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깊은 동굴에 서식하는 난쟁이악어의 체색 변화에 학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멸종 취약종인 난쟁이악어는 일반적으로 온몸이 암갈색을 띠지만 이번에 관찰된 개체들은 확연한 주황색이었다.
프랑스 동물 탐험가 올리비에 테스타(47)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서아프리카 가봉 아반다 동굴에서 포착한 주황색 악어를 소개했다.
동굴의 완전한 어둠 속에 사는 이 악어는 서아프리카 삼림지대에 서식하는 난쟁이악어로 확인됐다. 몸길이 약 1.5m까지 자라는 이 악어는 원래 어류나 갑각류, 소형 포유류를 사냥하지만 아반다 동굴의 개체들은 귀뚜라미나 박쥐를 먹고 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황색 피부다. 일반 난쟁이악어는 암갈색 또는 짙은 회색 등 악어 특유의 체색을 갖지만 이번에 발견된 개체들은 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 적응한 결과 주황색으로 변했다고 학자들은 추측했다.
올리비에 테스타는 "아반다 동굴에 서식하는 난쟁이악어들은 칠흑 같은 어둠에 적응하면서 체색을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며 "동굴에서는 악어 새끼들도 확인됐는데, 이들은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일생을 이곳에서 보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동물의 배설물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형성되는 광물질 구아노의 성분이 악어의 피부색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동굴 내부의 물웅덩이를 조사한 결과 이곳에 서식하는 박쥐들의 배설물로 생성된 구아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난쟁이악어는 동굴 내부를 이동할 때 웅덩이를 헤엄친다"며 "물에 섞인 고농도 구아노 성분이 피부에 영향을 미쳐 장기간에 걸쳐 색이 빠지고 주황색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획한 악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서아프리카 우림에 사는 같은 종 개체들과 유전적 특징이 달랐다"며 "더욱이 일반 난쟁이악어와 다른 유전자 세트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주황색 난쟁이악어가 동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점쳤다. 일부는 이 악어가 수천 년 전 일반 난쟁이악어로부터 이미 분기한 것으로 봤다.
올리비에 테스타는 "현지 주민들은 동굴을 두려워해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개체군은 어느 정도 보호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악어고기가 부시미트(열대우림에서 사냥한 동물의 고기) 중에서도 인기가 있어 체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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