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새로운 상용차 시대의 막을 열다. 현대 ST1

현대 ST1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지난 4월 첫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 ST1을 출시했다. 기본 뼈대만 있는 형태인 섀시 캡을 기본으로 출시되는 이 다목적 전기트럭은 사용 목적에 따라 그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출시된 모델은 적재함을 실은 카고 모델과 냉동 탑차 버전 두 개이며, 추후 목적 기반 차량 시장이 발전하게 되면 선택할 수 있는 형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 ST1 사진 현대차

현대 ST1, SDV & PBV 시대 연다

더불어 현대차는 ST1 출시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목적기반차량(PBV) 전환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ST1을 한층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몇 가지 기술들을 함께 공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플러그 앤 플레이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ST1 내·외부에 별도 커넥터를 구성해 고객사가 특장 차량에서 차량 전원, 통신 데이터 등을 비즈니스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ST1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를 사업 조건에 맞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오픈 API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ST1은 차량 위치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의 실시간 차량 운행 정보와 차량 운행 분석 데이터 등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하게 되며, 고객사는 ST1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차량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실내에 배치된 센터 디스플레이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차량 내 화면에 자사의 전용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고객사와 차량 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앱을 함께 개발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현대 ST1 사진 현대차

골칫거리였던 충전의 불편함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측면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애초에 포터 일렉트릭의 후속 모델이 아니긴 하지만, 만약 전기트럭 구매를 고민한다면 적어도 포터를 고려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기존 포터 일렉트릭이 가지고 있었던 단점은 용량이 작은 58.8kWh 배터리로 인한 짧은 주행가능거리와 초급속 충전의 미지원으로 인한 충전의 불편함이었다. 실제로 몇 차례 충전소 대란이 불거지기도 하며 해당 문제는 꾸준히 시장에서 지적받아 왔다.

그래서일까. 출시된 ST1 카고와 냉동 탑차에는 용량과 질을 모두 높인 SK온의 76.1kWh 대용량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탑재했다. 리튬인산철이 아닌 삼원계를 기반으로 한 이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카고 기준 317km, 냉동 탑차 기준 298km까지 늘였다.

충전에 관련된 문제도 크게 개선했다. 기존 100kW급 고속 충전까지만 가능했던 포터 일렉트릭과 달리 350kW 초급속 충전 시스템도 지원해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20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참고로 포터 일렉트릭은 100kW급 고속 충전 기준 10%에서 80%까지 47분이 걸린다. 전비는 카고가 3.6km/kWh, 냉동 탑차가 3.4km/kWh다. 전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ST1 카고를 기준으로 크기가 길이 5625mm, 너비 2015mm, 높이 2230mm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치다.

현대 ST1 사진 현대차

기능성과 품질은 물론, 운전자의 안전까지 생각하다

배터리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포터와 봉고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안전에 관련된 부분도 세미 보닛 타입 설계로 해결했다. 스타리아의 전면부를 그대로 빼다 박은 ST1의 전면부는 충돌 안전에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전면 범퍼, 측면 사이드 가니시, 후면 범퍼 등 긁힘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에 블랙 컬러의 프로텍터를 적용해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련미를 살렸다. 유선형의 루프 스포일러, 그리고 캡과 적재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가니시를 통해 공력 성능도 향상시켰다.

차대는 승용 내연기관의 3세대 플랫폼을 화물 적재에 용이하게 저상화해 용달과 같은 과적 가능성이 있는 작업보다는 계획적이고 반복적인 물류 및 배송 업계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도 이를 고려한 것인지, 차체의 강성을 포터만큼 높이는 것보다는 배송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들을 추가하는 데 더 신경 썼다. 일례로 냉동 탑차의 경우 적재함 측면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후면에는 개방감을 최대화한 트윈 스윙 도어를 적용했다.

측면과 후면 도어 모두 전동식 개폐를 지원하며, 개폐 방식도 기존의 물리적인 걸쇠 형태가 아닌 승용차의 전동 도어와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적재함 후면 하단에는 스텝 보조 발판을 추가해 적재함을 좀 더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후진 시 추돌을 막아주는 후방 충돌 경고 시스템도 도입했다. ST1에 최초 적용된 이 기술은 적재함 후방 상단에 4개의 주차 경고 초음파 센서가 탑재돼 저속에서 후진 시 주변 물체와 충돌이 예상될 경우 클러스터 화면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스타리아의 외관을 지니고 있는 만큼 실내도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스타리아의 인테리어가 그대로 적용됐다. 냉동 탑차를 선택하면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냉동기를 제어할 수 있는 냉동기 컨트롤러가 탑재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성은 스타리아와 같다. 냉동기 컨트롤러는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냉동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돼 운전석에서 냉동기 온도를 확인할 수 있고 냉동기를 켜고 끄거나 온도를 설정하는 등 제어를 가능하게 해준다.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전동화 모델이 되었기에 전면부 후드 아래에 24.8ℓ 용량의 프렁크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받아도 여전히 비싼 가격,

개인 구매자의 비중이 느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이처럼 모든 부분이 포터 일렉트릭보다 크게 개선된 ST1의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미반영 기준 카고 모델 스마트 트림 5980만원, 프리미엄 6360만원, 냉동 탑차는 스마트 6815만원, 프리미엄 7195만원이다. 아직 보조금이 반영되지 않았다곤 하지만, 1톤급 준중형 트럭을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사야 한다니, 생업을 위해 구매하는 차량치곤 너무 비싸다.

이에 한동안 ST1의 판매 비중은 개인 사업자보다는 유통업계에서의 법인 구매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인즉슨 포터와 봉고의 시대가 끝나는 날이 조금 더 미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PBV 시장으로 향하는 자동차 업계의 흐름은 속도가 조금은 느려졌을지언정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출시된 ST1이 한국 시장의 도로 곳곳을 누비며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