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없는 전기차 충전소 ‘수두룩’… 주변엔 발화물질 ‘수북’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전기차 火因 절반 ‘고전압 배터리’
금속화재는 화재 유형 분류 안 돼
D급 아닌 분말형 소화기 비치 많아
PM충전소 화재 설비도 관리 사각
뉴욕은 5개 이상 PM 보관 금지령
“리튬화재 땐 대응 말고 즉시 대피”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로 인해 불이 나면 폭발성이 강하고 진압이 어려운 리튬배터리의 안전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리튬배터리는 전기차와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 노트북 등에 들어갈 정도로 일반화돼 있지만, 화재 위험성이 높은 관련 시설의 안전기준은 미흡하다. 리튬배터리 화재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배터리 화재에 특화된 안전·화재설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의 주요 원인이지만 전기차충전소 화재설비 기준이 미비한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94건 중 51건(54.3%)이 ‘고전압 배터리’가 원인이었다.

한국화재보험협회(화보협)가 2022년 한국화재안전기준(KFS)을 제정하면서 ‘전기차 충전설비 안전기준’을 새로 넣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권고에 불과한 상태다. 화보협은 “충전설비 인근에 약제 중량 3.3㎏ 이상인 분말소화기와 C급 화재에 적응성 있으며 약제의 중량은 2㎏ 이상인 가스계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충전소가 실외에 있는 경우엔 아예 소방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등 옥내는 화재설비를 소방청이 담당하지만 실외의 경우엔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내보다 화재 위험성이 떨어지더라도 폭발성이 강한 배터리 화재 특성상 실외 화재설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터리 화재 위험이 있는 PM 충전소도 화재에 무방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PM 안전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미국 뉴욕시는 2022년 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한 장소에서 5개 이상의 PM을 보관하거나 충전하는 걸 금지했다. 프랑스 파리시도 도심 내 공유 킥보드 이용을 금한 이유 중 하나로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PM은 배터리 규격도 통일되지 않고 전용 충전기도 따로 없는 등 안전기준이 상당히 취약하다”고 했다.
특히 전동킥보드 등 PM은, 집 안에 놔두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전동킥보드 화재의 49.7%(232건)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했다. 전동킥보드 화재로 지난해 1월 울산 공동주택에서 2명이 숨졌고, 같은 해 5월엔 경북 김천시 공동주택에서 11명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인세진 우송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리튬배터리 화재는 가정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며 “과충전을 막는 등 화재 예방이 우선이고 불이 나면 대응보단 대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방화협회(NFPA)도 PM 화재가 났을 땐 ‘불을 끄려고 하지 말고 즉시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NFPA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을 출구나 현관문 등에 보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정한·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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