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바뀌었는데도 “방북 비용 대납” 증언, 이게 사실 아닐까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2019년 7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으로 70만달러를 줬다”고 증언했다. 방 전 부회장은 처음엔 “법정에서 진술하겠다”며 증언을 거부했지만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필리핀에 리호남이 왔냐, 안 왔냐”고 거듭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서 위원장은 “(리호남) 얼굴을 봤냐” “몇 시에 만났냐” “어디에서 만났냐”고 캐물었고, 방 전 부회장은 “리호남이 초저녁쯤 저희가 묵고 있던 (마닐라) 오카다 호텔로 찾아왔고, 호텔 후문에서 만나 회장님(김성태) 계신 방까지 안내했다”며 “준비해 간 돈은 회장님이 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서 위원장이 “위증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고 했지만, 방 전 부회장은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민주당은 김성태 전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방북 비용을 전달했다는 기소 내용이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이종석 국정원장도 리호남의 출입국 기록을 근거로 당시 그가 필리핀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방 전 부회장을 불러 이런 주장들을 확인하려 했지만 현장에 있었던 방 전 부회장은 자신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똑똑히 봤고 김 전 회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방 전 부회장 진술과 국정원 발표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닐 것이다.
앞서 대북 송금 사건 재판 때도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리호남은 북한 공작원으로서 다수의 가명과 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이 대통령의 방북비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고 확정 판결했다. 이 중 북한 송명철에게 건넨 700만달러에 대해서는 북측이 발행한 영수증도 나왔다. 쌍방울 임직원들도 자금 밀반출을 인정했다. 이 밖에 경기도 내부 문건, 쌍방울 측 보고서 등 많은 물증이 보태졌다. 당시 북측 인사가 이 대통령 방북에 쓸 차량과 헬리콥터 비용으로 500만달러를 요구했으나 300만달러에 합의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재판부는 이런 증거를 토대로 이화영씨에게 징역 7년 8개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화영씨가 수사받고 기소된 것은 지난 정권 때의 일이다. 만약 민주당 주장처럼 이 사건이 검찰의 회유와 강압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정권이 바뀐 지금 방 전 부회장이 진술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거 재판에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책임은 져야겠지만, 기업인 입장에서 위증의 벌을 받더라도 현 정권의 편을 드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방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진술을 유지했다. 방 전 부회장의 증언이 진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검찰의 증거 조작이나 정권 차원의 수사 개입이 있었다면 마땅히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차분히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에 어긋나는 어떤 증언도 물증도 인정하지 않으며 윽박지르고 있다. 마치 흑백을 바꾸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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