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카메라 수리 장인' 송원봉 "국내에 단 1대..1927년산 '스파이용' 카메라, 보신 적 있나요?"(2편)
광주공원 벚꽃, 행락철 '출사' 명당자리
광주극장서 종종 영화배우 촬영
[남·별·이]'카메라 수리 장인' 송원봉 "국내에 단 1대..1927년산 '스파이용' 카메라, 보신 적 있나요?"(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송원봉 씨는 1965년 군복무를 마치고 부친 밑에서 카메라 수리 기술을 배웠습니다.
10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송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기술을 배워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형은 공부를 잘해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생활하다가 2년 전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 부친이 돌아가신 후 DP&E점 물려 받아
1960~1990년대까지 소풍, 야외놀이, 결혼식, 졸업식 때는 DP&E점에서 카메라를 대여해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1980년 광주에 충금지하상가가 조성되자 점포 한 칸을 분양받아 종전 충장로 4가 자리에서 이곳으로 이전했습니다.
송 씨는 카메라 수리에 있어서 만큼은 호남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로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그 시절 에피소드 한 토막을 들려줬습니다.
"손님 한 분이 가게에 찾아와 카메라 수리를 맡기는데 까다롭게 구는 태도가 마음에 안드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고치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그분도 화가 났던지 가게를 나가더니 결국 빙빙 돌다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맡긴 적이 있었어요."
손님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 관광지서 사진 찍어주는 '출사' 인기
당시는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이라 공원이나 유원지에 사진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 '출사'가 짭짤한 돈벌이였습니다.
봄철이 되면 광주사직공원과 광주공원은 벚꽃이 장관을 이루면서 행락객들이 몰려들어 '출사'의 명당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광주공원 충혼탑 광장은 비둘기 떼가 있어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며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또한 유원지에서의 출사와 비슷한 '스냅사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가게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사진을 찍은 다음, 이를 인화한 뒤 가게에 전시해 놓고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파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길거리 호객행위인데 생각보다 돈벌이가 괜찮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송 씨의 가게에도 2~3명의 직원들이 상주해 있었습니다.
그중 직원 한명이 돈을 벌어서 학동에서 '청춘사'라는 DP&E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는 6·25 당시 학도병으로 내려온 이북출신이었는데 수리비를 할인받기 위해 한꺼번에 10~20 대의 카메라 수리를 맡겨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학교 소풍을 따라다니며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어줬는데 사진을 잘 찍는 사진사로 광주에 소문이 났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됐으나 통일이 되면 북한 고향에 돌아가 결혼식을 올리겠다며 미루다가 당시라면 늦은 33살 나이에 결혼을 했습니다.
◇ 10년 전 가게 접고 지금은 운송업에 종사
50여 년간 DP&E점을 운영해 온 그에게 남겨진 것은 카메라 130여 대가 전부입니다.
그가 소장한 카메라는 일명 '똑딱이 카메라'에서부터 '전문가용 카메라'까지 시대별, 용도별로 다양하게 구비돼 있습니다.
그가 가장 아끼는 카메라는 1927년 제작된 135㎜필름을 사용하는 초소형 카메라로, 일명 '스파이용'으로 불리는데 한국에서 단 1대뿐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오래된 카메라는 1917년 제작된 독일산 기종인데 지인이 욕심을 내서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 2002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수필가
그의 본적지는 금남로 5가 133번지 지금 하나은행 광주지점이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남동 7번지에 37평 대지에 2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수용돼 현재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그의 가게가 광주극장과 가까워 종종 출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출사로는 영화배우 장동휘 씨와 TV드라마 '여로'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광주극장에서 공연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요청해 배우 분장실에서 촬영해줬습니다.
이들 배우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관객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는 2002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수필가입니다.
100여 편의 수필을 써놓았으나 아직 책으로 출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중 카메라에 얽힌 추억 이야기를 2024 『광주문학』 여름호에 실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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