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청자위원 "파리올림픽 보도, 성소수자 혐오 만연한데 방아쇠 당겨"
8월 시청자위원회 "해석보단 싸움 지적하는 쉬운 보도" 비판 나와..."SBS뉴스가 적극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 지적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SBS 시청자위원회에서 분열된 광복절 기념식과 윤석열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비판적 해석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리올림픽 중 성차별적 보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SBS가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8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영욱 위원(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은 지난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과 윤 대통령의 경축사 관련 SBS 보도에 비판적 해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광복절 기념식은 '친일 뉴라이트 인사'로 논란이 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부 주관 행사와 광복회 주관 행사로 나뉘어 개최됐다.
김 위원은 “SBS 보도에는 분열된 경축식에 대한 평가나 분석은 없었다”며 “SBS가 보도 말미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인용해 이 사안을 '여야 갈등과 대결'로 축소하는 듯 마무리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나 관련 전문가에게 경축식 분열상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물을 수도 있었다”며 “복잡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해석이나 의견 제공보다는 '서로 싸우고 있다'는 지적이 쉽고 간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8·15 통일 독트린'이라는 통일 담론을 발표한 윤 대통령 경축사 관련 보도 <①새 통일 담론 배경은? ②경축사 일본 언급 없었던 이유는?>에 대해서도 “통일 과제가 실현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타당하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수립된 정책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나 비판적 평가도 없었다”며 “대통령실의 설명을 비판과 평가 없이 그대로 전달해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을 대변하기 보다는 통일 문제 전문가 등의 평가와 해석을 함께 제시해 시청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보도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일본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SBS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설명을 전달한 것에 그쳤고, 야권의 비판을 전달하는 보도로 끝맺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시민들 반응이나 외교, 역사, 일본 전문가의 해석과 평가는 없었다”며 “SBS가 쉬운 길을 가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한 손석민 뉴스혁신부장은 “두 개의 행사가 열린데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는 '해방 후 첫 따로 경축식'의 맥락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때문에 첫 꼭지에서 사태의 핵심과 정부 행사, 대통령 경축사 주요 내용을 전했고 다음 꼭지에선 별도 기념식 진행 상황, 광복회장의 구체적 정부 비판 언급들, 강원도 경축식의 갈등 상황, 독립기념관 경축식까지 다뤘다. 대통령 경축사에 일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첫 꼭지에 이어 기자 연결을 통해 대통령실의 설명과 야권의 비판을 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손 부장은 이어 “'8·15 독트린'의 실효성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방송사 메인 뉴스 특성상 제한된 여건에 당일 발생한 내용들과 여야 정치권의 평가 등을 모두 담아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성차별 보도 지적도 “성소수자 혐오 만연한데 방아쇠 당겨”
파리 올림픽 관련 성차별적 보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희영 위원(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 선수의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부 경기 출전을 다룬 <여자 복싱 경기에 XY 염색체 선수?…결국 46초만에 기권> 보도에 대해 “보도 제목과 자막에서 성별과 염색체에 대한 단순한 접근이 우려스럽다. XY 염색체에 대한 언급의 출처는 IBA 회장의 증언이 전부”라며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는 비방, 혐오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XY 염색체 선수'라는 표현은 성별에 대한 사회적 무지를 그대로 반영한 관점”이라며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분위기에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기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BS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의 인터뷰 코너 '챗터뷰'에서 임시현 선수에게 “턱에 활 자국이 있다”며 “시술할 생각 없냐”고 질문한 것을 두고도 김 위원은 “외모에 대한 묘사나 코멘트는 남성 선수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성차별적 보도”라고 했다. 임시현 선수와 남수현 선수가 맞붙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 영상을 올리며 <임시현, 안산 언니 보고 있나>라는 썸네일 제목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안산 선수와의 대결 구도를 만들며 전형적인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반영한 문구”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손 부장은 “방송 뉴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뉴스 콘텐츠 역시 표현 하나하나에 더 신중을 가하겠다”며 “민감한 이슈일수록 더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뉴스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전 검수를 진행했지만 단기간에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보기 불편한 내용과 썸네일 제목을 모두 걸러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제작물에 대한 모니터 기능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장현규 위원(서경대 인성교양대학 초빙교수, 전 SBS 보도본부장)은 안세영 선수와 배드민턴협회 관련 보도가 대부분 “발생을 따라가거나 재탕한 기사들”이라며 “기자들을 통해서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뉴스만 보더라도 SBS뉴스가 적극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수동적 뉴스 제작자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저널리스트가 만들어낸 SBS뉴스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 부장은 안 선수의 작심발언 직후부터 비중있게 보도해왔다며 “안 선수가 모든 언론에 대한 1대1 취재를 사실상 거부한 상황에서 SBS는 소속팀 관계자와 국회의원실 등 가능한 취재원들을 동원해 실체에 접근하려 했고 이를 통해 타사와 차별화된 보도를 해왔다. 후속 취재는 스포츠취재부를 통해 진행 중인 만큼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이밖에도 S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SBS는 지난 5월 조직개편 과정에서 시사교양본부와 라디오센터를 합쳐 제작본부로 통합하고, 본래 시사교양본부 산하에 있던 '시사교양국'을 개편 후 제작본부 산하 '교양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에 SBS 내부에선 시사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측은 큰 의미 없는 변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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