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M&A] '왕성한 현금창출력'…몸값 반등 기대되는 이유

/사진 제공=효성화학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이 본계약을 앞두고 무산됐지만 효성화학은 거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알짜 사업부'인 데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적정 시기만 택하면 1조5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잘나가던 NF3 업황 부진에 발목

효성화학은 NF3, 20%F2N2, 중수소(D2), 염소(Cl2), 염화수소(HCl) 등 다양한 특수가스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고순도 NF3 생산능력은 글로벌 화학 업체 중 상위권에 자리한다.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에 NF3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F3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이다 보니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수급 상황도 좋아진다. NF3 수요가 늘어나려면 △반도체 3D 낸드 시장 성장 △D램 미세화 및 3D 낸드 단수 증가 △증설 투자 및 제품당 공정 수 증대 등 3박자가 맞물려야 한다. 지난 2021년, 2022년 반도체 호황기가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2018년 슈퍼사이클 이후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다가 2021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깜짝 증가한 뒤 이듬해까지 성장세가 완만했다. 또 스마트폰 탑재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 주력하면서 관련 투자와 수출이 늘었다.

효성화학의 NF3 매출은 △2019년 1346억원 △2020년 1576억원 △2021년 1576억원 △2022년 1988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과 반도체 재고 소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듬해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NF3 수요도 감소했다.

하지만 NF3는 소모성 제품으로 반도체 업황이 둔화돼도 다른 후방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크게 출렁이지 않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효성화학이 판매하는 화학제품군 중에서도 마진이 가장 좋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가운데 유일한 탈출구로 특수가스사업부가 꼽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폴리프로필렌(PP) 등 주력 제품이 적자를 낸 가운데 NF3 영업이익률은 11.9%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NF3 매출은 835억원을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1684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8% 안팎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2022년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NF3 실적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수익성이 가장 좋은 사업부"라고 말했다.

/자료 제공=효성화학(단위:백만원)

2026년부터 업황 반등 전망

반도체 업황의 다운사이클로 특수가스사업부도 침체를 겪고 있지만 반등 기회는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NF3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6~2027년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 소식이 있는 걸로 안다"며 "특정 고객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향후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망 리서치 업체인 테크셋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NF3 수요는 8만톤 이상으로 같은 기간의 공급량(약 7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80% 수준이었던 NF3 가동률은 2026년 105%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 TSMC 등 대형 반도체 생산 업체들도 생산설비 투자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올해 이후 볕이 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AMOLED 패널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402억달러로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34.5%을 차지했으며 2027년에는 517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유비리서치 자료를 보면 IT용 OLED 출하량은 올해 2200만장에서 2027년 4880만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OLED 디스플레이는 세정 과정에서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NF3가 4~5배 이상 투입된다. NF3를 판매하는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OLED 패널 시장이 커질수록 유리하다.

효성티앤씨 외부차입 인수 시도 가능성

효성화학은 연내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기존 원매자와 본계약 직전에 협상이 무산됐기 때문에 눈높이를 충족시킬 다른 후보군을 찾고 있다.

효성은 계열사 간 거래까지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수여력이 있는 효성티앤씨가 대상으로 꼽힌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티앤씨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동시에 효성화학을 지배하는 주주다. 두 회사와 총수 간 연결고리가 있는 만큼 의사결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 9월 말 기준 효성티앤씨의 현금성자산(금융자산 포함)은 1837억원에 그쳤다. 당장 보유자금으로 몸값만 1조원을 훌쩍 웃도는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하기는 벅차다. 다만 유동화가 가능한 유형자산이나 매출채권이 7000억원, 연간 영업활동으로 창출하는 현금이 7280억원(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에 달하는 만큼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티앤씨가 그간 부채 최소화 등으로 재무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차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2%이며 순차입금의존도는 26.3%다. 2021년 신용평가사로부터 기업 신용등급 A+를 받은 이력이 있어 재차 평가받더라도 효성화학보다 신용도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가스사업부 딜이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지만 수익성을 놓고 보면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특수가스 업황 반등 기대감을 고려하면 계열사에 넘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