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우 출연료 생태계 교란' 넷플릭스의 부메랑 엄살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는 우리 모두의 고민입니다."
넷플릭스 김태원 디렉터는 지난 4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부근에서 개최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 김형우 감독 등 굵직한 한국 영화인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K-콘텐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며 천정부지 솟은 한국 배우들의 출연료를 우려했다.
이날 김 디렉터는 "출연료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똑같이 느끼는 고민일 것"이라며 "K-콘텐츠가 잘 되고 있고 글로벌적으로도 사랑을 받고 성공을 하고 있지만 계속 제작비가 늘어나는 부분이 생기다 보면 결과적으로 부메랑으로 우리에게도 부작용, 반작용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 배우들 몸 값 상승의 일등공신, 넷플릭스
이정재,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료만 60억 원 추정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영화계 배우들의 출연료가 폭등하기 시작한 건 넷플릭스가 한국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면서다. 한국은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 석권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주요 시장이었고, 공룡 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과거 한국 드라마, 영화 시장이 넘볼 수 없는 제작비 지원을 약속했다. 제작비에는 배우들의 계약료도 포함된다. 덩달아 배우들의 출연료도 상승했다. 출연료 시장은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와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또 다른 글로벌 OTT 기업 그리고 토종 OTT 기업의 경쟁 속에서 출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도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을 부추겼다. '격리'라는 세계적 조치로 OTT 시청이 생활의 필수품이 되면서 넷플릭스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고, 각 나라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파이도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도 그런 시장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출몰하기 전, 회당 1억 원 선에서 논의되던 국내 A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2020년 무렵부터 회당 3~5억 원 선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로 OTT에 첫 진출한 배우 공유는 회 당 3억 원 가량을 받았고, 뒤늦게 OTT 대전에 합류한 토종 플랫폼 쿠팡플레이는 배우 김수현을 섭외, 회 당 5억 원(드라마 '어느 날')이라는 파격적인 출연료를 지급했다. 8부작이니 한 작품으로 40억 원의 출연료를 받은 셈이다.
출연료 상승에 방점을 찍은 건 단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다. 글로벌 히트작이 된 이 시리즈의 인기는 파격에 가까웠고, 글로벌 OTT 기업들이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배우들도 더 높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에 나선 넷플릭스는 배우 이정재에게 회 당 '10억 원+@'(본지 단독보도)라는 파격적인 개런티를 제시했다. 이정재는 총 6부작인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무려 60억 원 가량을 챙기게 됐다.
A급 배우들, 너도나도 '업계 최고 대우' 요구
콘텐츠 많아 보이지만, 제작 편수는 크게 줄어
이정재가 최고가를 갱신하자, 한국에서 대중의 선호도가 높고 연기를 잘하는 소위 '연기파 배우들'과 국내 외 팬덤을 거느린 '스타 배우'들이 너도 나도 '업계 최고 대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10억 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절반은 받아야 한다는 라이벌 의식이다. 무엇보다 출연료는 배우에게 입지의 척도로 받아들여진다.
넷플릭스가 불을 지피고, 넷플릭스가 부채질한 덕에 배우들은 단단히 한 몫을 챙기게 됐지만, 한국 업계 내부 관계자들은 어떨까. 한숨만 나온다. 출연료 평균 단가가 폭등한 탓에 제작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비견할 수 없는 적은 자본을 가진 국내 제작사들에게 A급 배우 섭외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 됐다.
제작사들은 풍요 속의 빈곤을 실감하는 중이다. OTT 플랫폼이 많아져 제작 편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중소 제작사들의 일은 크게 줄어 들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35편에서 지난해 125편, 올해는 100편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국내 제작사 대표 A씨 "넷플릭스 부메랑 맞은 건 우리"
한 제작사 대표는 A씨는 "토종 OTT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배우들의 몸값을 크게 올려놔 제작비 부담이 커져 제작 편수를 줄인 것"이라며 "지상파는 OTT에 완전히 밀려 수익을 보장해 준 광고 단가도 급락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배우 개런티가 크게 상승해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지금 구조는 스타들만 수익 보장을 받는 구조"라며 "이런 기형적 구조를 만든 넷플릭스가 '출연료 부메랑'을 운운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그 부메랑에 직격탄을 맞은 건 국내 중소 제작사들"이라며 씁쓸해 했다.
'출연료 부메랑' 넷플릭스 김태원 디렉터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한국 배우 개런티 단가를 폭등시킨 넷플릭스는 이날 '적정한 출연료'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특성 상 개런티의 상승은 그 속도를 늦출 수 있어도 다시 단가를 하락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하다. 배우들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넷플릭스는 본사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 이익이 하락하자 부랴부랴 캐릭터 조정 논의에 나섰지만 이미 생태계는 교란한 상태다.
한국 개런티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든 OTT 먹이사슬의 꼭대기,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에게 높아진 한국 배우의 개런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것이 구독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 여론을 형성 중이다. 한국 배우들에게 '자정'을 요구하면서.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는 포식자다.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새론 근황, 유명 커피숍 매니저 취업 "알바 아닌 정직원"
- [단독] “내로남불, 자아비대” …하이브·SM 평직원들이 본 민희진
- '억측하면 법적대응' 김수현, 불쾌한 심경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슈&톡]
- [단독] “작년 1번 만났을 뿐인데”…혜리는 정확히 결별을 알았다
- 서인영·남편 A씨, 이혼 소송 절차 中 "양측 귀책 주장" [이슈&톡]
- 민희진, 좌절된 어도어 대표직 복귀 '法 각하 이어 이사회 부결' [이슈&톡]
- 아일릿,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 "데뷔 7개월 만의 성과"
- '구탱이형' 故김주혁, 오늘(30일) 사망 7주기
- ‘전, 란’ 강동원은 왜 어색한 사극톤을 고집할까 [인터뷰]
- ‘대표 복귀 불발’ 민희진 측 “주주간계약 효력, 유효해” [공식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