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그룹의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철강업황 악화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아주스틸을 인수해 자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도 철강업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주스틸 정상화가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의 올해 공정자산총액은 7조2950억원으로 전년(6조7650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보다 많은 자산 증대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철강업은 중국산 공급과잉에 국내외 경기침체가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동국제강의 핵심 철강회사인 동국제강도 지난해 매출 3조5275억원, 영업이익 1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0%, 56.5% 감소한 실적을 냈다. 그룹의 이익기반인 철강산업이 악화되면서 주요 계열사의 자산도 줄었다.
그럼에도 그룹의 전체 자산총액이 증가한 것은 올해 초 인수를 마무리한 아주스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동국씨엠은 지난해 8월 아주스틸 인수에 나서 같은 해 11월 주식매매계약(SPA) 및 신주인수계약(SSA) 본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1월 절차를 마무리했다. 계약 종료에 따라 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아주스틸 인수, 동국인베스트먼트 설립 등을 포함해 총 4개 계열사가 증가했다. 계열사 동국씨엠은 아주스틸 인수로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규모의 컬러강판 회사로 도약했으며 2030년 글로벌 100만t 판매체제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동국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올 4월 총 675억원 규모의 ‘동국 미래성장 벤처펀드 1호' 결성 총회를 열었다. 동국인베스트먼트는 펀드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핵심 소재, 에너지신사업 등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초격차 프로젝트 핵심 투자 분야 관련 딥테크 및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올해도 철강업황의 비우호적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7~8월 인천공장 전체 공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공장은 연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지만 동국제강은 한계원가 이하로 가격이 형성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동국제강그룹은 철강 외에 컬러강판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는 아주스틸 정상화가 꼽힌다. 동국씨엠에 인수되기 전 아주스틸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아주스틸의 주력인 철강이 사용되는 가전 수요가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아주스틸의 부채비율은 2022년 220.1%, 2023년 466.1%, 2024년 711.2%로 급증했다.
동국씨엠은 일정 기간 자본적지출(CAPEX)을 마무리한 아주스틸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간 동국제강그룹은 전환사채(CB), 유상증자 등으로 인수 이후 1200억원을 투입했다.
동국씨엠은 1분기 아주스틸의 안정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미국 휴스턴과 호주 멜버른에 사무소를 추가로 열며 현지 대응력을 높였다. 다만 아주스틸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447억원, 영업손실 68억원을 기록해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동국제강은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을 비전으로 내세워 중장기 친환경 성장을 달성할 계획이다. 동국씨엠은 ‘DK컬러 비전2030’을 중심으로 고부가 수출 중심의 성장에 힘쓰고 있다. 양사는 철강 시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철강 제품으로 수익성 위주의 생산판매 활동에 주력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방침이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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