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바이 시장에서 주요 이륜차 제조사를 꼽으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같은 일본 브랜드나 피아지오·KTM·BMW 모토라드·두카티·트라이엄프·할리데이비슨·인디언모터사이클 등 해외 제조사들이 언급된다.
선두는 단연 일본 회사인 혼다가 차지하고 있다. 혼다는 전 세계 이륜차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하며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약 1,380만 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14.7% 증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토바이 탑승 시 필수인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점유율은 어떨까. 놀랍게도 오토바이 헬멧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토종 기업 ‘HJC’로 알려졌다.

HJC는 1971년 홍진기업이 시초였다. 작은 봉제 회사에서 시작한 홍진은 1974년 ‘서울헬멧’을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헬멧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후 몇 년 만의 국내 시장을 휩쓰는 것은 물론,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6년 만에 일본을 제치고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공에는 미국의 헬멧 안전 규격 인증을 받아 낸 공이 컸다. 홍완기 회장의 동생인 홍수기 부회장은 품질 인증 시험에서 수차례 미국 교통안전국(DOT) 규격에서 불합격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인증 담당자 집까지 찾아가 반복 시험을 거친 끝에 결국 DOT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번엔 SNELL(스넬) 규격이 빠졌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스넬은 자동차 레이서였던 윌리엄 스넬이 경기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비영리 재단으로, 이들이 요구하는 규격은 안전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각고의 노력을 거쳐 5년여 만에 SNELL 규격을 취득했고, HJC는 당시 고가·프리미엄 정책을 펼치고 있던 일본 브랜드를 상대로 ‘중가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가격 정책이 통해 결국 HJC는 미국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브랜드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HJC는 2001년 유럽 시장까지 확장했다.
오랜 헬멧 제작 노하우를 살려 2012년에는 초경량 복합 쉘 구조인 PIM+(프리미엄 통합 매트릭스 플러스)를 적용한 RPHA 시리즈를 선보였다. 해당 시리즈 중 특히 RPHA 11 모델은 성능 대비 합리적 가격대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16년에는 헬멧 회사로는 최초로 Moto GP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이하 FIM)이 운영하는 Moto GP는 매년 15개국 이상을 거쳐 월드 투어 방식으로 진행되는 세계 최대, 최고의 모터사이클 레이스 대회이다. 모터사이클계의 F1(포뮬러 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한, HJC는 세계 최정상 선수들뿐 아니라 차세대 유망주들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후원을 통해 모터사이클 레이싱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모토GP의 'Cal Crutchlow'와 'Brad Binder'를 비롯해 모토2·모토3의 다수 선수가 HJC 헬멧을 착용 중이며, 모토아메리카 슈퍼바이크의 'Toni Elias', 월드 슈퍼바이크의 'Garrett Gerloff'도 HJC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X-Games 금메달리스트 'Nate Adams' 역시 HJC의 헬멧을 착용하며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HJC는 헬멧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꾀하며 세계적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그래픽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마블 캐릭터를 활용한 첫 그래픽 라인을 론칭했다.

2018년에는 DC와의 협약을 통해 새로운 히어로 시리즈 헬멧을 추가로 출시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와의 공식 라이선스를 통해 다양한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했고,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편, HJC는 2021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며 사명을 기존 ‘㈜홍진에이치제이씨’에서 ‘HJC’로 변경했다. HJC는 기술력과 품질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출액 대비 10% 이상의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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