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년간 쓸 석유 나온다?”...일본과 ‘7광구 협상’ 깨지면 중국만 쾌재 [한중일 톺아보기]
이 해역은 가능성 있는 석유자원 매장지로 일찍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협정 상대인 일본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협정 종료 통보 가능까지 약 9개월이 남은 시점에서 드디어 양국이 마주앉게 된 겁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응당 협정 연장 또는 종료에 대한 양측의 입장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교부와 산업부 국장급 인사가, 일본에서는 외무성과 경산성 국장급 인사가 카운터 파트로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양국은 협정의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양국이 협정 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폭넓게 논의했으며,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994년 발효된 새 유엔 해양법에 따른 ‘중간선 원칙’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7광구가 거리가 가까운 일본이 유리한 상황이 됐습니다. 일본이 주장하는 중간선을 바탕으로 조정하면 7광구가 상대적으로 일본과 가까워 관할권 대부분이 일본측에 넘어가게 됩니다.
이에 일본은 자체조사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한국측 협의타진에 응하지 않아 왔습니다. 2010년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철저히 침묵해왔죠.
최근 들어서는 협정을 종료시키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재협상 하려는 기류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재교섭 포함 제반 사정을 판단해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존 협정을 연장하고 공동으로 추가 탐사를 해 ‘경제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설령 일본이 일방적으로 JDZ 협정 종료 통보를 하더라도, 이 수역이 자동으로 일본에 귀속되는 건 아닙니다. 주변국 간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경계미획정 수역’으로 남아 특정국이 일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여론의 관심도 한국에 비해서는 훨씬 적으며 부정적 분위기가 앞서는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교도통신이 “현재는 경제성 탓에 본격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굴착 기술의 진보에 따라 장기적으론 개발이 진척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일각에선 협정 종료 시한을 앞두고 한국측의 체면 세워주기 형식으로 개최됐다고 보는 냉소적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혐한 인사로 유명한 일본 언론인 무로타니 가쓰미는 “한국인들이 JDZ를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7광구’라는 명칭으로 제멋대로 부르고 있다” 며 “실사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망상에 빠져 대(對)일 전쟁 운운한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지난 2005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보고서는 이곳에 석유 1000억 배럴과 천연가스 200조 입방 피트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모두 한국 전체가 약 100년 가량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합니다. 만약 추산이 맞다면 7광구의 석유 매장량 가치는 현재 유가(배럴당 70~80달러)기준 9000조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보고서가 정확한 실태 조사 없이 인근 동중국해 가스전과 유사한 상황을 가정하고 작성돼, 실제와 상당히 차이가 있을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실사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1980년대 소량의 가스가 발견됐고 1995년에는 1km도 안 떨어진 곳에서 중국에 의해 ‘춘샤오 가스전’이 발견되는 등 긍정적 신호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은 JDZ 인근 ‘핑후 해상 유전’ 개발에 성공해, 1998년 이후 이곳에서 하루 12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춘샤오 유전의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은채 시추생산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중국이 개발한 석유가스가 일본측 대륙붕 해저 지하의 매장부와 연결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08년 일·중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즉, 여러 정황상 JDZ 내 에너지 자원 매장 가능성이 적다고 단정 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7광구가 중국이 조사 중인 구역과 겹치지는 않지만, 가까운 곳은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협정 종료를 명분으로 7광구 일대에서 일방적으로 독자 개발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게다가 7광구 해역은 중국이 해양정책 핵심인 ‘일대일로’에 따라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기 위한 중요 관문에 위치해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등에 있어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만일 한일 협상이 파기되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입지는 강화 될 것이고 중국의 자원 시설에 대한 해군 호위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전문가들도 중국의 진출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던 한일 협력 체계가 깨지고 힘의 공백이 생기면 중국이 호기로 여겨 이 일대에서 세력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중국의 JDZ 내 탐사·개발을 사실상 억지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종료되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한중일 3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일 협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됩니다.
이번 협의 재개에는 최근 개선된 양국관계도 일정부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창건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어떤 계기로든 지금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게 됐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인 일” 이라며 “내년이 양국 수교 60주년인데, 이 문제가 잘못 다뤄지면 분위기를 망치는 변수가 될 수도 있기에 양국 모두 선제적으로 관리해야겠단 생각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성익 OECD 정책분과 부의장은 “외교적 긴장으로 논의 자체가 막혔던 지난 정부때와 달리, 개선된 관계하에서 긍정적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오 부의장은 “미국의 인태전략에서 한미일 3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 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인식이 작용했을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이달 매경 세계지식포럼에서 전직 미 국무부 관료 헨리 헤가드 베이커 연구소 연구원은 “7광구 개발에 있어 미국도 참여할 것인지 정상 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 하기도 했습니다.
오 부의장은 “지금 한일관계가 좋긴 하지만 과거 DJ때 양국관계가 역대급으로 좋았고 한국이 일본에 손내밀던 그 시기에도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했다” 며 “한일관계 고려보단 기계적 이해타산으로 나올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협상에 있어 국제법적 대비는 물론, 과거 한일간 교섭 사례들을 꼼꼼히 새겨보고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을 매우 원하는 미국을 지렛대로 삼아 협상력에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오 부의장은 “양자관계 뿐 아니라 한미일까지 다층적 외교를 통해야 한다” 며 “미국의 방관속에 협상이 종료되면,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의 활동이 보다 정당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협력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JDZ 공동 개발에 있어 미국이 보다 적극적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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