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이 2분기 매출을 40% 가까이 늘리고도 40억원을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늘어난 매출을 유류비와 정비비가 거의 그대로 상쇄하면서 1분기 흑자를 한 분기 만에 반납했다. 최근 국제 여객선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에 치솟은 국제 유가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구조적인 비용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6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419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순손실은 435억원으로 1년 새 4배 넘게 불었다.
1분기만 해도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은 5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덕분에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40억원으로 적자를 면했다.

매출 1294억 늘 때 유류·정비비 1216억 증가
수익성을 끌어내린 건 치솟은 유류비와 정비비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294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유류비와 정비비는 1216억원 증가했다. 매출 증가분의 90% 이상을 두 지출 항목이 상쇄했다.

유류비는 19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5% 늘었다. 정비비도 487억원으로 92.8% 증가하며 비슷한 속도로 불었다. 1분기 유류비가 1215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 들어 비용 구조가 급변한 모습이다.
유류비 급등은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과 직결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국제 원유 가격이 치솟았다. 전쟁 시작 전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대에 머물렀다면 전쟁 직후엔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는 지금까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항공사의 2분기 비용 증가로 연결됐다.
제주항공이 자체 진행한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5% 오르면 반년치 영업비용은 161억원 늘어난다. 항공운송을 위해 계속해서 항공유를 구매해야 하는데 석유제품 가격은 세계 원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비비 증가는 리스 항공기 반납에 따른 정비 부담과 맞물려 있다. 항공사는 리스 항공기를 리스사에 돌려줄 때 정비·복구 의무를 지닌다. 여기에 들어갈 비용을 미리 추정해 충당부채로 쌓는다. 제주항공의 유동·비유동 합산 임차기정비충당부채는 상반기에만 476억원 늘어 3355억원에 달했다. 제주항공은 2018년 보잉과 737-8 기종 구매계약을 맺고 2023년부터 자체 보유 기재를 늘려 왔지만, 여전히 리스로 운용하는 항공기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항공 수요 회복 속 비용 부담 돌파구
실적 반등의 열쇠는 유류비 변동성에 적응하면서 늘어난 항공 수요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올해 8월 현재 전국 공항에서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93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항공도 핵심 수익 노선으로 자리잡은 일본 노선의 공급을 확대해 증편 운항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분을 온전히 티켓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는 LCC의 특성상 비용 부담은 있으나,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 중심의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으로 수익성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중동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른 유가 변동성 해소 시점은 예상하기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반기에 조기 종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지속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 하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제주항공은 신기종으로 유류비 효율화를 꾀하고 2분기에는 기존에 구매한 저장유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항공기 B737-8 기종 보유 수량은 13대로 전체 여객기 42대 중 30% 수준이다. 동시에 구 기종인 B737-800NG 항공기 3대는 매각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연료 효율이 좋은 차세대 항공기 비중을 확대해 체질개선을 통한 유류비 절감에도 노력했다"며 "저장유 활용을 통해 2분기 전체 유류비용을 일부 절감해 고유가·고환율 환경에서 비용 부담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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