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조 "전투는 탁월한데 고쳐야 할 게 산더미"

아직 비공개 테스트(CBT)인 만큼 완성된 게임이 아니지만 "원신과 너무 유사하잖아"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각 게임을 머릿속에서 서로 떨어뜨리려고 해도 비슷한 점이 계속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계속 비교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나마 전투를 펼칠 땐 잊혀진다. 그 순간만큼은 서로 다르다. 속도감이 뛰어나고 컨트롤 재미도 훌륭하다. 미세한 화면 진동과 사운드 효과만 더 보완한다면 손맛이 더욱더 짜릿할 것이다. 정말 2%만 채워진다면 적어도 전투 맛집으로 소문날 게임이다.
이는 기자가 '명조: 워더링 웨이브(이하 명조)' CBT를 체험하고 느낀 소감이다. 이 게임을 논할 때는 앞서 설명했듯이 원신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게임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유사한 요소가 많으니까 오버랩이 될 수밖에 없다.
CBT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한국어 번역과 상향된 퀄리티였다. 번역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지난 테스트에서 영어를 하나하나 번역하느라 힘들었는데 한국어로 보니까 속이 후련했다. 이것이 한국어 지원의 중요성인가.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캐릭터 모델링 텍스처, 각종 지형지물, 이펙트 표현 등 공을 많이 들였음이 느껴졌다. 모바일 최적화는 알 수 없어도 PC 버전 기준 이전과 비교하면 정맣 좋아졌다. 로딩 지연, 프리징 현상 등 게임을 즐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투는 역시 맛도리였다. 지스타 2023에서 시연했을 때 하루 빨리 다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역시나 정말 만족스럽다.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패링과 회피 버튼을 누르고 각종 스킬을 연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CBT 기준 명조는 외관적으로 꽤나 유의미하게 발전했지만 내실을 꼼꼼히 살펴보면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완성도가 정말 높지만 스토리, 사운드, 버그 등 수정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당연히 이 게임의 정식 버전이 어떻게 출시될 지는 알 수 없다. 개발진은 적극적인 피드백 반영과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은 대중적인 게임성, 수려한 그래픽 퀄리티, 맛있는 전투 콘텐츠만으로 2024년 최고의 서브컬처 기대작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스토리 "더빙, 번역 완료되면 다시 평가하자"

초반이고 아직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니니까 쉽사리 평가할 순 없어도 스토리가 매력적이진 않았다. 물론 이전처럼 물음표를 그리게 만드는 요소는 많이 줄었으나 90% 이상 전면 수정한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몰입감을 느낄 수 없었다.
쿠로게임즈 특징일 수도 있다.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도 장황한 세계관 개념 설명으로 초반에는 스토리로 호응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양한 지역을 제공하고 선택하는 방식이면 모를까 선형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에서 원신의 리월, 이나즈마나 붕괴 스타레일의 선주 나부, 파이널판타지14의 쿠가네 등 특정 국가 색깔이 짙으면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명조의 금주성은 붕괴 스탈레일의 선주 나부, 원신의 리월과 같이 중국풍 지역이다. 안 그래도 텍스트가 많고 알아야 할 단어와 개념도 수두룩한데 처음부터 호불호가 갈리는 중국풍이니까 더 몰입되지 않았다. 스킵 버튼은 처음부터 제공한다. 스토리에 관심이 없는 유저들에게 희소식이다.
아직 번역이 부실하고 더빙 작업도 되지 않았기에 확정적 평가는 시기상조다. 두 가지 요소가 보완된다면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만큼 정식 버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캐릭터 "디자인은 합격이다"

명조의 여성 캐릭터를 보면 "예쁘고 매력적이다"라는 생각이 곧바로 떠오른다. 남성 캐릭터들도 훤칠하고 멋있다. 당연히 작고 귀여운 캐릭터도 존재한다. 취향에 따라 캐릭터 팬심을 쌓기에 충분하다. 설지 등 디자인과 렌더링이 변경된 캐릭터들도 "되게 잘 바꿨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수정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만 현재까지 등장한 캐릭터들의 화장과 의상이 대체로 중국풍이다. 중국 게임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둔 게임인 만큼 게이머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만한 요소다.
엔진 영향인지 캐릭터들이 대체적으로 길쭉하고 날카로운 디자인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라라펠과 테라의 엘린의 차이와 비슷하달까. 앞으로 어떤 신규 캐릭터가 등장할 지는 모르지만 보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캐릭터를 선보여야 호불호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연장선으로 개인적인 편견이겠지만 방랑자의 외모가 너무 날카롭게 그려진 것도 불호였다. 방랑자 하나만을 떼어놓고 바라보면 아름답다. 간혹 귀여운 표정으로 마음을 녹일 때도 있다. 여성, 남성 방랑자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여타 RPG를 떠올려보자. 주인공들은 어벙한 얼굴로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허둥대다가 점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친다. 명조 방랑자는 예리한 눈매와 쉽게 접근하기 힘든 날카로운 외모로 설계되니까 어울리지 않는다.
■ 전투 "명조 최고의 맛집"

명조를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투의 속도감이 빠르니까 마치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에서 렌고쿠와 아카자가 싸우는 장면과 같은 느낌의 연출을 맛볼 수 있다.
다만 화면 전환 속도가 여타 서브컬처 게임보다 매우 빠르기 때문에 3D 멀미가 심한 게이머들은 어지럼증을 호소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플레이를 시켰을 때 20분 정도 즐기니까 눈이 아프다는 소감도 있었다. 자동 전투는 지원하지 않는다.
조작감은 활용 버튼이 다양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좋다. 캐릭터마다 기본적으로 E, Q, R 버튼으로 스킬을 사용하는데 각 스킬들을 적절한 순간에 사용하거나 연계하는 방식이라 컨트롤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서 Q 에코 스킬은 흔히 커스터마이징 스킬이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스킬을 지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즉, 에코는 캐릭터의 장비이자 스킬인 셈이다. 동일한 캐릭터라도 개인 취향 혹은 파티 조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사운드, 이펙트 싱크가 맞지 않는 것은 CBT 버전이니까 보완할 테지만 속도감에 비해 타격감이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정확히는 캐릭터마다 타격감 차이가 극명하다.
특히 원거리 캐릭터는 효과음, 적중 시 미세한 진동 연출, 공격 이펙트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정식 버전에서는 좋아지지 않을까.
난도는 조정 가능하다. 최고 난도 기준 어렵긴 해도 최상위 스펙까지 고려한다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스타 2024에서 타임어택 대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게임 내에 타임어택 래더보드를 제공하면 몬스터 헌터에서 유저들끼리 타임어택으로 경쟁하듯 승부욕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콘텐츠 "다채롭게 잘 구성했어"

오픈월드에서의 탐험, 필드 몬스터 및 보스 사냥, 비경, 채집 및 제작, 퍼즐 요소 등 오픈월드 서브컬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한 콘텐츠가 전부 구현돼 있다.
명조를 즐기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동 편의성이다. 절벽을 오를 때 스테미나만 충분하다면 기어가지 않고 뛰어 올라간다. 이러면 절벽의 의미가 다소 사라지지만 즐기는 입장에선 굉장히 편하다.
다음은 로프다. 맵을 이동하면서 허공에 단축키 'T'를 누르라는 반짝이는 지점을 볼 수 있다. Tab에서 로프로 설정하고 해당 방향을 바라본 후 T를 누르면 로프를 던져 빠르게 이동한다. T와 T 사이를 로프로 이동할 수 있는데 마블 스파이더맨 웹스윙과 비슷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정말 편했다.
일일 퀘스트도 보통 특정 콘텐츠를 한 번만 처리하면 완료되는 방식이라 단순하다. 일일 퀘스트로 시간을 오래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마음에 들었다.
퍼즐의 경우 단순 그림 맞추기뿐만 아니라 횡스크롤 어드벤처, 경주 등 독창적인 게임을 제공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퍼즐이 많은데 보통 주변을 넓게 살펴보면 규칙을 파훼할 수 있다.
엔드 콘텐츠는 역경의 탑, 신비한 경지, 필드 보스 콘텐츠다. 역경의 탑이나 신비한 경지는 비경과 비슷하다. 필드 보스는 자신의 파티 수준에 맞춰 난도를 조정해 성공하고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새로운 맛은 아니지만 오히려 호불호 갈리는 콘텐츠가 없어서 만족스러웠다.
물론 궁극의 엔드 콘텐츠는 에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는 몬스터를 처치해 도감처럼 모으는 방식이다. 하지만 희귀도, 세트 및 성장 옵션이 있다. 원신의 성유물, 붕괴 스타레일 유물처럼 무작위 옵션 드롭이라 꾸준하게 파밍해야 한다.
여기서는 스트레스를 조금 받지 않을까. 그나마 무음 소향으로 세트 옵션에 맞는 에코는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허들을 낮추긴 했다. 옵션에서의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행동력을 모두 소모했을 때 단순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로 끝내는 것이 아닌 오픈월드를 탐험할 명분을 제공하고 명조의 강점인 전투를 활용했다는 면에서 꽤나 괜찮아 보이는 콘텐츠다.
■ 과금 모델 "내 지갑 괜찮을까"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호요버스 게임과 동일하다. 상시 캐릭터, 상시 무기, 픽업 캐릭터, 픽업 캐릭터 전용 무기 총 4가지 뽑기로 구성됐다. 원신보다 5성 확률이 높은 것 외에는 차이가 없다.
천장은 80회 5성, 160회 픽업 캐릭터 확정이다. 5성 캐릭터 뽑기 확률은 원신보다 0.2% 높다. 상시 무기 뽑기에서는 원하는 무기를 픽업하는 기능이 구현돼 있다. 캐릭터에는 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아 아쉬웠다.
원신과 가장 큰 차이점라면 픽업 무기 뽑기권 종류, 여파의 산호를 활용한 돌파 가능 시스템이다. 명조는 상시 캐릭터 및 무기 뽑기권, 픽업 캐릭터 뽑기권, 픽업 무기 뽑기권으로 나뉜다.
굳이 픽업 무기 뽑기권을 구분해서 재화 분배 고민을 늘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뽑기권 분할에서는 아쉽지만 픽업 무기가 한 개로 제한된 구조는 원신과 비교 시 장점이다.
원신 '스타라이트'와 비슷한 개념인 '여파의 산호'로 단순 뽑기권뿐만 아니라 캐릭터 돌파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붕괴 스타레일에서 스타라이트로 상시 캐릭터를 돌파할 수 있는 시스템에 픽업 캐릭터가 추가된 개념이다. 픽업 캐릭터 돌파에 필요한 여파의 산호 개수는 360개다. 뽑기권 45개 수준으로 나름 합리적이다. 조금이나마 돌파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들었다.
뽑기 연출은 원신과 유사하다. 원신의 경우 빛이 날아가면서 보라색으로 변하면 4성, 노란색으로 변하면 5성이다. 명조도 마찬가지다. 빛이 쏘아올려지고 그 빛의 변화가 보라색, 노란색이냐에 따라 4성, 5성이 등장한다. 보라색 빛에서 5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반전 시스템은 없다.
이외 구성은 익숙한 맛 그대로다. 참고로 캐릭터 뽑기에서 무기가 등장한다. 이런 점은 붕괴 스타레일을 벤치마킹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지금 당장 평가하긴 이르지만 공개된 상점 구성을 미뤄보면 명조가 게이머들의 지갑을 지켜주는 착한 게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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