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상호관세 인하 조건 548조원 투자 제안"...작년 국가예산의 84% 규모

블룸버그 보도…美, 한미 2+2 통상협의 일방 취소

한미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를 하루 앞두고 미국이 회담을 돌연 취소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한국에 4000억 달러(약 54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협상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 전날 무역 합의를 체결한 방식과 유사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미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25.7.24 인천국제공항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국과의 협의 과정에 대미 투자액으로 4000억 달러(약 548조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금액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다.

블룸버그는 현재 한미 간 무역협상이 자동차를 포함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면서 일본이 보잉 항공기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구매한 것처럼 한국도 핵심 분야에서의 추가 구매 약속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미국과 자동차를 포함한 관세율을 15%로 인하한 무역 합의를 이룬 것이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하지 못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윌리엄 추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미일 합의)는 한국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만약 15%로 관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지만, 일본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5일 '2+2 협상'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밝혔다. 기재부는 이어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내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25일 2+2 통상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미국 측은 회담을 돌연 취소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총리는 2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 출국을 대기하던 중 갑작스런 회담 취소 소식을 접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런 가운데 방미 일정을 시작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각의 카운터파트와 접촉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재부는 "김정관 장관, 여한구 본부장의 미국 측과 협의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