한 물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FSD 16.69 베타버전에서 구겨진 비닐 봉투 앞에 멈춰 버린 것에서 보여 주었다.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기존에 존재한 것을 바탕으로 하는 빅데이터는 끊임없이 변하는 수많은 물체와 물질을 모두 저장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여전히 도로 위에 놓여지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각종 표지판에 대해서도 해답이 없다.

레거시 완성차업체나 테슬라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그런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알 수 없는 현상, 즉 블랙박스 현상에 의해 퀀텀 점프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떻게 되든 사람들은 수익에 눈이 멀어 화제주에 투자할 것이다. 미인대회와 비교되는 주식시장은 그 중 이슈화에 성공한 업체로 몰려들 것이다. 그들의 안목에 기후재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