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슈퍼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성능이 좋다며 정평이 난 차들이지만 정작 도로 위에선 잘 보이지 않는 차를 뜻하는 은어인데, 오늘 소개할 차는 실제로 좋은 차지만 도로 위에선 왜 자주 안 보이나 싶은 크루즈 2.0 디젤이다. 크루즈의 디젤 사양은 한 때 '라프디' 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슈퍼카 칭호를 얻었었다. 크루즈로 개명하기 전 라세티 프리미어 시절의 별명인데, '라세티 프리미엄 디젤'의 줄임말이었다.
이 차의 특징이 한 가지 있다면, 준중형차인 크루즈에 중형급 엔진을 얹었다는 특징이다. 의외로 차체 대비 큰 엔진을 얹었기에 성능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차가 경쾌하니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디젤이라는 특성 탓에 연비도 좋았다. 디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소음과 진동만 이해하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더없이 좋은 차다. 그래서 오늘은 크루즈 2.0 디젤 중고차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격부터 짚고 가자
100만 원대 가격
우선 불경기에 맞는 차종이기 때문에 가격부터 짚고 가는 편이 낫겠다. 현재 크루즈 초기형의 디젤 사양은 최저 100만 원 중 후반대의 시세에 머무른다. 이 정도면 적당히 타다가 폐차해도 손해가 크지 않은 차종이라, 사회 초년생의 운전 연습용 자동차나 업무용으로 막 타는 차로 알맞다. 여기에 동시대 아반떼보다 두텁고 남성스러운 디자인은 덤으로 따라온다.
크루즈는 페이스리프트 사양도 있는데, 이 페이스리프트 사양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최저 200만 원 초반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크루즈는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이후 외관보다는 실내의 디자인 변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구형 모델도 꽤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지만 아무래도 신형의 실내가 더 깔끔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이후 모델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므로 이건 취향껏 선택하면 될 문제다.
차체 강성 높은 장점
하체도 탄탄한 편이다
크루즈의 단점이 있다면, 당시 경쟁 모델 대비 공차중량이 무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 없이 무거운 것은 아니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차대를 보강하며 무게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경쟁하던 아반떼 HD나 포르테와 충돌 테스트 결과를 비교해 보면 크루즈가 가장 손상이 적고 승객을 잘 보호한다는 결과도 있으니, 저렴하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내려놔도 좋을 듯하다.
하체도 꽤 탄탄한 편이라고 알려졌는데, 크루즈 자체가 GM의 여러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차종이라 여러 브랜드의 기술진이 개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체 세팅에 관심이 많던 GM 산하 오펠의 기술진이 하체의 설계와 세팅에 관여해 지금까지도 꽤 탄탄한 하체를 유지하는 개체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당시 아반떼 HD나 포르테 대비해서 고속 안정성은 더 낫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차령 경과로 인한
세금 절감 효과까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자동차는 출고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세금이 저렴해진다. 크루즈의 디젤 사양은 1,600cc 엔진이 주력인 경쟁 차종과 다르게 중형차와 같은 2,000cc 엔진을 얹어 경쟁 차종 대비 세금 측면에 불리함이 따른다. 하지만 크루즈가 단종된 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세금 역시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실제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크루즈가 평균적으로 2015년에 출고된 차들이니, 10년이 경과해 50% 감면 대상이다.
환경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단종의 길을 걷긴 했으나, 서울 도심 지역에 출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니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만 제외한다면 단점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 크루즈의 1,600cc 사양 일부는 소위 '보령 미션'과의 합이 맞지 않아 주행에 트러블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어쩌면 크루즈는 디젤 사양을 구매하는 것이 처음부터 정답이었을 지도 모른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 좋은 성능과 저렴한 유지비를 모두 갖춘 크루즈 디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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