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아메바가 보여주는 놀라운 유연성
박테리아를 저장해 사육하는 아메바
환경변화에 따라 다세포생활 하기도
日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경영
최근 IT빅테크 기업보면 '아메바 경영"연상
가장 원시적인 진핵생물 '아메바'
아메바는 특이한 미생물이다. 교과서에 실린 덕분에 아메바는 미생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생명체는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먼저 구분된다. 원핵생물(原核生物, Prokaryotes)이란 핵막이 없는 생물을 뜻한다. 핵막이 있어야 세포의 핵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핵막이 생기기 전단계의 생명체이다. 이 원핵생물에는 세균과 고세균 등을 포함하는데, 고세균(古細菌, Archaea)은 최근에 세균과 분류를 달리하여 판단을 하는 생명체이다.
이 고세균에는 CO2와 H2를 메테인가스(CH4)로 전환하는 메테인 세균과 천일염전, 천연 염호수, 혹은 인공적인 염분 서식지에 있는 극호염성 세균, 45°C 이상에서도 생존하는 호열균, 지표면에서 수천m 높이나 또는 온도와 압력이 매우 높은 곳에서도 번식하는 초고온성 세균 등이 포함된다. 고세균은 바로 원시 지구에서 현재의 생명체가 탄생하기 이전의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체의 진화를 처음 시작한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진핵생물(眞核生物, Eukaryota)은 진핵 세포를 가진 생물을 말한다. 진핵세포는 세포 내에 핵을 포함해 다양한 세포소기관을 가진 세포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세포소기관에는 DNA, 미토콘드리아, 엽록체와 원핵세포들이 세포 내에서 공생하게 되면서 세포소기관으로 작동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진핵세포 내에서 각각의 업무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며 분화된 것이다. 진핵생물에 동물, 식물, 버섯과 곰팡이, 해조류 그리고 특이하게 아메바도 포함된다. 아메바는 세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메바의 가장 큰 특징 '유연성'
아메바란 넓은 의미로는 위족(僞足) 즉 가짜 다리를 가지고 있는 단세포 생물을 총칭하고, 좁은 의미로는 아메바문(Amoebozoa) 혹은 아메바속의 생물을 의미한다. 아메바는 담수나 바닷물 습지의 흙 속에 많이 살고 유사분열 혹은 체세포 분열을 하는데, 복제된 염색체가 두 개의 새포 핵으로 분리되어 또 다른 아메바가 된다. 소화방식은 다른 세균이나 미생물을 위족으로 감싸서 소화를 시킨다. 몸은 투명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보면 핵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크기는 지름 0.23㎜에서 2.5㎜이고 때로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 속에 살기도 한다.
아메바는 아메바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로 위족으로 천천히 먹이 입자에 접근하여 위족으로 감싸고 세포 속으로 먹이를 빨아들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몸안에 먹이가 들어있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것을 식포라고 하고 이 식포가 아메바 원형질 안에서 다 소화될 때까지 떠돌아다닌다.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세포밖으로 내보낸다. 아메바는 몸의 모양을 완전히 변화를 시켜서 위족이라는 발을 뻗어서 먹이를 포획한다. 즉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켜서 먹이 사냥을 하는 셈이다. 그만큼 아메바는 환경에 대한 유연성이 발달해 있다.
둘째로 아메바는 몸을 둘로 나누어서 증식한다는 점이다. 먼저 핵을 나누고 나서 이 두 핵을 중심으로 세포를 둘로 나눈다. 각각 분리된 세포는 새로운 개체로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또 다시 분리를 한다. 이 과정을 체세포 분열 또는 유사 분열이라고 하고 이 생식법을 무성생식이라고 한다. 때때로 아메바가 유성생식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기에 무성생식만 한다고 알고 있다. 아메바가 유성생식을 할 때는 암수 구별 없이 먼저 식세포가 상대방 아메바를 잡아먹고 잡아먹힌 아메바는 자신의 DNA를 잡아먹은 아메바 내에서 분산시켜 유전자를 섞는다. 그 후에 두 개체가 유전자를 똑같이 나눈 후 세포를 다시 분리한다.
아메바 같은 생명체에겐 무성생식이 효과적이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때 유성생식을 통해서 변종을 만드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빠른 분열을 통해서 개체가 급속도로 확장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멸종을 초래하기에 유성 생식을 통해서 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성생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멀러의 깔축톱'(Muller’s Ratchet:: 깔축톱이란 한 방향으로만 돌도록 만든 톱니바퀴)이론에서는, 생명체가 무성생식만 하게 되면 게놈안에 오류가 축적되어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다 죽는다. 유성생식 또는 양성 생식을 통해서 그런 오류를 줄이고 변이도 만들어서 생명체가 진화하도록 만든다. 아메바도 이런 양성 생식을 통해 개체가 살아남도록 했다.

아메바도 인간처럼 농사를 짓는다
셋째로는 농사를 짓는 인간처럼, 아메바의 어떤 종(種)은 자신의 먹이감이 되는 박테리아를 서식처 주변에 뿌려서 증식시킨 후 이를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특정 종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아메바와 박테리아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사실 아메바는 지능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미생물이지만, 이 생명체에서도 그런 공생관계를 만들고 농사를 짓는 행위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예를 들면 아메바 종의 하나인 딕티오스텔리움 디스코이듐(Dictyostelium discoideum)은 포자 옆의 생식 구조체 속에 박테리아를 갖고 있다. 생식 구조체를 박테리아를 비축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아메바가 이동시 가지고 다니는 저장고다. 이동하다가 주변에 먹이가 부족한 곳에 이르면 보관하고 있는 박테리아를 주변에 뿌려서 번식시킨다. 아메바의 '박테리아 농사법'이다.
외부 생물체인 박테리아들을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비결은 아메바가 보호막 구실을 하는 ‘렉틴(lecticn)’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해 박테리아가 아메바 몸 안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도 아메바와 공생을 하며 아메바에게 잡아 먹히기도 하지만, 다시 농사짓는 것처럼 뿌려지기에 마치 인간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도 아메바의 농사에 길들여져 진화를 하는 공생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메바 또한 바로 박테리아를 잡아먹고 번식을 할 수 있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먹이감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서 박테리아를 보존하고 생존확률을 높이도록 진화를 한 것이다.
단세포 아메바가 모여서 다세포 생활을 한다
마지막 특징으로 아메바는 알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실체가 성숙되면 포자를 주변에 뿌린다. 그러면 발아한 아메바는 주변의 박테리아를 잡아먹으면서 성장과 분열을 한다. 이때는 주로 먹이감이 풍부한 시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먹이감이 부족해지는 때에는 다시 뭉쳐서 다세포 시기로 넘어간다. 환경이 좋을 때는 단세포로 활동을 하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다세포로 변화한다.
딕티오스넬리움 디스코이듐(Dictyostelium discoideum)은 ‘사회성 아메바(social amoeba)’로 불리는데, 먹이환경이 나빠지면 아메바 수만 마리가 모여 민달팽이처럼 생긴 다세포생명체인 점균류(slime mold)로 변신한다. 이 세포 덩어리는 세포의 수축과 팽창을 동조하며 생활한다. 그 뒤 환경이 좋아지면 포자를 깨고 함께 있던 아메바가 하나씩 기어 나오면서 단세포 아메바로 변한다. 이 아메바의 특징은 단세포 생물이 어떻게 다세포 생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마도 진화론의 입장에서는 이런 다세포 시기가 길어지고 그 나름의 생존방식을 찾으면서, 다세포 동물로 진화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할 수 있다.
'일본 경영의 신'이 펼치는 '아메바 경영'
아메바가 가진 특징을 반영한 경영 전략이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출발이 되는 것이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의 '아메바 경영'이다. 교세라 회장도 이런 특징이 경영에 유용하다는 생각 때문에 이를 경영전략으로 적용하려 했다. 코세라라는 회사내에 아메바 조직이 1000개 이상으로 있다고 한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은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고 독립적으로 운영이 되며 교세라 내의 다른 아메바 조직과도 협력한다. 아메바의 특징을 경영전략과 조직 전략에 활용한 것이다.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의 중요한 특징은 단세포로 이루어진 아메바 조직이다. 환경적응력이 뛰어나서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다. 이 조직은 독립채산제로 최소의 조직이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효과적인 조직이 없다. 이는 '아메바' 또는 '셀' 단위 경영이라고 부르고 외부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다. 교세라는 이를 통해 신속하게 고객의 욕구에 맞추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이런 조직을 구상한 것도 너무나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 맞추어서 출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주로 IT 기업이나 빅테크 기업들이 고객의 세분화된 서비스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프로젝트 조직 또는 셀 조직으로 대응하면서 아메바 경영 기법을 도입했다. 이런 단위 조직은 수직이 아닌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수평조직이 가진 장점인 환경 적응력과 의사 결정 속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서 아메바식 경영을 채택하는이유다.
아메바가 몸을 둘로 나누는 증식 방법을 응용한 것이 IT 조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조직 분화방식이다. IT의 핵심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카피도 쉽고 그것을 상호 교류하며 성능을 증진시키기도 쉽다. 동일한 프로그램을 두개의 조직에서 나누어 가질 때도 고객에 맞추어서 변형을 하고 성능을 증진시키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다르게 작동하게 된다. 즉 아메바의 DNA가 복제되어 분열되듯이, 소프트웨어의 복제와 조직의 분화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탄생시키고 제품 및 서비스를 진화시킨다. 이 과정은 아메바의 분열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프리랜서를 조직내로 흡수하는 IT기업들
'셀 조직 경영방식'은 작은 인원으로 가장 효율적인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동적인 조직을 만드는 비법이 될 수 있다. 컴퓨터는 노트북 하나면 충분하고 공장이나 설비를 대규모로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직의 분화도 쉽게 할 수 있다. 아메바가 고등동물이었다면 할 수 없는 분열방식의 증식을 공장이나 설비 투자를 하지 않는 IT기업에서는 쉽게 할 수 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초기 성장을 할 때 많이 적용하는 방법이다. 끊임없이 분화하고는 가장 빠르게 시장을 창출하는 셀 조직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장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아메바가 박테리아 농사를 지어서 먹이감을 구하듯 빅테크 업체들은 외부 전문 인력들을 자유 자재로 활용한다. 근무하던 직원을 외주 용역을 하는 프리랜서로 만들기도 하고, 기존 시장의 프리랜서를 받아드려서 프로젝트 조직속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가능한 전문 인력풀을 많이 확보하고 있을수록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렇게 조직에서 분화되어 나가는 조직에 대해서 크게 방해하지도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진 전문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한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기존 조직에서 분화된 업체나 외주조직을 받아들이지만 이들이 조직내에서 일으킬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방어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마치 농사를 짓는 아메바가 단백질 보호막을 통해 박테리아의 보호와 침입을 막듯이, 그런 보안장치를 구축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보안만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끊임없이 인수합병을 하는 이유도 이것이 인수 비용 대비 시장과 기술 증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다세포 생명체로 바뀌는 아메바처럼 빅테크 기업도 조직의 필요성에 따라서 수평적 조직에서 수직적 조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때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여야 할 때 가능한 방법이다.
'아메바 경영'이 실패하는 이유
아메바 경영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회사 전체적으로 보면 통일성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기업들이 실패를 많이 했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방향성의 통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회사 전체가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셀 단위의 조직의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에 셀 조직 간에 충돌이나 이해관계가 문제가 되어서 하나의 목표로 나가지 못하고 조직이 분열될 수도 있다.
시장은 너무나 빨리 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메바 조직이 가지는 유연성이 빅테크 기업에서도 필요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통일성이 없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아메바 경영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이란 장점과 기업 전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통일성이라는 측면은 경영전략에서는 중요한 기준이다.
빅테크 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투자와 인사는 지주회사에서 쥐고, 자회사들은 아메바 경영처럼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운용이 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거대 조직이라고 하여 생존과 번성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재빨리 변화할 수 있는 기업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고정되어 있으면 몰락한다.
빅테크 산업은 4번의 변혁기를 경험하고 있다. 첫번째 시기는 대형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변화를 했던 시기, 두번째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급속도로 글로벌하게 인터넷 속도가 높아지던 시기, 셋째는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이제는 모바일로 모든 것을 하게 하는 시기다. 그리고 이제는 네번째 시기로 ChatGPT가 만들어낸 생성 AI 시대다. ChatGPT를 만든 오픈AI도 마치 아메바 조직처럼 몇 명이 안되는 조직이었다. 오픈AI가 ChatGPT를 초기 런칭하던 시기에는 조직원이 13명 정도였다고 한다. 마치 아메바 조직의 셀 단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를 인공지능의 세상으로 바꾸었고 세계 최대의 투자를 받는 업체로 변신했다. 빅테크 기업은 초기에는 아메바 조직처럼 작지만 환경적응력이 뛰어나고 철저하게 고객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시장을 열어왔다. 그리고 커지면서 거대한 조직으로 변화를 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술이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살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아메바 조직의 특징이다. 한국도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이제는 시장 및 기술혁신형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때 적용할 수 있는 조직전략이 아메바 조직 전략일지 모른다. 아메바 특징을 반영한 보다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등장하기를 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