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장항준 감독이 만들었다고?" 관객들 웃다가 눈물까지 쏟았던 영화

유쾌한 입담과 독보적인 예능감을 자랑하던 방송인에서 마침내 천만 관객 타이틀을 거머쥔 장항준 감독의 화려한 성취 뒤에는 무려 24년 전 첫 장편 연출작인 영화 라이터를 켜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초대형 흥행작을 탄생시키며 한국 영화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그의 감독으로서의 눈부신 출발점과 당시 작품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다각도로 살펴보겠습니다.

2002년 개봉작인 라이터를 켜라는 장항준 감독이 감독과 각본을 모두 도맡아 진행한 그의 첫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허봉구는 서른 살의 백수로 예비군 훈련을 마친 그에게 수중에 남은 전 재산은 고작 300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는 그 돈으로 일회용 라이터 하나를 구입하지만 화장실에 라이터를 두고 나오는 바람에 기상천외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하필 봉구가 잃어버린 라이터를 주운 사람은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무자비한 건달 보스 양철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봉구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라이터를 기필코 되찾겠다는 집념 하나로 건달 무리를 쫓아 부산행 열차에 무작정 몸을 싣습니다.

거대한 범죄 조직과 백수 청년의 쫓고 쫓기는 기묘한 추격전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극의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봉구가 탄 부산행 기차 안에서는 건달 조직이 승객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합니다.

대다수의 승객들이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주인공 봉구의 오직 유일한 관심사는 오직 자신의 300원짜리 라이터를 돌려받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처럼 극한의 위기 속에서 전혀 엉뚱한 집착을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독특한 웃음과 신선한 풍자를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당시 주연을 맡은 배우 김승우는 어수룩하면서도 뚝심 있는 허봉구를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건달 보스 양철곤을 매력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여기에 박영규, 이문식, 강성진, 그리고 충무로의 대체 불가 배우 유해진까지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를 이끄는 명품 조연들이 대거 출연해 환상적인 앙상블을 뽐냈습니다.

밀폐된 기차라는 공간에서 각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시너지는 영화가 지닌 최고의 관람 포인트였습니다.

라이터를 켜라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개봉 16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당시에도 독창적인 코미디와 사회를 날카롭게 비트는 풍자로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24년이 흐른 뒤 장항준 감독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기적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꺼내보는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옛날 코미디 영화를 넘어, 오늘날의 천만 감독 장항준을 있게 한 초심과 원동력을 증명하는 소중한 유산으로 다가옵니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호되며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