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실 보상할 테니 코인 사라" 주가조작 혐의로 고소당한 투자그룹, 코인 사기 논란 휩싸여

윤예원 기자 2022. 9. 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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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그룹 피해보상팀이라며 "손실보상 코인으로 해주겠다"
피해자들 "회사가 사명 변경하고 2차 사기치는 것 아니냐"
회사 측 "가입비 환불 후 폐업절차 밟는 중.. 의혹 사실 아냐"

지난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한 유명투자그룹을 사칭한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손실보상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투자 손실을 보상받을 생각에 코인 투자에 나섰다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유명투자그룹이 연루됐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투자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리딩방/조선DB

◇”E사 피해보상팀입니다. 코인으로 손실보상 해드립니다”

지난해 E투자그룹의 투자자문사 유료 리딩방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A씨는 최근 ‘E사의 리워드 보상팀 차모 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가 소속을 묻자, 차 팀장은 E사가 회사명을 변경했지만, 아직 E사로 알고 있는 고객들이 많아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사는 E투자그룹이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다.

이 투자그룹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300~1000% 수익률 보장한다며 수천만원의 리딩비를 받아 챙기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주식을 매수하게 하는 등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고소당한 상태다.

차 팀장은 A씨에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E투자그룹에 시정 조치가 떨어져 회원들에게 수익률 변제와 가입비를 환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당시 잃었던 손해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코인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생각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차 팀장은 계속 전화를 걸어 손실 피해를 가장한 코인 매수를 종용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 역시 자신을 E사 피해보상팀 김모 팀장이라고 소개하는 전화를 받았다. 김 팀장이 보낸 명함에는 E투자그룹의 로고가 찍혀있었다.

피해자들은 과거 자신들을 속여 가입비를 편취하고 상장폐지 위기의 주식을 사게 했던 E투자그룹이 다시 자신들을 상대로 코인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는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건 소위 ‘팀장’들에 연락했지만, 며칠 사이 번호가 정지되거나 받지 않았다.

◇주가 조작·사기 혐의 고소당한 후 회사 이름 바껴

E투자그룹은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고소를 당한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투자그룹과 E사 모두 법인명만 바꾼 채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E투자그룹은 ‘더플랜코퍼래이션’이라는 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더플랜은 ‘코스픽’이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며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법원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2019년 3월 더플랜은 E경제연구소를 흡수합병했다. 현재 더플랜 대표는 김모씨다.

E투자그룹 산하의 투자자문사였던 E사 또한 이름을 바꿨다. 대법원에 ‘E사’로 등기부 등본을 검색하면 ‘주식회사 메타투자자문’이 나온다. E사는 2021년 7월 메타투자자문으로 상호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메타투자자문 사내이사로 등록된 C씨는 2020년 6월 E사 대표로 취임했으며, 그 전에는 E투자그룹의 변호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등본에 따르면 메타투자자문 감사는 더플랜코퍼레이션 대표인 김씨다. E투자그룹과 E사 모두 과거 관계자들이 회사 이름을 바꾼 채 계속해서 운영 중인 셈이다.

현재 메타투자자문의 소재는 모호한 상태다. 온라인 상 등록지인 여의도 사무실에는 다른 회사가 운영 중이며, 등기상 등록지인 서울 영등포구 4층 공유오피스 역시 굳게 닫혀있었다. 영등포구 건물 관계자들은 올해 중순쯤 인테리어 공사와 함께 사무실이 들어서더니, 약 4개월 만인 지난달쯤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C씨는 “당시 자금 사정 악화로 회원들에게 가입금을 환불해주기 위해 사무실 보증금을 빼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증금을 빼면 해당 사무실 주소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어 공유오피스에 주소를 둔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E투자그룹을 고소한 피해자들은 이들이 회사 이름만 바꾼 채 다시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피해보상팀’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연락한 이들은 자사와 전혀 상관이 없고, 피해자들의 주장도 일방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메타투자자문의 사내이사로 등록된 C씨는 서울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메타투자자문은 금감원에 투자자문업 등록이 된 정식 금융투자업자”라며 “지금은 자금 사정 악화 등으로 올해 초 사무실 임차보증금 등 잔여 자산을 정리해 당시 계약을 지속 중이던 모든 회원에게 환불을 진행했다. 현재는 폐업절차를 진행 중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씨는 “자문업무를 할 당시는 물론, 현재도 코인 관련된 업무는 전혀 영위하고 있지 않다”며 “회원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사실이 없고 회원 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들에게 ‘회사가 폐업할 예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자문을 드리기 어렵다. 지급하신 가입금은 환불하여 드리겠다’고 안내드렸다. 기존 회원들 대상으로 회사 이름을 팔아서 코인 장사를 할 생각이었다면, 회사가 폐업한다는 사실을 회원들에게 일괄적으로 고지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투자그룹 전 대표 이모씨 측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 이씨 측은 “현재 E사라는 법인은 없어진 것으로 안다”며 “현재 E투자를 사칭하는 사기꾼들이 많다고 알고 있어, 법적 조치를 준비하며 실제 손해를 봤다는 피해자를 찾고 있다.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더플랜코퍼래이션 역시 내선 번호로 전화를 걸면 “피해보상 사칭에 주의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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