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겨누고 “계속 운전해” 버스 납치한 괴한… LA 한복판 새벽 추격전

문지연 기자 2024. 9.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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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명 사망… 용의자는 현장 검거
총을 든 괴한에게 위협받는 도중 비교적 침착하게 버스를 몰고 있는 운전기사의 모습이 보인다. 뒤로는 경찰들이 추격하고 있다. /@ANGNewsLA X(옛 트위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무장 괴한은 운전기사에게 총을 겨누며 인질극을 벌이다 붙잡혔지만 타고 있던 승객 1명이 사망했다.

25일(현지시각)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45분쯤 LA 맨체스터와 피게오라 지역을 달리던 시내버스에 총을 든 무장 괴한이 올라타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괴한은 기사와 말싸움을 벌이다 한 승객에게 총을 쐈고 이를 본 다수의 승객이 버스 밖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경찰은 정차한 버스를 발견하고 기사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다. 경찰은 괴한이 기사와 승객들을 인질로 삼은 것으로 판단하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 추격전은 약 1시간 동안 계속됐는데, 경찰은 차량 타이어를 찢는 ‘스파이크 스트립’을 버스가 지나는 길에 던져 차량을 멈춰 세웠다.

괴한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버스 안에는 기사와 승객 두 명이 탑승해 있었다. 승객 중 한 명은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어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기사와 다른 승객 한 명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다친 곳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총격이 벌어진 직후 괴한은 기사에게 총을 겨눈 채 버스를 계속 몰도록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사는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며 최대한 안전하게 운행했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버스 앞 유리로 보이는 기사가 차분하게 앉아 천천히 운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LA에서는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와 전철 안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메트로 B 라인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50대 여성 승객이 찔려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보다 앞선 3월에도 총기를 소지한 남성이 시내버스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고 질주하다가 차량 여러 대와 충돌하고 호텔 벽에 부딪히는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현지 언론은 2028년에 있을 LA 올림픽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런 범죄들이 지역사회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시민은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시범 운영 중인 무기 탐지 시스템을 시내버스 등에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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