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곰팡이 핀 정신 재활시설에 생긴 일···'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대표 이사 "드릴 말씀 없다"

변예주 2024. 9. 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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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로 덮인 복도···정신 재활시설에 생긴 일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자립을 돕는 대구의 한 정신 재활시설.

30여 명이 여기서 먹고, 자고,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치유를 합니다.

한 방에 3~4명이 시설의 규칙을 지키며 함께 살아갑니다.

그런데 지난해 초, 남자 생활실 복도 바닥에 새카만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9월 23일 오전 취재진이 시설을 살펴봤는데요,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들뜬 장판을 들추면 곰팡이로 뒤덮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샤워실 천장에도, 방 안 옷장 위에도 곰팡이가 가득합니다.

시설 관계자 "생활하시는 분들이 좀 빨리 수리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굉장히 많이 하시고요. 방에도 물이 새다 보니 옷이나 이런 것들이 젖으실까 봐··· 이분들은 생활하시는 집인데 집에 물이 새면 저희가 당연히 수리를 하고 하는 것들이 당연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저희가 못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되게 큽니다."

생활인들은 왜 이런 곳에서 지내야만 했을까요?

예산 따왔는데···사회복지법인 "반납하라"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곰팡이에 시설은 원인을 찾으려 전문가들을 불렀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누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시설은 2023년 6월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증진시설 확충 사업에 신청했습니다.

화장실 누수 공사와 리모델링, 보일러실 배관 수리 등을 할 수 있도록 시설 환경 개선 공사를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는 사업비 6천9백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유선으로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환경을 개선해야 할 사회복지법인은 2023년 10월 사업비를 반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시설 일대가 재개발 사업으로 2025년 상반기 시설 이주가 예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금액 대비 효율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습니다.

법인의 지시를 받은 시설은 사업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24년 1월 시설은 대구시의 '2024년 정신 재활시설 기능 보강 사업 철회에 따른 안전 관리 등 철저 요청' 공문을 받았습니다.

2024년 정신 재활시설 기능 보강 사업 신청, 선정 건을 철회했으니 누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입소자의 건강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는 겁니다.

시설장은 사업 예산 반납을 지시한 법인 대표 이사에게 대안을 요청했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알아서 해라'였습니다.

결국 지난 3월 급한 대로 자체 운영비 2천만 원을 들여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누수 공사는 했고, 장판과 벽지가 마르면 교체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은 개인 연차 쓰고, 왜 웃었는지 사유서 써라···시설 생활인에게도 '고성'
시설장은 대표 이사의 이런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4월 시설장과 직원들이 업무 관련 교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대표 이사는 개인 연차를 쓰고 다녀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또 지난 3월 26일에는 회의에서 시설장이 왜 웃었는지에 대한 사유서도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시설장은 자신을 향한 폭언도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시설장 "제가 '예'를 하지 않는 순간 소리가 높아지고··· '당신 뭡니까' 이런 것들 '내가 누구냐 내가 여기 이사장이다.'"

직원과 환자에게도 소리를 질렀다고도 했습니다.

시설장 "(생활인들이 대표 이사를 두고) 마녀라고 지칭을 하더라고요. 무서워요.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직원한테도 지르고 회원(생활인)한테도 지르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대표 이사,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드릴 말씀 없다"
대표 이사는 최근 시설장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과태료 650만 원과 개선 지도를 받았습니다.

법인 대표 이사는 취재진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회를 지시한 사업은 국고를 함부로 쓰지 않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런 행동이 갑질, 괴롭힘과 연결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설장은 결국 5년간 일했던 곳을 떠나기로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시설장 "직원도 그렇지만 회원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 시설장님 버텨주세요, 마녀한테 힘들죠. 저를 안아주는 회원도 있었고요. 직원과 회원들 사이 유대와 정서가 있는데 대표 이사가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모든 것을 어그러뜨리는 게 사실 제일 겁납니다. 직원과 회원들이 누렸던 안정감이 불안감으로 바뀔까 봐요."

남아 있는 직원들은 한 개인의 납득할 수 없는 지시가 아닌, 회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시설이 되기를 원합니다.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도 회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재활을 잘 받으셔서 사회에 잘 복귀하실 수 있도록 중앙지방자치단체나 구청에서 많이 관심을 좀 가져주시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게 인터뷰가 나가면 반짝하고 관심이 생길지도 잘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이 부분이 잘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감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치유를 위해 시설을 찾았던 회원들의 마음에는 또 하나의 깊은 상처가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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