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백신접종 분석]② HPV 백신 남여 동반 진입 노리는 한국MSD…가격 낮출 수 있을까

HPV 백신 가다실9 제품사진(사진=한국MSD)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과 관련해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다.

HPV 백신의 NIP 범위를 늘리는 방안은 현재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되는 등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질병관리청이 전문가들과 진행한 HPV 백신 접종 확대 논의에서 기존 2회 접종 중 1회만 NIP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전문가 단체가 반대해 향후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도 제약사도 원하는 남‧여 동반 NIP…우선순위는 엇갈려

정부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HPV 백신은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우선순위가 설정됐다.

현재 HPV 백신은 2가 백신인 한국GSK의 서바릭스와 4가 백신인 한국MSD의 가다실이 2006년~2012년생의 모든 여성 청소년과 1997년~2005년생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HPV 백신과 관련해 연구의 핵심은 NIP 확장 논의의 핵심은 남성 확대, 9가 백신 접종 전환 등 크게 2가지다.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가다실 12세 남아 대상자 확대 △가다실9 12세 여아 확대 △가다실9 12세 남아 및 여아 확대 등 3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다른 질환의 백신들이 예비검토 과정에서 전문가 평가를 통해 여러 후보 백신이 배제된 것과 달리 HPV의 경우 3가지 항목이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으며 연구에서도 NI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3순위에 가다실9을 12세 여아에 2회 접종이 이름을 올리며 높은 우선순위에 배정됐다. 다만, 가다실9을 12세 남아 및 여아(2회 접종)로 확대하는 방안은 그보다 3단계 뒤인 6위에 이름을 올려 향후 논의에 허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PV 백신은 접종 방식에 따라 NIP 도입 우선순위가 갈렸다.(자료=국가예방접종 도입연구 불로터 재구성)

HPV 백신이 NIP 도입 우선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가진 중요성이다.

HPV는 4급 감염병으로 유행 가능성은 작지만, 예방 및 치료목적의 약물학적 대체제가 없는 것으로 합의됐다. 즉, 질병관리수단으로서 백신의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HPV로 발현되는 대표적인 질환인 자궁경부암의 국내 감염병 장애가중치(중등도를 반영한 값)을 살펴보면 △자궁경부암 제1기 0.431 △2기 0.553 △3기 0.813 △4기 0.813 등으로 타 백신과 비교해도 높은 가중치를 가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 생식기 사마귀를 비롯해 구인두암 등의 발생에 HPV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백신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는 12세 남아와 여아에게 HPV4가 백신과 HPV9가 백신의 접종을 권고 중이다.

HPV 백신 NIP의 백신 추가 및 대상자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효과는 HPV 유병률 감소와 집단면역 형성이다.

이승주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회장(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은 "국내 HPV 백신 접종률이 첫 번째 접종은 80%를 넘겼지만 두 번째 접종까지 고려할 경우는 그보다 낮은 수치로 인지하고 있다"며 "국내에 HPV 백신 NIP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전체 집단면역 형성을 고려했을 때 남성 접종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남성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서울 상급종합병원 소아감염내과 A 교수는 "HPV 백신을 남성에게 접종하게 되면 군집방어 측면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옮기는 위험을 낮추는 추가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백신의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NIP 도입 HPV 백신 후보(자료=국가예방접종 도입연구 불로터 재구성)

효과는 확실한 남아 확대…'비용 효과성' 여전한 걸림돌

결과적으로 HPV 백신은 백신의 예방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받으며 높은 우선순위를 받았다.

연구가 살펴본 문헌에서도 HPV 백신은 남아와 여아를 가리지 않고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HPV 백신은 조사 대상 6개국 중 5개국에서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하고 있었으며, 미국‧캐나다‧영국‧호주에서는 11~13세 사이 특정 연령에서 9가 백신을 여아 및 남아 모두에게 접종하고 있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미 지난해 3월 공개된 'HPV 백신의 국가예방접종(NIP)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최종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분석 시나리오에서 비용 효과적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비슷한 연구가 시행됐을 당시에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정부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할 힘이 부족해졌다는 점은 향후 HPV 백신 논의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료=질병관리청, 남인순 의원실

실제로 연구에서 진행된 전문가 사전조사에서도 HPV 백신은 '백신의 도입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자원 분배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항목 모두 평균값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12세 여아 대상으로 9가 백신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3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백신 가격 설정에 따라 비용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용역으로 진행된 'HPV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확대를 위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에서 12세 여아 대상 9가 백신 전환은 백신 가격을 8만8992원 이하에서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현재 가다실9의 비급여 접종 가격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 정보 시스템 기준 1회 접종 시 전국 평균 금액이 21만6923원이다. 연구에 적용한 8만8992원보다 약 2.4배 비싸 합리적인 비용 접근이 가능할지는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12세 남아 대상 4가 백신 도입이나, 12세 남녀 대상 9가 백신 도입은 모두 비용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분석 관점에 따라 비교 대안을 변경하거나 비용 절감(cost-saving) 전략을 구사하면 비용효과가 올라가는 것이 확인됐는데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있다.

전국 가다실9 1회 접종비 집계 자료.(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진료비 정보시스템)

연구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비용절감 전략은 12세 남녀에게 9가 백신을 1회 접종으로 NIP에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비교 대안인 여아 4가 2회 접종과 비교해 비용은 절감되는 우월 대안인 것으로 평가됐는데 최근 질병청 전문가 논의도 이러한 결과가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HPV 백신 1회 접종의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또한 1회 접종만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되면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국민만 추가 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등 전문가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어 실제 도입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결국 반쪽짜리 NIP 도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정부는 우선순위에 맞게 현재 NIP에서 백신을 확대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할 여지도 충분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현재 여성에게만 NIP로 접종되는 HPV 백신을 가다실9으로 전환되는 것을 넘어 남아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백신은 궁극적으로 NIP에 포함되는 것이 목표다"라며 "가다실9이 NIP에 포함되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게 공급해야 하는데 남아까지 확대된다면 비용이 주는 대신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 백신과 범위 확대를 모두 노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SD가 HPV 백신의 남성 접종을 위해 인식개선 등 다양할 활동들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비용효과에 대한 부분이 어떻게 논의되는지가 NIP 도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