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가다를 무시하는가 [기자의 추천 책]

변진경 기자 2023. 3. 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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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의 말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가다의 순화어라는 '막일'의 뜻도 마찬가지다.

책 뒷부분에는 별책부록으로 노가다 현장 용어 사전이 딸려 있다.

나름의 룰에 따라 노가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듯 그들의 용어 또한 존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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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추천하는 책] 〈시사IN〉 기자들이 꼽은 인생 책.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소개됩니다.
〈노가다 칸타빌레〉
송주홍 지음
시대의창 펴냄
ⓒ시사IN 조남진

 

‘노가다’의 말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가다의 순화어라는 ‘막일’의 뜻도 마찬가지다. ‘1.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막노동) 2. 중요하지 아니한 허드렛일.’ 

〈노가다 칸타빌레〉는 이런 노가다의 정의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공사판 체험기를 통해 반박한다. 저자는 전직 기자 출신 노가다꾼이다. 스스로를 ‘글 쓰는 노가다꾼’으로 소개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업, 노가다를 ‘공간을 만드는 일’로 여긴다. “이 공간을 매개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상상을 하며 시멘트를 나르고 철근을 자르고 콘크리트를 붓는다. 누가 감히 이걸 중요하지 않은 허드렛일이라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거칠고 불량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찬~찬~히 몸 사리면서 혀어~.” 당부하는 충청도 출신 직영반장님, 40㎏ 넘는 시멘트 포대를 사뿐사뿐 들어 나르던 일흔 살 곰방꾼, 완벽한 리듬으로 부자재를 골라내던 핀아줌마 등에게 도움받고 위로받고 감명받으면서 저자는 노가다판에서 당당히 ‘못주머니를 찬’ 형틀목수로 성장했다. 

책 뒷부분에는 별책부록으로 노가다 현장 용어 사전이 딸려 있다. 가따, 나라시, 데마, 반생이, 삿보도, 쓰메끼리, 오야지, 투바이…. 가따는 커터(Cutter), 삿보도는 서포트(Support) 즉 지지대, 투바이는 가로 세로 2×4인치 각목을 이르는 ‘투바이포’에서 유래했다. ‘공구리 친다’ 할 때 공구리는… 그렇다, 콘크리트를 말한다. 알고 나면 별것 없어 보여도 모르면 결코 전문가가 될 수 없는 노가다판 언어의 세계다. 

이번 주 건설 노동자들 취재 때 자주 이 페이지를 들춰 봤다. 대부분 영어나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이지만 저자는 굳이 우리말로 순화해 옮기지 않았다. 나름의 룰에 따라 노가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듯 그들의 용어 또한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순화해야 할 건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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