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메타에 총 1.1조원 과징금…디지털시장법 위반 첫 제재

유럽연합(EU)이 애플과 메타가 이른바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알려진 디지털시장법(DMA)를 위반했다며 총 7억유로(약 1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DMA 시행 및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픽사베이

23일(현지시간) EU의 집행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EC)는 애플과 메타이 DMA를 위반했다며 각각 5억유로(약 8100억원)와 2억유로(약 32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DMA에 따라 최초로 부과되는 벌금이다. 또 양사가 60일 이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별도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EU는 DMA를 위반한 기업에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U는 애플이 DMA의 ‘외부 결제 유도 금지(anti-steering)’ 관련 규제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 외부에서 대체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자유롭게 안내하고 판매하지 못하도록 애플이 차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EU는 애플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마련했지만 DMA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U는 애플에게 기술 및 상업적 제약을 제거하고 DMA 규제를 준수할 것을 명령했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지만 EU와 관련 협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오늘 발표는 EC가 애플을 부당하게 겨냥한 또 다른 사례”라며 “이는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좋지 않고 제품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자사 기술을 무료로 넘기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은 “자사는 수십만 시간의 엔지니어링 작업과 수십 건의 변경을 거쳐 이 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는 사용자들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메타의 경우 사용자들에게 자료 수집에 동의하거나 광고 없는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도록 한 것이 불법이라고 EU는 판단했다. 메타는 지난 2023년 11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EU 측은 메타가 새로운 맞춤형 광고 모델을 통해 개인정보 사용을 줄이는 등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감안해 벌금 규모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EU 규제 당국은 “현재 이 새로운 광고 옵션을 평가 중이며 메타 측에 이 모델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엘 카플란 메타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EC가 미국 기업들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고 동시에 중국과 유럽 기업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카플란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벌금 문제가 아니다“라며 ”EC가 자사 사업 모델 변경을 강요하면서 사실상 메타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U의 반독점 책임자인 테레사 리베라 위원은 “애플과 메타는 DMA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우리의 법을 따르고 유럽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벌금이 기존 EU 경쟁법에 따라 부과되던 과징금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다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보복을 피하기 위한 EU의 절충 시도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EU의 기술 규제를 비관세 무역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디지털세, 벌금, 규제 관행 등을 통한 “해외의 갈취”에 맞서겠다며 유럽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경고한 바 있다.

EU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80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고 애플에는 아일랜드에 130억 유로의 세금을 환급하라고 명령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해왔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인 팀즈를 조사 중이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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