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광고 제거 서비스를 별도 유료 상품으로 분리하며 콘텐츠 사업 수익화에 본격 나섰다. 와우 멤버십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커머스 사업의 마진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콘텐츠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광고 제거에 이어 화질·동시접속 수 등을 별도 상품으로 분리하는 아마존식 수익화 전략을 답습할 경우 추가 유료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표면 가격은 저렴하지만…가성비는 물음표
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지난 3일부터 와우회원 대상 광고 제거 상품인 '프리미엄 패스'를 도입했다. 이용자는 웹 결제 기준 월 3900원, 모바일 앱 결제 기준 월 45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지난달 말 어린이 전용 요금제 '키즈플러스'(월 2900원)를 선보인 지 일주일 만에 나온 추가 유료화 조치다.
이번 과금 체계는 가입자 혜택의 성격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온 쿠팡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2021년 출시 당시 무광고 서비스를 제공했던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일반 회원 대상 광고형 무료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와우회원용 기본 콘텐츠와 일부 스포츠 콘텐츠에도 광고를 적용하며 광고 기반 구조로 전환해 왔다.

이에 따라 와우회원이 모바일 환경에서 광고 없이 일반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기본 멤버십 요금(7890원)에 프리미엄 패스(4500원)를 더해 월 1만239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광고 없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넷플릭스(1만7000원), 티빙(1만7000원), 디즈니플러스(1만3900원), 왓챠(1만29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계정 공유까지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달라진다. 주요 OTT의 프리미엄 요금제는 최대 4명 동시 접속을 지원하는 반면 쿠팡플레이는 최대 2명으로 제한된다. 이를 기준으로 1인당 실질 부담액을 계산하면 쿠팡플레이는 약 6195원으로 넷플릭스·티빙(4250원), 디즈니플러스(3475원), 왓챠(3225원)보다 높다. 여기에 유럽 프리미어리그(EPL) 등 독점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스포츠 패스(9900원)까지 추가할 경우 월 이용료는 최대 2만2290원으로 늘어난다.
와우 멤버십 포화 국면…다음 카드는 OTT
쿠팡의 이번 행보는 와우 멤버십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개선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쿠팡은 그동안 월 구독료 하나로 로켓배송, 쿠팡이츠 무료 배달, 쿠팡플레이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통합 구독 모델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국내 와우 멤버십 가입자가 1400만명 수준에 이르며 성장 여력이 제한된 데다 신사업 부문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구독료 수입만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내부에서도 수익성 개선 필요성이 커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플레이는 2020년 출범 이후 스포츠 중계권 확보와 콘텐츠 투자에 집중하며 적자가 누적된 만큼 이제는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설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쿠팡Inc에 따르면 쿠팡플레이가 포함된 성장사업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3억2800만달러(약 2조28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조정 EBITDA 손실은 3억2900만달러(약 5026억원)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6246억원 과징금 부과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개선 압박도 커진 상황이다.
콘텐츠 사업이 쿠팡의 새로운 성장 카드로 떠오른 배경에는 OTT 특유의 낮은 한계비용 구조가 자리한다. 직매입 기반 이커머스는 거래 규모가 늘수록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지만, OTT 사업은 초기 콘텐츠 확보와 인프라 구축 이후 추가 가입자 유치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제한적이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다. 기존 멤버십 가격은 유지한 채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으로부터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광고 다음은 화질?...아마존 따라가는 쿠팡플레이
시장의 관심은 쿠팡이 향후 4K 화질이나 동시 접속자 수 등을 별도 요금제로 분리할지 여부에 쏠린다. 이번 '프리미엄 패스' 출시가 쿠팡이 오랫동안 벤치마킹해 온 아마존의 OTT 수익화 전략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마존은 2024년 1월 미국에서 프라임 비디오에 광고형 기본 요금제를 도입하고, 광고 제거를 원하는 이용자에게 월 2.99달러(약 4567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쿠팡플레이의 프리미엄 패스와 유사한 구조다. 이후 아마존은 올해 4월 광고 제거 상품을 '프라임 비디오 울트라'로 개편하면서 가격을 월 4.99달러(약 7623원)로 인상했다. 동시에 기존에 기본 제공하던 4K UHD 화질과 돌비 애트모스 음향 기능을 해당 요금제에만 제공하도록 변경했다. 단순히 광고 제거에 그치지 않고 화질과 음향 등 시청 경험 자체를 차등화해 추가 과금을 유도한 셈이다.
이에 따라 쿠팡 역시 광고 유무를 시작으로 화질과 동시 접속자 수, 스포츠 콘텐츠 등 기능별 요금제를 세분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사업 모델 측면에서 아마존의 전략을 일정 시차를 두고 따라온 사례가 많다"며 "프리미엄 패스 역시 아마존식 수익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고 향후 추가 기능을 분리해 단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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