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영업현장 설계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불완전판매 방지가 당국의 방침이지만, 별도의 유예기간을 성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영업현장과 논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 대표이사(CEO) 등을 피보험자로 설정해 경영진의 유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으로, 높은 환급률과 절세효과를 강조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3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부터 불건전 영업행위의 요인을 줄인 경영인정기보험 개정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상품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업현장에서는 금감원이 지난주 관련 상품의 판매중단을 통보한 뒤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는 상품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의 경우 보험사와의 개정 논의가 우선돼야 하는데 모든 책임을 판매채널에 떠넘기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무엇보다 이 상품군을 지목해 다른 상품과 달리 건당 보험료가 높고 세무적 측면이나 CEO의 니즈 등을 고려할 경우 판매준비 기간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지만 당국에서 이런 과정을 무시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대리점(GA) 본부장(설계사)은 "금감원이 제기한 불완전판매 행위는 일부 영업채널에 국한된 것인데도 마치 설계사 전체의 일처럼 취급한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다"며 "당국이 유독 경영인정기보험에만 강한 규제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보험이나 일반보험도 계약자의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한 후 계약을 체결하는 변칙적인 영업이 빈번한데, 여기에 대한 경고 조치는 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또 당국의 제재 수준이 업계의 통념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던 설계사는 이번 조치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보험 지식만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세무적인 지식도 겸비해야 하고, 계약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책임전가 소지가 있어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기간을 설정하면 절판판매가 성행해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것을 우려해 즉시중단 조처를 내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측은 "지난 4월과 10월에 걸쳐 보험사에 자체 시정기회를 부여했지만 지나친 성과주의의 영향으로 여전히 불완전판매가 성행했다"며 "상품의 취지와 달리 차익거래 및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하는 불완전판매를 유발하는 상품구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 손금산입 방식의 절세효과가 없는 개인 및 개인사업자에게 절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등 불완전판매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상품판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손금산입=당해연도에 기업회계에서는 재무상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나 세법상으로는 인정해주는 것. 기업회계와 법인세법 간 비용에 대한 기준이 달라 비롯된 회계처리 방법의 하나다.
아울러 판매 중지되는 기존 보험상품의 광고 및 모집조직 교육자료 등을 철저히 점검해 절판마케팅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판매채널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과도한 초기 환급률로 인한 차익거래 유인 요소를 억제하고, 저축성보험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유지보너스 설계 금지 △보험금 체증은 10년 이후 합리적인 경영인 인적가치 상승 수준으로 설정 △전 기간 환급률 100% 이내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5-19조 및 [별표18]에서 보장하는 위험에 부합하는 보험기간, 보험가입 금액을 설정하고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의 위험요인을 경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영인정기보험을 취급한 4개 GA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550건의 경영인정기보험 모집건 중 보험모집인 자격이 없는 179명에게 72억원(1인당 약 40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