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러 가스에 의존한 슬로바키아.."에너지 위기로 경제 붕괴 위기"
러산 공급 끊기자 수출한 자국 전력 비싸게 되사는 신세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치솟는 에너지 비용으로 우리 경제는 죽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에너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헤게르 총리의 이날 발언은 EU 국가 수장이 지금껏 내놓은 발언 중 가장 극명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슬로바키아는 유럽 내 주요 원자력·수력 생산국이지만, 높은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보여왔다.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를 워낙 저렴하게 공급하다 보니, 러산 에너지를 끌어다 쓰고 국산 전력은 최대로 남겨 수출하는 게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직전까지 슬로바키아의 대러 화석연료 의존도는 각각 천연가스 87%, 석유 33% 수준에 달했다. 이렇게 러산 공급에 의존하면서 국산 전력은 이미 올초 매매 계약을 맺어 버린 터다.
그런데 최근 러산 공급이 뚝 끊기자 팔았던 자국산 전력을 도로 현 시세에 되사와야 하는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현 시세는 연초 판매 가격보다 약 5배 올라버린 상황이다.
헤게르 총리는 "100유로에 팔아썬 걸 500유로에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집행위원회가 역내 전력회사에 부과하기로 한 횡재세 계획은 슬로바키아에선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4일 전기·가스료 부담 경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 1400억 유로(약 195조 원)를 조달하는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가스·석유 가격 급등 마진을 즐기는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고율의 세금을 걷겠다는 게 골자이지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갈탄 발전 분야에서도 '연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슬로바키아의 원자력·수력 기업은 이 연대세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슬로바키아가 1400억 유로 조달금의 수혜처가 돼야 한다는 게 헤게르 총리의 주장이다.
EU 집행위는 가스를 전력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발전 부문 기업에 전력 판매 수익 중 180유로/MWh를 과세한다는 계획인데, 슬로바키아의 주요 발전사 슬로벤스케 엘렉트라르네가 이미 계약해버린 전력 판매 수익은 이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EU 집행위의 횡재세 세입은 EU 전체에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면서 "슬로바키아는 이 중 15억 유로를 받아야 하며, 집행위가 사용하지 않은 지역 개발 기금 50억 유로도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슬로바키아 기업들은 문을 닫게 되고, 이는 실제로 전체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행위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기업과 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전력을 국유화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치 않아도 다른 도움이 없으면 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국제 조약에는 위기 시 각국이 에너지 공급 경로를 바꿔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압박했다.
또 횡재세를 (횡재를 누리지 못하고 매매 계약을 맺어버린 자국 발전 기업이 아니라) 연초 자국이 값싸게 전력을 넘겨버린 에너지 중개인들에게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게르 총리는 "현재 에너지 요금이 평균 가계 지출의 10%를 차지해 550만(전체 인구)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재차 호소했다.
또 "기업들도 내년 전력 공급 계약을 곧 맺을 건데, 중개인들이 500~600유로/MWh로 가격을 매겨 버리면 즉시 우리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슬로바키아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10분의 1을 끌어다 쓰는 알루미늄 생산기업 슬로발코는 이미 전력 가격이 너무 높아지자 생산을 중단했다고 FT는 전했다.
EU 집행위 차원의 도움과 지원 없이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게 헤게르 총리의 호소다.
슬로바키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하향 조정됐다. EU 집행위는 슬로바키아의 성장 전망치를 올해 1.9%, 내년 2.7%로 낮췄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다만 헤게르 총리는 경제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계속 수용하고 강력한 대러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겨울 유럽이 연대하거나, 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손에 놀아나는 상황을 감수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EU 집행위가 내놓은 특단의 제안은 오는 30일 브뤼셀에서 열릴 EU 에너지장관 특별회의에서 논의된다. 이 회의에서 합의를 맺는다는 게 집행위의 목표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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