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만 : 진정한 럭셔리 리조트의 비밀, 자연주의에서 찾다
아만은 럭셔리 위의 럭셔리로 불리는 리조트예요. 얼마 전 블랙핑크의 제니가 미국 유타주에 있는 아만기리 리조트를 방문해 화제가 됐어요.
아만 정키Aman Junkie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만 중독자란 얘기예요. 아만 팬들이 자랑스럽게 자신을 그렇게 부르죠.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안젤리나 졸리, 킴 카다시안이 아만 정키로 알려져있어요.
이번 기회에 아만을 파고 들어봤어요. 아만의 최고운영책임자 롤랜드 파셀을 서면 인터뷰하기도 했고요!

아만은 1988년 설립됐어요. 태국 푸켓에 지은 아만푸리Amanpuri가 시초였죠. 지금은 세계 20개국에 33개의 리조트와 호텔이 있어요.
아만 이전에도 럭셔리 호텔들은 있었어요. 그런데 “럭셔리 호텔은 아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게 호텔업계의 평가예요.
일단 객실 요금도 입 벌어지게 비싸요. 하룻밤 숙박료는 기본이 150만~200만원 선이에요. 문화재급 독채 빌라는 하룻밤 체류비가 3000만원을 웃돈대요.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비싸다고 럭셔리는 아니잖아요?
에이드리언 제차, 새로운 개념의 호텔을 푸켓에 짓다
아만은 창업자 에이드리언 제차를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제차는 『뉴욕타임즈』통신원, 『TIME』 매거진 기자를 거쳐 자신의 미디어를 창간해요. 1961년에 『Asia』 매거진, 1970년 홍콩 기반의 여행 잡지 『Orientations』를 세웠죠.
제차는 메이러트 호텔과의 인연으로 호텔 사업에 발을 들였어요. 메리어트 호텔 경영진이 “아시아에 호텔 부지를 사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제차에게 부탁했어요. 부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제차는 직접 럭셔리 호텔 사업에 뛰어들게 돼요.
제차에게도 아마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호텔이었어요. 푸켓에서 자신의 별장 부지를 알아보던 중 정말 아름다운 야자수 숲을 발견했고, ‘별장 대신에 아주 특별한 호텔을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1988년 1월에 완공된 아만푸리는 모든 객실이 다 독채로 지어졌어요. 지금 유행하는 풀 빌라를 34년 전에 선보인 거예요. 오픈할 때 객실은 겨우 40개.
객실은 적지만 객실 당 직원 수는 리조트 업계 최고였어요. 방 하나에 전담 직원이 네 명씩 붙는 버틀러·집사 서비스를 처음으로 적용했죠.
독보적인 입지, 자연의 힘을 일찍 깨달은 눈
아만의 최대 경쟁력은 화려한 건축이 아니에요. 압도적인 자연 풍광,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장소에 자리 잡은 입지 전략이에요.
아만이 세계 33곳에 있다고 했죠. 그 중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지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라오스 루아프라방에 위치한 아만타카, 8세기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사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인도네시아의 아만지워, 스리랑카의 갈 구시가지 안에 위치한 아만갈라.
입지만 들었는데도 왠지 웅장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아만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란 뜻이래요. 제차는 아만 리조트의 입지를 고민할 때부터, 휴식이란 영혼의 충전이라는 철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요.
제차는 자신의 입지 선정 감각을 이렇게 얘기했어요.
“입지를 고를 땐 한번 가보면 충분합니다. 예스인지 노인지 바로 알 수 있어요. 머리로 아는 게 아니에요. 느낌이에요. 두번째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요. 여기서 내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까?”
_에이드리안 제차, 2019년 『태틀러』 인터뷰에서
럭셔리 리조트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아만의 리조트는 똑같은 모습이 없어요. 모두 해당 지역의 특색을 담아 새롭게 디자인하죠. 그러면서도 아만이라는 브랜드를 관통하는 디자인 키워드는 아주 뚜렷해요. 바로 미니멀리즘, 즉 절제미예요.
모든 아만의 리조트는 첫 인상이 차분하고 평화로워요. 굳이 특색을 꼽자면 방은 더욱 미니멀하다는 거? 벽이나 천장에 거의 장식이 없고, 대신 창문을 커다랗게 뚫은 경우가 많요.
이유가 뭘까요? 아만의 진짜 경쟁력은 자연 풍광과 역사적 입지에 있으니까요. 그 장소의 맥락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 객실을 심플하게 꾸며놓은 거예요.

진정한 환대, 초럭셔리 케어란 무엇인가
아만 정키들이 아만에 대해 가장 찬사를 보내는 부분은 바로 서비스예요. 롱블랙이 인터뷰한 아만의 COO 롤랜드 파셀도 서비스의 차별점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아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디테일에 대한 관심과 게스트에 대한 헌신은 쫓아올 호텔이 없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아만의 투숙객은 해당 도시의 공항에서 직원들을 만나게 돼요. 리무진에 손님을 태워서 리조트에 도착하면, 체크인 없이 바로 방으로 안내하죠.
이후엔 모든 일정을 개인적으로 보낼 수 있어요. 조식 뷔페에서 줄 서지 않아요. 개별 식당에서, 원하는 식사를 먹는 거예요. 24시간 중 원하는 때에 말이에요!
아만은 까다로운 고객 요청을 최선을 다해 들어주는 걸로도 유명해요.
“항저우에서 아만파윤이 개장할 때 일이다. 한 손님이 호텔 내 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수도승을 열번 넘게 찾아뵙고, 4개월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승낙을 받아냈다."
_이안 화이트, 당시 아만지우 총지배인
“신선한 스시를 먹고 싶다는 고객 요청이 있었다. 기한에 맞춰 리조트로 데려 올 일본인 요리사가 없었다. 매일 콜롬보 시내에 헬리콥터를 보내 스시를 공수해 왔다.”
_피에트로 아디스, 당시 아만갈라 총지배인
제차는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어.
“박수를 치는 데 왼손이 더 중요한가요, 오른손이 더 중요한가요? 둘 다죠. 호텔도 입지·건축물 같은 하드웨어와 서비스 자체인 소프트웨어가 둘 다 중요해요. 처음 방문하는 손님은 하드웨어에 끌려 옵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건 서비스에요.”
_에이드리안 제차, 2019년 『호텔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초럭셔리 리조트라는 아만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전세계 럭셔리 호텔 중에서도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궁금해져요!
2. 아난티 : 연 1조 매출 노리는 리조트의 감각, 숫자로 읽다
해외 럭셔리 리조트 아만, 너무 멀게 느껴진다고요? 국내에서도 럭셔리 리조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친구가 논현동 호텔에서 신년 파티한다고 해서 가봤어요! 학동 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복층 객실의 호텔이었죠. 벽이며 가구며 고급스럽더라구요. 아난티앳강남Ananti at Gangnam이라는 곳이었어요.
알아보니 토종 브랜드더라고요. 궁금해져서 장부를 열어봤죠. 매출 성장세도 탄탄하고, 무엇보다 올해 매출액 추정이 1조원 이상이나 되네요?! 더 알아보기 위해, 아난티앳강남을 찾아가 이만규 대표를 만났어요!
호텔 규모는 1조원 매출이라는 규모에 비해 그리 크지 않아요. 아난티가 운영하고 있는 호텔·리조트는 겨우 다섯 개. 객실은 다섯 개 업장을 모두 합쳐도 겨우 892실이죠.
잠깐, 객실이 892개인데 지난해 매출액이 3400억원이라고요? 그럼 객실 하나가 3억8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인가요!
어떻게 돌아가나 봤더니, 객실 당 매출이 높을 만해요. 호텔로 분류된 아난티힐튼과 아난티앳강남을 제외하면 아난티 리조트는 회원권이 있어야 숙박을 할 수 있어요. 회원권은 아난티 본사를 통하든, 기존 회원에게 넘겨 받든 가격이 최소 1억원이지.
매출만 높은 게 아니에요. 영업이익도 탄탄해요. 코로나 막 터진 2020년 317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아난티는 2014년 이후에 줄곧 흑자 행진이었죠.
2021년 영업이익은 597억원(영업이익률 27.2%), 2022년 1~3분기 영업이익은 799억원(영업이익률 34.2%)에 달해요.

아난티 : 여행은 설렘, 브랜드는 투자다
아난티는 2008년 등장했어요. 힐튼과 손잡고 남해에 리조트를 열었던 이만규 대표는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난티란 이름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지었어요. 무슨 뜻일까요? 사실 아무 뜻이 없다고 해요.
“원래 사람 이름도 뜻이 중요하지 않잖아요. 어감이 중요하죠. 무슨 뜻인지는 모르는데, 묘하게 설레는 느낌이 드는 이름을 짓고 싶었습니다. 여행이란 게 그런 거니까요.”
_이만규 아난티
같은 콘셉트의 아난티는 하나도 없어요. 지난해 문을 연 아난티앳강남은 요트의 캐빈을 상상하며 설계했대요. 프라이빗하고, 짜임새 있는 공간을 위해서 벽의 원목 마감재부터 소파, 욕조까지 모두 짜넣었죠.
흐르는 듯한 곡선이 복도의 천장부터 객실의 벽면, 가구 구석구석에 모두 통일된 모습으로 녹아들어 있어요.
이터널저니 : 아난티코브의 심장, 생명을 불어넣다
아난티란 이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어요. 2017년에 오픈한 부산 기장의 아난티 타운이었죠.
부산 기장. 또 한 번 아난티의 입지 전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부산, 하면 무조건 해운대였거든요. 기장의 10년간 버려진 땅을 아난티가 낚아챌 줄은 아무도 몰랐대요.
그렇게 연 기장의 아난티타운. 그 인기에 불을 지핀 곳이 있어요. 바로 이터널저니. 아난티힐튼의 지하 1층에 들어선 서점이었어요.
입구엔 마치 시간의 터널에 들어가는 것 같은 곡선의 흰색 조형물이 서 있어요. 터널을 지나면 아난티 영혼 치료소란 이름이 붙은 서점이 나오죠.
짙은 색 원목의 책장이 늘어선 여유 있는 공간. 약 500평 규모에 책을 2만여 권만 배치했어요. 책 진열 면적은 일반 서점의 절반에 불과해요. 대신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서 누구든 책을 읽을 수 있게 했어요.
이터널저니가 들어오면서 아난티는 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대중의 관심을 받는 힙한 브랜드로 거듭나게 됐어요. 뉴스를 보니, 마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2023 무라카미 하루키 스페이스’ 팝업도 진행하고 있대요.
이만규 대표는 아난티를 ‘작은 세계’라고 강조해요. 사람들이 도쿄, 런던을 간다고 하는 것처럼 “아난티 간다”고 말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대요.

3. 아원고택 : 270년 된 한옥을 자연으로 옮겨, 없던 정원을 만들다
이번엔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한옥 호텔, ‘아원고택’을 소개할게요!
전북 완주군 소양면, 종남산 자락의 아원고택은 한옥 스테이예요. 방탄소년단이 다녀가 유명해졌죠. 하지만 더 주목할 사실이 있어요. 이곳은 200년 넘은 한옥을 해체해 이축移築한 곳이에요.
마루에 앉으니 한 폭의 풍경화가 펼쳐져요. 소나무와 연못이 있는 정원, 그 너머 종남산의 능선이 완만하고 편안해요. 그윽한 풍경을 바라보며 전해갑 아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원我園.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어요. 한옥은 밖에서 봐도 좋지만, 안에 앉았을 때 더 좋거든요.
차경借景 덕입니다. 경치를 빌린다는 말이죠. 누구든 이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바랐습니다.
현대 건축 대신, 유일한 한옥에서 기회를 발견하다
공간 기획을 더 배우고 싶어 대학원해 진학해 조경을 전공하고, 현대 건축을 공부하러 세계를 여행다녔습니다.
유럽에서 깨달았습니다. ‘현대 건축은 내 길이 아니다.’ 1000년에 가까운 성당과 사탑이 즐비하더군요. 그 역사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남겼겠어요.
부러운 마음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옥이 보였어요. 우리에게도 수백 년의 이야기가 담긴 건축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알아보니 많은 고택이 폐가처럼 버려져 있었어요. 이미 사라진 한옥도 너무 많았죠. 버려진 자재로 건물을 지어 본 경험으로, ‘조선 시대의 한옥’이라는 콘텐츠를 독점하기로 결심했어요.
아원고택 : 한옥은 수백 년 이야기가 담긴 고가구다
아원고택의 한옥 네 채는 각자 다른 지역에서 왔습니다. 경남 진주 지수면에서 한옥 두 채를 옮겨 와 연하당(사랑채)과 설화당(안채)으로 만들었어요.
전북 정읍의 100년 된 한옥을 옮겨 만휴당(천지인)으로 만들었죠. 조선시대 말 전남 함평에서 서당으로 쓰이던 공간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집을 옮긴다는 게 낯선가요? 저는 한옥이 건축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명품 고가구古家具입니다.
못 하나 박혀 있지 않고, 퍼즐처럼 조립할 수 있죠. 굳이 새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 나은 자리에 옮기고 다시 조립하는 겁니다.
네 채의 한옥을 옮기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실용성을 위해 설계도 조금씩 바꿨어요. 설화당의 경우, 부엌으로 쓰이던 곳을 누마루로 바꿨습니다.
대신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200년 전 부엌에서 여러분은 지금 종남산 경치를 즐기고 계십니다.”

고택의 창은, 매일 새로운 정원을 선사한다
사실 아원고택의 핵심은 ‘창’에 있습니다. 원래 설화당이 품은 풍경을 생각해 보세요. 진주의 논이었습니다. 그것도 아름답지만, 지금은 완주의 종남산을 마주하죠.
대청마루에 앉으면 산이 나를 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작가님이 오면, 여기서 매일 같은 각도의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해요. 매일 새로운 정원이 펼쳐지거든요.
묵상 : 보이지 않는 들꽃을 찾을 때, 내 감각은 자란다
아원고택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건 딱 하나예요. ‘명상’.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낮에는 아원고택 전체에 명상하기 좋은 소리가 흐르게 했어요. 새, 바람, 낙엽, 발자국 소리가 어우러집니다.
숙소엔 TV도, 냉장고도 없어요. 음악은 들을 수 있지만 ‘너무 떠들지 마시라’는 부탁도 드립니다.
아원고택에서 하루를 보낸 분들이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은 이겁니다. 시를 쓰는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땅에 시를 쓰셨군요.”
늘 다짐합니다. 이 순간에 몰입해서 오늘을 행복하게 살면, 내일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여러분도 새로운 한 해을 이렇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이곳에 오신다면, 여러분도 30년 전 종남산을 바라본 제 마음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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