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걷다, 봉화 축서사
조용한 지혜가 깃든 문수산 자락의 천년고찰

해발 800m, 문수산 깊은 산자락. 그곳에는 천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고찰이 있습니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에 자리한 ‘축서사(鷲棲寺)’. 이름만 들어도 독수리가 깃든 듯한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 사찰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불교 성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조용한 울림이 있는 곳입니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지만, 산과 구름, 고요한 돌계단, 그리고 오래된 불상 하나하나에 마음이 조용히 정돈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축서사의 이름과 유래, 문수보살의 지혜를 담다


‘축서사’는 독수리 ‘축(鷲)’에 깃들 ‘서(棲)’. 즉, ‘독수리가 머무는 절’이라는 뜻입니다. 불교에서 독수리는 지혜를 상징하는데요, 이는 곧 문수보살을 의미합니다.
전해지는 창건 설화도 인상적입니다. 673년, 신라 문무왕 13년. 문수산 아래 ‘지림사’라는 절에서 한 스님이 빛을 따라 산을 오르다 신비한 동자를 만나게 되죠. 그 동자는 다름 아닌 문수보살. 이후 의상대사가 이 자리에 법당을 짓고불상을 모신 것이 축서사의 시작이라 전해집니다.
3년 뒤, 의상대사는 이 축서사에서 40여 리 떨어진 부석사도 함께 창건하게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지금도 축서사를‘부석사의 큰집’이라 부르곤 합니다.
대웅전의 숨결, 천년 불상이 전하는 고요한 위엄
축서사 대웅전은 6.25 전쟁 당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된 뒤유일하게 살아남은 중심 건물입니다. 이곳에는 국보급 문화재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목조광배 (보물 제995호)
9세기 신라 하대의 조각기법이 잘 드러나는 이 불상은단정하고 안정감 있는 조형미를 지녔습니다. 옷주름은 마치 물결처럼 퍼져, 보는 이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감싸죠. 불상 뒤의 목조광배에는 조선시대 특유의 화려한 꽃무늬와 불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중앙에는 ‘옴(om)’이라는 문양도 보이는데요, 이는 만물의 근원을 뜻하는 불교의 상징입니다.

괘불탱화 (보물 제1379호)
1768년에 조성된 이 괘불은 가로 5.5m, 세로 8.8m에 이르는 대형 불화입니다. 입상 아미타불이 화려한 후광배와 함께 그려져 있어 불자의 신심을 깊이 자극하죠. 대형 회화임에도 구도와 세부 묘사가 섬세하여 예술적 감동까지 함께 전해집니다.
흩어진 유물들, 사라진 전각의 흔적들

과거의 축서사는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컸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대웅전을 포함해 보광전, 약사전, 선승당, 별당 등 여러 전각이 있었으며 산내에는 암자도 여럿 있었죠. 하지만 조선 말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의병활동과 함께 일본군의 방화로대부분의 전각은 소실되었습니다. 현재는 대웅전과 요사채 일부만 남아 있지만, 주변 곳곳에서 석등, 맷돌, 석축 등과거의 흔적들이 여전히 축서사의 풍경에 조용히 녹아 있습니다.
축서사의 문화재
석등 (문화재자료 제158호)
원래 석탑 앞에 있었으나 현재는 대웅전 앞에 위치해 있으며, 높이 약 2.3m. 조각 장식이 섬세한 편입니다.

삼층석탑 (문화재자료 제157호)
통일신라 양식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석탑으로 일제 강점기 훼손되었으나 867년 조성된 신라 후기의 탑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곳은 누구에게 추천할까요?

조용한 산사의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분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불교문화유산을 직접 마주하고 싶은 분
문수산 자락의 고즈넉한 자연을 함께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축서 사는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것입니다.
방문 정보

위치: 경북 봉화군 물야면 월계길 739
주차: 무료
입장료: 무료
운영: 연중무휴
홈페이지: chookseosa.org
전화문의: 054-672-7579
체험: 템플스테이 가능

천천히 걷다 보면, 세속의 번잡함이 저만치 물러가고 마음속 깊은 평온이 찾아옵니다. 지혜와 고요의 절, 봉화 축서사. 그곳에서 만나는 시간은 단지 여행이 아닌 한 편의 수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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