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도쿄대 캠퍼스 투어!

도쿄대학교는 국내에서 2000년대까지 ‘동경대’로 칭했지만, 요즘은 ‘도쿄대’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도쿄대학교(도쿄다이가쿠)를 줄여서 주로 ‘토다이’라고 칭한다. 일본 국립대학을 대표하는 명문대학 중 교토대도 줄여서 ‘교다이’라고 하며, 오사카대는 ‘한다이’, 규슈대는 ‘규다이’라고 부른다.

도쿄대는 세 군데의 캠퍼스가 있는데, 메인 캠퍼스라고 할 수 있는 혼고 캠퍼스는 분쿄구에 위치하며 우에노, 아키하바라, 도쿄돔과 인접한다. 도쿄 중심지에 있지만 캠퍼스 부지가 꽤 넓은 편이다. 1, 2학년 학부생들이 교양 수업을 듣는 고마바 캠퍼스는 시부야와 접하며, 혼고 캠퍼스보다는 부지가 좁아도 결코 작은 캠퍼스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지바현에 위치한 가시와 캠퍼스는 이공계 위주의 학과가 설치된 캠퍼스라고 한다. 내가 주로 다니는 캠퍼스는 혼고 캠퍼스로, 도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개강과 종강이 한 달씩 느리기에 2학기 개강일은 10월 1일이다.

어릴 적 도쿄 시티 투어 버스를 타며 도쿄의 명소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도쿄대에도 들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당시에도 ‘학교 분위기가 운치 있네, 그런데 건물들이 되게 오래됐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캠퍼스는 운치 있고 메인 건물 군데군데에서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도쿄대는 2027년에 개교 150주년을 맞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도쿄대의 상징 '아카몬'과 정문

:: 아카몬

도쿄대학교와 인접한 역은 오오에도선 ‘혼고산초메’역과 난보쿠선 ‘도다이마에’역이다.

역에서 더 가까운 후문 두 군데를 지나면 도쿄대의 상징인 ‘아카몬(붉은 문)’이 보인다. 정문보다 더 유명한 문이 바로 이곳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학생들이 드나들었지만 현재는 지반 검사 겸 보존을 위해 폐쇄한 상태라고 한다. 초록빛이 무성한 도쿄대 캠퍼스에서 이 문이 유일하게 쨍한 붉은 색을 띠고 있는 만큼, 아카몬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에도시대 때 지어진 아카몬은 당시 무사의 가문으로 들어가는 문이었고, 현재는 일본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 지금까지도 그 모습을 지키는, 유서 깊은 문화재라고도 할 수 있다. TV나 유튜브 방송에서 도쿄대 학생들을 인터뷰할 때 주로 이 아카몬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장면을 곧잘 볼 수 있다.

폐쇄된 아카몬 앞에는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카몬은 언제 다시 개방될까. 재개방 예정이 있기는 할까. 학교 다니는 동안 이 문을 지날 일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도쿄대의 상징 ‘아카몬’

:: 정문

도쿄대의 정문은 아카몬과는 다르게 철창과 (아마도) 대리석으로 되어 있다. 아카몬에 비해서는 두드러지는 느낌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위엄 있으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도쿄대 정문
은행나무길과 야스다 강당

:: 은행나무길

정문으로 들어서면 잎이 무성한 은행나무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길이 쭉 뻗어 있다. 도쿄대의 마크가 노란색과 파란색의 은행나무잎이 겹쳐 있는 형상인 만큼 이 은행나무는 도쿄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에는 이 나무들이 아름다운 초록의 향연을 보여주다가 가을을 맞이해 리즈 시절을 맞는다. 샛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캠퍼스에 운치를 더해주고, 학생들보다는 오히려 관광객들이 더 많이 모여들어 이 풍경을 만끽한다.

도쿄대 마크

이렇게 가을이 되면 은행이 풍기는 악취도 리즈 시절(?)을 맞는다. 도쿄대의 어느 학생은 ‘내가 만약 언젠가 높은 사람이 된다면 도쿄대의 이 은행나무부터 어떻게 좀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게, 나무는 참 예쁜데 그 냄새는 참….

도쿄대 혼고 캠퍼스의 은행나무길

:: 야스다 강당

은행나무 사이로 뻗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도쿄대의 또 다른 상징인 ‘야스다 강당’이 캠퍼스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채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강당은 항상 경비원이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특별한 입장 허가가 있지 않는 한 평상시에는 학생도 들어갈 수 없다. 학생들이 야스다 강당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아마 입학식과 졸업식 날 정도가 아닐까 싶다.

외벽 대부분이 붉은 벽돌로 축조된 강당 건물에 비해 입구 부분은 까맣게 때가 탄 듯 유독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이것은 1960년대 후반에 일어난 학생운동 당시 일어난 화재의 흔적이며, 당시의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그대로 보존해 두었다고 한다.

야스다 강당

도쿄대는 2024년 올해 학비 인상을 발표했다. 20년 만에, 20%를 인상하겠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는 물가와 인건비 급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인상은 학부생 대상으로, 석·박사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반발의 의미로 야스다 강당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10월까지 캠퍼스 곳곳에는 학생들이 제작한 피켓이 세워져 있었고, 그 위로는 일정 날짜까지 해당 기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임의로 철거하겠다는 붉은 글자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학비 인상에 대한 입장을 고수했다. 대안으로 학비 감면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학생은 대폭 인상된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글·사진 | 이스안

키덜트 매거진 《토이크라우드》 편집장.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미학을 공부중이다. 여행, 호러 장르, 키덜트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호러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신체 조각 미술관>, 여행서 <도쿄 모노로그>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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