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영화 '3일의 휴가'의 신민아 배우를 만나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12월 첫 주 삼청동의 카페에서 배우 신민아를 만났다. 신민아는 1998년 잡지 키키 전속 모델로 데뷔했다. 중2부터 연예계 활동했으며 배우로 자신의 색깔을 각인하기 시작했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일이 힘들기도하지만 차기작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기에 잘 해야겠죠”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내년에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는 어떤 연기를 해왔나가 중요했다면 요즘은 최선을 다했고 행복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환점이라고 해야 할까. 한 달도 남지 않은 올해가 지나면 마흔이다.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마음가짐을 조심스럽게 묻자 “오히려 서른이 되었을 때보다 마음이 좋아요”라며 웃었다. 4라는 숫자의 첫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나이 의식하지 않기 쉽지 않은데 귀여운 웃음에서 은근한 여유가 보인다.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 복자(김해숙)가 3년 만에 3일의 휴가를 받아 지상에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가는 힐링 판타지 영화다. 극 중 진주는 미국 교수지만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공황장애를 얻었다. 마치 자신에게 벌주고 있는 듯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골집에 내려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신민아하면 로코퀸, CF 퀸으로 불리지만 생각해 보면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았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연기의 깊이감이 생긴 건 영화 <디바>부터였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은 “항상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마음은 그대로지만 고민이 많아요.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화 <경주>(2014), 드라마 [내일 그대와](2017)를 재미있게 찍었어요”라고 연기 칭찬에 수줍어했다. 몇 년 전부터 연기를 즐겁게 하고 있다고만 했다. 즐기면서 하는 일이 제일 빛나는 법이다. 즐기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는 일은 결과도 좋지 못한 법이니까.
인터뷰 내내 가까이에서 보니,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드라마 속 당차고 러블리한 이미지는 그대로, 소멸 직전 얼굴에 큰 이목구비가 꽉 차 있는 동안 외모다. 딱히 뭘 하는 게 아니라며 관리 비법은 없다고 했으나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반반씩 물려받았다고 돌려 말했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곧 마흔이라니,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듯했다.
"저희 엄마는 안 우셨대요.. 친구 같은 사이거든요"

-시사회 때 배우들이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모녀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진주라면 여러 감정 중 어떤 감정이 가장 클 거라고 생각하세요.
“진주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후회’로 사는 친구예요. 시나리오를 읽어봤으니까 후반부 폭풍 눈물 구간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첫 촬영부터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엄마와 김치찌개 먹는 부분은 살갑지 않은 말투로 아픈 엄마를 다그치는데 그 장면이 가장 슬펐어요”
-<3일의 휴가>는 보편적인 정서, 클리셰를 반영하고 있어요. 전 국민이 다 아는 맛인데 먹을 때마다 물리지 않는 김치찌개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집과 음식도 나오지만 대본이 너무 따뜻했어요. 누구나 엄마, 가족이 있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감정은 보편적이잖아요. 정선에서 눈 올 때 촬영을 했는데요. 늘 마당에 피워 두던 가마솥의 따뜻함과 음식 냄새가 지금도 떠올라요. 영화 생각하면 추운데 사람 냄새나는 영화로 기억되어 있어요. 촬영하러 갔지만 힐링하고 왔던 기억이에요. 왜 지방에서 한 달 살기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예전에는 바다가 좋았지만 요즘은 산 풍경이 좋아져요”
-익숙한 소재지만 기분 좋은 익숙함을 관객은 여전히 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3일의 휴가>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3일의 휴가>는 뜨거운 영화에요. 혈연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익숙한 감정과 변화가 크니까요. 클리셰를 제대로 다룬 영화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선택해 주지 않으실까 싶어요. 저도 변주된 클리셰 보다 정통 클리셰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으니까요”

-진주는 엄마 전화를 잘 안 받아서 복자를 속상하게 하는데요. 현실 모녀는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영화 찍고 난 뒤 마음이 달라졌나 싶어요.
“저희 엄마는 연락을 잘 안 하는 편이라서 오히려 제가 안부를 물어봐요. (웃음) 엄마랑은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라 가까워요. 자주 만나고 고민 있으면 친구에게 상담하듯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기도 해요. 싸우지는 않는데 (가끔) 진주처럼 가족들에게만 나오는 말투가 저도 나오긴 해요. (웃음)
엄마가 영화 보고 울지는 않으셨대요. 대신 ‘영화 잘 나왔던데? 너 예쁘게 나왔더라?’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촬영하면서 얻은 건 엄마뿐만 아니라 소중한 관계인 사람과 잘 지내고 잘 살피고 연락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 누군가와 이별을 경험하잖아요. 그때 후회하지 않게 표현도 자주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엄마 같은 선배 김해숙 배우와 연기 호흡도 궁금합니다.
“좋았어요. 선생님의 아우라 때문에 부담감도 있고 긴장되었지만 또래 배우랑 연기하는 것처럼 편안했어요. 이건 다른 아우라인데.. 무척 따뜻해서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실제 선생님이 딸 대하는 마음으로 저를 많이 도와주셨던 것 같아요. 입으셨던 자주색 옷만 봐도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를 정도로 진짜 엄마 같은 정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연기해야 했잖아요. 마치 연극의 독백 장면 같기도 했어요.
“저는 행동이나 말로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데요.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이 곁에서 ‘진주 힘들겠다..’ 이러시면서 공감해 주셔서 더 집중했고 진주 마음에 이입할 수 있었어요. 미진(황보라)이랑 저, 엄마 셋이서 한 방에서 떠드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대본 고보 그렇게 촬영할지 몰랐는데 웃겼던 에피소드에요.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나와서 좋더라고요. (웃음)”
"마음 치유를 위해 더 노력 해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나 <3일의 휴가>도 그렇고 유독 연달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연달아 우울한 역할을 했네요. (웃음) 왜 추운 날 열심히 일하면 감기 기운 비슷한 게 오잖아요. 우울한 일을 겪으면 누구나 힘들기 마련이라 진주의 상황을 연기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그 감정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원치 않은 상황으로 찾아오는 마음 감기가 우울증, 공황장애라고 생각해요. 진주도 엄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아파야 할 당연한 시점이라고 봤고요”
-미국에서 교수님 소리 듣는 줄 알았는데 공황장애를 얻고 엄마 집에 찾아온 딸이 진주예요. 언제 어디서나 걸릴 수 있는 감기 같아서 마음 치유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봐요.
“전 나이 든 지금이 20대 보다 더 밝아진 기분이에요. 아마 ‘살려고’ 더 밝아진 건 아닐까 싶긴 하지만요. (웃음) 물론 진주 역할이 힘들었지만 감정적인 어려움은 없었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경험도 쌓여서 공감하는 건 쉬웠던 것 같아요. 제가 예민하기도 하고 배우가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보니까. 그걸 이겨내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
-마음먹은 대로 풀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어요. 나만의 마음 챙김, 마음 감기 관리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휴식 때는 딱히 뭘 안 하려고 해요. 취미도 만들어 보고 도전도 해보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오래 일했지만 아직까지도 살갑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낯가림이 있어요. 쉴 때 집에서 차기작 준비하고 여행을 다니기도 해요. 그래도 힘들 때가 오잖아요. 그때는 오히려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이건 별거 아니야’라는 훈련을 꾸준히 해요. 단순한 행동을 하려고 하면 정말 단순해지거든요. 깊게 들어가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웃음) 왜 그렇게 엄마들이 혼자 있을 때 드라마를 틀어 놓는지 이제는 좀 알겠더라고요. (웃음)”

-사람은 혼자 살긴 어려워요. 하지만 혼자 있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또 외로워하기도 해요. 누군가를 계속 만나야 하는 배우니까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겠네요.
“지금 인터뷰하는 상황처럼 말의 무게가 있는 일을 할 때 긴장해요.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일 때 더 그렇고요. 말과 행동을 실수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거죠. 때로는 영화 스코어나 드라마 시청률 같은 결과에 부담일 때도 있겠고요.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다 보면 내비게이션처럼 여러 가지를 신경 쓰게 되니까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잠깐 엄마를 맡았어요. <3일의 휴가>는 딸이잖아요. 영화의 가장 큰 키워드는 ‘모성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때는 상상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어요.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사람을 생각하면서요. 실제로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일 수 있지만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느낌일 거라 생각했죠”
-만약 훗날 엄마가 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엄마가 되어 있을까요? 배우의 길을 간다면 지지할지 반대할지.
“음.. 아이가 생긴다면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저랑 엄마 관계처럼요. 낳아보면 달라진다는데... (웃음) 일단 그렇고요.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자유롭게 해주려고 하지만 훈육은 좀 하면서 잘 키우고 싶네요”

-로코퀸이란 수식어도 있지만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역할을 지나왔어요. 장르, 매체만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여러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왔는데요. 데뷔 때부터 정해 놓은 역할이나 장르는 없었고 그 시기에 맞게 작품을 해왔어요. 쌓이다 보니 여러 장르를 한 게 되어버린 거죠. 앞으로도 정해두지 않고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엄마 복자가 하늘나라에서 백일장으로 3일간 지상으로 되돌아옵니다.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요.
“(웃음) 없어요.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요. 근데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볼 걸 아쉬움이 남아요. 일찍 일을 시작해서 공부 재미를 못 들였어요. 지금과 다른 삶을 산다면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고, 그게 저도 궁금해요”
글:장혜령
사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 감독
- 육상효
- 출연
-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박명훈, 정라엘, 차미경
- 평점
- 9.5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