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러' 양현종.. 버티는 투구에 관하여

[민상현의 풀카운트] 140km/h도 버거운 패스트볼… 양현종의 시간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흘러야 한다

사진: KIA 타이거즈 (이하 출처 동일)

- 사라진 패스트볼의 위력과 노출된 투구 패턴, 베테랑의 에이징 커브는 어떻게 전술을 잠식하는가

- 윤영철·김도현 부상 이탈로 가중된 ‘이닝 이터’의 무게… 퀄리티 스타트 너머의 본질적인 물음

- 2026년 봄, KIA 선발진의 구조적 한계와 양현종이 선택해야 할 ‘제구형 투수’의 디테일


속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KIA 베테랑 양현종의 패스트볼이 그렇다.

한때 140㎞대 중후반대를 쉽게 찍던 공은 이제 안껏 힘을 써도 140㎞ 초반에 형성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타자들의 반응은 정직하다. 방망이가 늦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나온다.

여기서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예전의 양현종은 단순했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로 끝냈다.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구조였다. 타자는 알고도 못 쳤다. 이른바 ‘지배’였다.

지금은 다르다.

패스트볼이 위협을 주지 못하니 선택지가 바뀌었다. 타자들은 편한 공을 기다린다.

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고, 공은 많아진다. 그러다 한 번씩 몰린 공이 나오면, 그건 장타로 연결된다.

패턴이 읽히기 시작하면 투수는 급해진다.

급해지면 제구가 흔들린다.

흔들리면 경기가 길어진다.

악순환이다.

2026시즌 첫 등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했고, 특정 구간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이전 시즌부터 이어진 흐름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림이다.

“버틴다”는 느낌은 있지만 “지배한다”는 인상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한가?
에이스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할까?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한다.

39살의 양현종은 11시즌 연속 150이닝을 던진 투수다.

이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로테이션을 지킨다는 의미고, 불펜을 살린다는 뜻이다.

시즌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이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문제는 기대치다.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의 양현종’을 떠올린다. 삼진으로 경기를 잠그고, 위기에서 흐름을 끊던 그 투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양현종은 그 투수가 아니다. 아니, 그렇게 던질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어떻게 던지느냐”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맞춰 잡는 피칭이다.

코스를 쪼개고, 타이밍을 빼앗고, 타자의 힘을 이용하는 방식. 흔히 말하는 ‘피네스 피처’다.

말은 쉽다.
하지만 구현은 어렵다.

공 하나하나에 계산이 들어가야 한다. 실투 하나의 대가가 더 커진다. 힘으로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양현종은 어중간하다.과거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 서 있다.

KIA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그에게 기대는 구조다.

외국인 원투펀치 네일과 올러가 버티고 있지만, 국내 선발진은 완성형이 아니다.

젊은 투수들은 부상과 기복을 반복한다.

결국 계산이 서는 카드는 양현종이다.

아이러니하다.에이스가 아닌데, 에이스처럼 써야 한다.

이 간극이 문제다.

39살 양현종에게 필요한 것은 구속 회복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완성도다.

한 경기 6이닝 3실점, 5이닝 2실점 정도

화려하지 않지만, 계산 가능한 투구다.

그게 쌓이면 팀은 버틴다.
버티면 기회가 온다.

결국 양현종의 2026년은 ‘전환의 해’다.

과거를 내려놓고,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에이스는 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투수는 남아 있다.

그리고 KIA는, 아직 그 투수가 필요하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양현종의 통산 투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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