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즉사, 목숨 걸고 밀반입하는 사람들 특징

이 장면을 보라. 남미의 마약카르텔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인데 콜롬비아의 빈곤층 여성들이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긴 코카인을 기름에 적셔 삼키라는 지시를 받는 충격적인 모습. 어떤 위험이 닥칠지 상상도 못한 채 분윳값 벌려고 목숨을 거는 이 모습은 픽션이 아니다. 실제로1980년대에는 마약봉지를 수십 개씩 삼킨 여성들이 손쉽게 미국을 드나들며 코카인을 대량 유통하는 수단으로 쓰였다고 한다.

사람 몸을 운반책으로 쓰는 ‘보디패킹’(Body packing)은 클래식한 마약 밀수 수법인데,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50대 한국인 보디패커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유튜브 댓글로 "몸속에 숨겨서 들어오는 마약은 어떻게 적발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마약을 몸속에 꾸역꾸역 넣는 이유는 밀수 과정에서 적발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공항에 있는 일반 검색대의 엑스레이나 마약탐지견으로는 신체 내에 은밀하게 숨겨진 마약봉지를 찾기 쉽지 않다. 비닐봉투나 랩부터 콘돔, 호일까지 다양한 포장지로 꽁꽁 싸매 넣은 탓에 특수 스캐너가 아니고서는 확인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걸 몸 안에 숨긴다는 건… 결국 입으로 삼키거나 성기 또는 덩꼬에 집어넣는 방법밖에 없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전문 밀수 조직에서는 배달원에게 포도나 자두, 설탕을 채운 콘돔을 삼키게 하는 혹독한 트레이닝까지 시킨다고 한다.

보디패커들은 대개 비행기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일부러 변비약을 먹어 소화를 멈춘다. 위나 장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서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초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마약을) 먹고 배 속에 있으니까 장 운동을 안 하게 약을 또 먹고 목적지까지 와서는 그때 다시 설사약을 먹어요. 그럼 설사약으로 (마약이) 배변이 되죠”

당연한 말이지만 보디패킹은 매우 매우 위험한 밀수 방법이다. 보디패커들은 한 번 운반할 때 작은 마약봉지를 수십~수백개씩 몸속에 집어넣는데 안에서 마약이 조금이라도 터지거나 새면 급성 중독으로 즉사하게 된다. 2003년 남미의 페루에서 국내로 오던 외국인 승객이 비행 중 고열과 복부 통증을 호소하다 사망해 국과수에서 부검을 해보니 코카인 봉지 115개가 나온 적도 있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초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115개가 몸에서 나왔고 그때 코카인 양이 한 900g 정도. 그중에서 한 3개가 터졌던 것 같아요. 조그마한 양만 터져도 죽죠. 바로 위에서 흡수가 되니까”

마약이 새 나오지 않아도 묵직한 포장물이 장기를 짓눌러 장폐색과 패혈증을 유발해 목숨이 위태롭다. 이 악물고 마약을 밀수하는 보디패커를 잡아내기 위해 각국 세관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관세청은 국정원과 대사관, 수사기관의 첩보를 받아 보디패킹을 잡아내는데 일단 입국하는 사람 중에 유난히 식은땀을 흘리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한 사람은 바로 의심대상이다.

하지만 보디패커로 의심돼도 막상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위장도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스캐너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영장이 나오기 전이라면 당사자 동의 없이는 엑스레이도 함부로 찍을 수 없다. 용의자가 마약 밀수를 부인하며 끝까지 버티면 세관도 무작정 덩을 쌀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삼공 관세청 국제조사과 사무관
“보디패커 자체에 대해서 영장이 나오지 않고 전신 스캐너라든지 엑스레이가 촬영이 어려울 경우에는 화장실을 못 보내고 신문지를 깔아서 내용물을 확인해야 하는 그런 애환이 있습니다”

몸속에 마약을 숨긴 게 적발되면 그 즉시 피의자로 전환되고, 수사당국이 이동 경로와 밀수 과정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관세청 취재하면서 보디패커 적발하는 방법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관세청에선 여러 디테일한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도 수사 기밀이 노출되는 걸 꺼려해서 굳이 밝히지 않았다.

한국에 오는 보디패커들은 돈이 되는 필로폰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붙잡히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현삼공 관세청 국제조사과 사무관
“밀수 조직은 한국인을 포섭해서 국적국의 나라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에 공짜 여행이든 수고비든 다른 미끼를 통해서 이분들에 대해서 호의를 베풀고 나서 보디패킹을 시도하는 것으로”

국내에 마약을 은밀하게 퍼뜨리는 보디패커를 잡아내려면 단속 장비와 인력을 적극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엑스레이로 뼈대와 장기를 촬영해 몸속 마약봉지를 탐지할 수 있는 특수 스캐너는 인천공항에 3대밖에 없다. 나머지 공항과 항구는 완전 무방비인 셈인데 기를 쓰고 마약을 들여오려는 범죄자들로부터 우리의 일상이 평화로워지려면 예산 배분해주시는 높은 분들이 신경 좀 많이 써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