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졌다. 그동안 7월 카니발, 8월 아반떼에 밀려 왕좌를 내줬던 기아 쏘렌토가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3개월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진짜 국민 SUV’의 저력을 입증했다. 9월 한 달간 8,978대라는 경이로운 판매 실적을 올리며 현대 아반떼를 큰 폭으로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쏘렌토의 귀환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37.5% 급증, 아반떼 제치고 압도적 1위 등극
9월 국산차 판매량 집계 결과, 쏘렌토는 전월 대비 무려 37.5%나 급증한 8,978대를 기록하며 국산차 판매 1위에 복귀했다. 8월 1위를 차지했던 현대 아반떼는 7,675대로 2위에 머물렀다. 아반떼가 전월 대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쏘렌토는 무려 2,447대나 더 팔리며 격차를 벌렸다. 3위는 기아 카니발이 6,758대로 자리했고, 같은 기아의 스포티지가 6,416대로 4위를 기록하며 기아차의 SUV 라인업 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대 싼타페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5위에 오른 싼타페는 5,763대로 전월 대비 74.5%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보였다. 8월 3,303대로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하며 ‘끝난 모델’ 취급을 받았던 싼타페가 9월에 완전히 반전시킨 것이다. 이는 중형 SUV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SUV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2년 연속 판매 1위 향해 질주, 누적 7만대 돌파
쏘렌토의 9월 성과는 단순히 한 달의 역전극이 아니다.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쏘렌토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판매량 7만 4,516대를 기록하며, 2위 카니발과 1만 대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국내 자동차 판매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형 쏘렌토의 성공 비결은 상품성 강화에 있다. 기아는 연식 변경을 통해 엔트리 트림에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추가했고, 후측방 충돌회피 보조(BCA) 등 첨단 안전 사양을 대폭 확대했다. 가격은 3,605만원부터 4,929만원까지 형성되어 있어, 준대형 SUV 시장에서 가성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도 쏘렌토 판매 급증의 주요 요인이다. 9월 쏘렌토 판매량 중 상당 부분을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며, 연비와 주행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과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 변화 속에서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SUV 강세 속 중형 라인업 전쟁 본격화
9월 국산차 판매 상위 10위권 중 절반 이상이 SUV 모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쏘렌토(1위), 스포티지(4위), 싼타페(5위), 투싼(8위), 셀토스(9위) 등 5개 SUV 모델이 톱10에 진입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SUV 선호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중형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별 성장률도 인상적이다. 9월 현대차는 전월 대비 13.2% 증가했고, 기아는 12.7% 상승하며 두 브랜드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국산차 판매량은 12만 4,715대로 전월 대비 12.2% 증가했으며, 이는 올해 4월(12만 8,719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세단 시장에서는 아반떼와 그랜저가 각각 2위와 6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아반떼는 7,675대로 차세대 모델 준비 중임에도 가성비로 전 연령층에서 높은 수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랜저는 5,398대로 전월 대비 5.0% 성장하며 대형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올해 말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도 현행 모델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반기 10만대 돌파 눈앞, 쏘렌토 돌풍 계속될까
쏘렌토의 9월 대역전은 단순한 월간 판매 실적을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SUV 시장의 절대 강자로서 위상을 재확인했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상품성 개선이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쏘렌토가 남은 두 달간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올해 1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쟁 모델들도 만만치 않다. 현대 싼타페는 9월 74.5% 급증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부분 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하반기 판매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티지와 투싼도 각각 11.5%, 32.5% 성장하며 중형 SU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카니발은 디젤 엔진 사양이 사라졌음에도 12.1% 증가하며 미니밴 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했다.
쏘렌토의 성공은 기아차의 전략적 판단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식 변경을 통한 기본 사양 대폭 강화,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맞아떨어지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특히 테슬라 모델 Y와의 경쟁에서도 9월 큰 격차로 앞서며 수입 전기차 대비 국산 하이브리드 SUV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2025년 하반기 자동차 시장은 SUV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쏘렌토가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싼타페와 스포티지가 추격에 성공할지, 그리고 아반떼가 세단 시장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제조사들의 상품성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쏘렌토의 9월 대역전극은 그 치열한 경쟁의 서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