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해군이 오래된 호위함을 첨단 무기로 무장시키는 대규모 현대화 프로젝트에 한국 방산업체들이 핵심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말레이시아 해군의 주력 함정 업그레이드에 참여하면서, 한국 해상 무기 시스템의 우수성을 동남아시아에서 다시 한번 입증할 기회를 얻었죠.
25년 된 노장 호위함, 첨단 무기로 다시 태어난다
말레이시아 해군이 보유한 레키우급 호위함 KD 제밧과 KD 레키우는 1999년 취역한 베테랑 군함입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와 지역 안보 위협 증가로 인해 전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죠.

말레이시아 당국은 10년 전부터 이들 호위함의 현대화를 논의해왔고, 올해 드디어 예산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업그레이드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6월 19일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호위함 현대화 계획을 보면, 단순한 수리 차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전투력 증강 프로젝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무기 체계를 완전히 교체하고 최신 전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죠.
LIG넥스원 '해궁', 함정 방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이번 현대화 사업의 핵심은 LIG넥스원이 개발한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해궁'(K-SAAM) 도입입니다.

해궁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함정 방어무기로, 기존에 운용하던 미국 레이시온의 'RAM' 미사일을 대체할 예정입니다.
해궁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함유도탄과 항공기 요격은 물론이고, 필요시에는 적 함정까지 타격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이죠.
수직발사 방식을 채택해 360도 전방위 발사가 가능하고, 이중 탐색기를 적용해 악천후나 전자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말레이시아 해궁 수출을 위해 오랜 기간 현지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고, 이제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한화시스템 CMS, 함정의 두뇌 역할을 담당
함정 전투체계(CMS)는 말 그대로 군함의 중추신경계 역할을 합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CMS는 함정에 탑재된 각종 센서를 통해 동시에 접근하는 여러 위협을 감지하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함포와 미사일 같은 무기 시스템에 명령을 내려 위협을 제거하는 통합 지휘소 역할을 하죠.
흥미로운 점은 말레이시아가 기존에 자국 방산업체인 마린 크레스트 테크놀로지(MCT)가 개발한 CMS를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현대화 과정에서 한화시스템의 CMS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한국 전투체계 기술의 우수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K-VLS와 NSM, 완벽한 국제 협력의 산물
호위함 현대화에는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도 포함됩니다.

K-VLS는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모듈식 발사대로, 해궁 미사일의 운용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이와 함께 노르웨이 콩스버그가 개발한 해군 타격 미사일(NSM)도 장착될 예정입니다.
콩스버그는 이미 2018년 말레이시아 왕립 해군에 NSM을 공급하기 위해 1억 2500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NSM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함 지대지 미사일로, 적 함정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제공하죠.
지정학적 위험 증가, 방위비 지출 확대로 이어져
말레이시아가 대규모 군 현대화에 나선 배경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이 있습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필리핀 남부 극단적 이슬람 세력의 무장 침투 위험도 상존합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안보 불안까지 겹치면서 방위력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죠.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군 현대화를 위해 무려 120억 링깃(약 3조 8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이는 말레이시아로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로, 국방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국 방산,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 확대 기대
이번 말레이시아 호위함 현대화 사업 참여는 한국 방산업계에게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화시스템이 현지 업체가 개발한 CMS를 대체한다는 것은 기술적 우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죠.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 방산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승인된 조달 품목에 육군용 105mm 자주포,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항공기 시스템 등을 포함시키는 등 지속적인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방산업체들에게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루무트 해군 조선소에서 진행될 호위함 개조 작업이 완료되면, 25년 된 노장 함정이 최첨단 무기 시스템을 갖춘 현대적 전투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한국 방산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