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 베꼈네, 가만 안 둬"…칼 빼든 닌텐도·전쟁 중인 韓
日 닌텐도, '팰월드' 개발사 포켓페어에 소송 제기
"복수의 특허권 침해, 지적 재산 보호 위해 조치"
넥슨·엔씨, 다크앤다커·리니지 IP 관련 공방 이어가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전세계적으로 ‘닮은 꼴’ 게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IP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여러 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작권 공방을 펼치는 국내외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곳은 물론, 출시 전부터 표절 논란에 휘말려 개발 자체가 무산된 사례도 나왔다.
해외 게임사 중 저작권을 두고 소송에 나선 곳은 일본의 닌텐도다. 글로벌 유명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IP를 갖고 있는 닌텐도는 지난 18일 일본 개발사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포켓페어는 ‘포켓몬 닮은 꼴 게임’으로 주목받은 게임 ‘팰월드’를 개발했다.
닌텐도는 “포켓페어가 개발한 팰월드가 복수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어 침해 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사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팰월드는 지난 1월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Steam)’과 ‘엑스박스’ 콘솔 버전으로 출시돼 크게 흥행했다. 포켓몬과 유사한 몬스터인 ‘팰’을 원작의 ‘몬스터볼’과 유사한 기기로 붙잡아 길들이는 방식 등 전반적으로 포켓몬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하고 물건을 제작하는 오픈월드 생존 게임 요소나 팰이 총기를 들고 전투를 하는 등 여러 게임의 요소를 섞은 점은 다르다.
다만 닌텐도는 포켓페어가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 배상 규모와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포켓페어는 이번 소송을 거대 게임사와 인디 개발사와의 다툼으로 구도를 잡은 모습이다. 포켓페어는 “소송 통지를 받았지만 우리가 침해한 것으로 고소된 특정 특허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는데 방해받거나 낙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전쟁’ 중인 韓
국내 게임사들 또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과거 ‘P3 프로젝트’ 개발진이 퇴사한 뒤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해 선보인 ‘다크앤다커’를 두고 사내에서 개발하던 내용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P3와 다크앤다커의 구성요소가 다를 뿐만 아니라 유사해보이는 것들도 장르적으로 통용되는 특징이라고 맞서고 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의 소송은 다음 달 24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자사 대표 게임인 ‘리니지’ IP를 중심으로 웹젠(069080)·카카오게임즈(293490)와 두 차례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이어가는 중이다. 엔씨는 지난 2020년 웹젠이 출시한 ‘R2M’이 리니지M의 주요 콘텐츠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다만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행위에 해당한다며 웹젠에 서비스 중단과 손해배상 1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웹젠은 항소장을 제출했고, 엔씨 또한 지난 6일 배상금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려 강경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표절 논란으로 개발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지난 8일 국내 개발사 디나미스 원은 앞서 넥슨게임즈(225570)가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블루아카이브’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게임 정보를 공개한 지 8일 만에 자사 ‘프로젝트 KV’를 자진 중단했다. 디나미스 원은 블루아카이브 개발진이 모여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IP를 둘러싼 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일 경우 차별성을 두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IP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과 웹툰, 영화 등 IP를 확장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로 IP를 보호하고 새롭게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급증하는 모양새인 만큼 향후 법적 공방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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