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기본소득 수혈에 공동체 생기…지역경제 활성화 ‘눈에 띄네’

지유리 기자 2025. 9.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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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범사업지 ‘연천군 청산면’ 가보니
월 15만원 지역상품권 지급
인구 유입 늘고 외식·창업 증가
정부, 인구감소 6개 군 대상
내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 실시
9월25일 경기 연천군 청산면의 한 카페 모습. 월 15만원의 농촌기본소득이 지급된 후 평일 낮에도 기본소득을 쓰러 온 손님들로 붐빈다.

“오후가 되면 동네 카페마다 어르신들로 꽉 찹니다. 커피를 마시며 서로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죠.”

주민 평균 나이 60세를 훌쩍 넘긴 인구 4000여명이 거주하는 경기 연천군 청산면. 고복순 청산면주민자치위원장은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카페’에서 찾는다.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 청년부터 백발 어르신까지 주민들이 삼삼오오 카페에 모여 웃고 떠든다. 종종 서로 계산하겠다며 기분 좋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인구가 쪼그라들면서 여러 가게가 문을 닫는 여느 농촌지역과는 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은 이런 변화가 2022년 도입된 ‘농촌기본소득’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정부의 역점사업인 ‘농어촌기본소득’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청산면 농촌기본소득을 모델로 하고 있다. 청산면 사업은 지역주민에게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뼈대다. 수령한 기본소득은 180일 이내 면 소재 연매출 12억원 이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면에 매장이 없거나 취약한 병원·약국·학원 등에 한해 사용처 범위가 군으로 확대된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서 주민 일상은 변화했다. 외식이 늘고 카페·미용실·마트 방문이 잦아졌다. 고 위원장은 마을공동체가 회복된 점을 긍정적인 효과로 꼽았다. 그는 “주머니에 돈이 생기니까 집 밖으로 나와 사람 만나는 일이 많아졌고, 이웃과 차 마시는 일이 그야말로 ‘일상다반사’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에겐 기본소득이 경기불황에서 버틸 힘이 됐다. 김해옥 ‘올리브카페’ 사장은 “기본소득 시행 이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이 늘었다”면서 “가게 매출 가운데 기본소득 비중이 꽤 높다”고 설명했다. ‘금잔디우렁쌈밥집’을 운영하는 박현숙씨도 “기본소득 입금 날이 대목”이라고 했다.

식당·미장원 등을 개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농촌은 인구 유출이 심화하면서 생활밀접업종 매장이 사라지는 곳이 많은데 청산면은 예외인 셈이다. 주민 오혜숙씨는 “예전에는 머리카락을 자르려면 읍내까지 가야 해서 불편했다”며 “가까이에 미용실이 생긴 데다 매달 기본소득까지 들어오니 미용실 가는 일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구 추이도 의미 있는 포인트다. 청산면 인구는 2021년 12월 3895명에서 올 8월 3987명으로 92명 늘었다. 군내 10개 읍·면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청산면 관계자는 “농촌에선 인구감소 폭을 줄이기 어렵다”며 “사업 기간 중 인구 증감 변동이 있긴 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어담 청산면이장협의회장은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는 주민이 많다”며 “이런 효과가 계속되려면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청산면 기본소득은 당초 5년 계획 시범사업으로 내년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6월13일 이곳을 방문해 “최초 계획은 5년 하고, 10년까지 원칙적으로 연장할 계획이었다”며 “(연장 사안을)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효과를 전국으로 확산하고자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2년간 인구감소지역 6개 군에서 실시한다. 사업 구조는 청산면과 비슷하다. 그중 기본소득 사용기한을 90일로 단축하고 재원은 정부 40%, 광역지방자치단체 30%, 기초지자체 30% 비율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예산은 2년간 총 8500억원(국고 3400억원)이 소요된다. 사용처는 관련 지침을 작성해 12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역 소비촉진 효과를 거두기 위해 사용 기한을 결정했다”며 “지역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처는 현행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지침을 기본으로 하되 일부 읍·면에 소비가 집중될 것을 고려해 분산 소비가 이뤄지도록 지침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지자체별로 엇갈린다. 전남도는 ‘전남형 기본소득’ 조례를 만드는 등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북도도 시범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남도는 도비 지원 불가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농어촌기본소득의 재정 가운데 국고지원금(1인당 월 6만원)은 고정돼 있고 도비·군비 비율은 지역 여건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도비 지원금이 없다면 군비만으로 사업 시행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인구감소지역 군이 자체 예산만으로 사업을 시행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재원 마련 방편으로 시범사업 유형에 ‘지역재원창출형’을 제시했다. 주민 주도의 태양광발전사업을 운영하는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의 사례처럼 지역 자산을 활용해 창출한 이익을 기본소득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면·리 단위 주민사업의 이익을 군 단위 복지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법적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주민 주도 사업의 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거나, 지자체가 특정 사업에 투자해서 받는 배당금을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고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규현 전남도의회 의원은 9월9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국고부담률을 70% 이상, 월 지급액을 3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남도도 9월26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간담회 자리에서 “국비 지원 비율을 높여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이번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13일까지 공모를 거쳐 17일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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