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뛰는 D램 가격에 '일단 사고 본다'... 구형이 신형 둔갑한 사기까지

홍인택 2026. 1. 13.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용량 16기가바이트(GB)의 D램 2개를 집 책상에 '쟁여놓고' 있다.

당장 컴퓨터에 꽂아넣지 않을 D램을 지난해 12월에 사둔 이유는 급등하는 D램 가격 때문이다.

국내 한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인터넷 오픈마켓에 올리는 노트북 가격만 봐도 D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이 된다"며 "전엔 노트북 메모리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벤트를 하는 판매자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더 비싸질까 봐 사 놓는다"
한 달여 만에 2배 오른 D램 제품도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도 오르나
빅테크 사재기에 가격 안정은 난망
주식시장 '훈풍', 소비자들은 '울상'
2025년 12월 3일 서을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코리아 테크 페스티벌'에서 참관객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용량 16기가바이트(GB)의 D램 2개를 집 책상에 '쟁여놓고' 있다. 당장 컴퓨터에 꽂아넣지 않을 D램을 지난해 12월에 사둔 이유는 급등하는 D램 가격 때문이다. "'당분간 컴퓨터 바꿀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A씨는 말했다. 지난달 초 개당 약 9만5,000원이었던 이 D램의 가격은 현재 17만8,000원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D램 값 폭등으로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AI발 수요 폭증'으로 테크 기업들이 D램을 쓸어담아가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탓이다. 이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며 주식 시장에는 훈풍이 불지만, 소비자들은 전자기기 물가 인상이란 찬바람을 맞게 됐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가격은 9.3달러로, 같은 해 1월(1.35달러)보다 7배 가량 올랐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왼쪽 사진),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오른쪽). 뉴시스·연합뉴스

D램 값 폭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 건 전자제품 시장이다. 경기 성장 둔화로 가뜩이나 소비 심리가 위축됐는데,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까지 예고돼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공개하는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역시 가격이 오를 거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전작인 갤럭시 S25 시리즈의 가격을 동결했지만, 이번에 느끼는 원가 인상 부담은 상당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5일 세계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품 가격 상승은 어떤 형태로든 판매하는 제품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이미 상당하다. 국내 한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용산 전자상가 상인들이 인터넷 오픈마켓에 올리는 노트북 가격만 봐도 D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이 된다"며 "전엔 노트북 메모리를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벤트를 하는 판매자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해외에선 'D램 사기'까지 기승을 부린다. 구형 D램을 신형처럼 재포장해서 파는 수법이다. 미국 IT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지난달 17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판매된 최신 D램(DDR5) 메모리 키트에 구형(DDR2) 메모리와 무게추가 들어 있었다는 사기 사례를 보도했다. 더 무거운 신형의 무게를 맞추기 위해 추를 넣은 것이다. 매체는 "현재의 메모리 시장 상황을 볼 때, 앞으로 더 빈번해질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D램 공급량이 크게 늘기도, 가격이 안정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AI발 수요 폭증으로 빅테크들이 앞다퉈 D램 사재기에 나섰고, 메모리 반도체 공급 기업들이 생산 여력을 기업 판매용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증산을 하려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2~3년은 걸린다. 그때의 시장 상황을 지금 장담하긴 어렵다"고 했다.

업체들이 반면교사로 삼는 반도체 '치킨게임' 사례도 있다. 2010년 전후 두 차례의 경쟁적 증산과 출혈적 가격 인하 때문에 독일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가 도산하거나 매각됐고, D램 시장은 현재의 3강 구도로 재편됐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