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니 편법증여?…수도권 이상거래 '397건'

채신화 2024. 10.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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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대책 이후 서울 1차 현장점검
수도권 기획조사도…수사 의뢰 속속
직거래서 미등기 등 160건 적발도

# 공인중개사 A씨는 서울에 소재한 한 아파트를 인터넷 포털에 매물 등록(표시·광고) 했다. 등록 당일 아파트가 팔렸지만 2주 뒤에나 거래 신고를 했고, 그 사이 해당 매물을 삭제했다가 재등록하기를 7차례 반복했다. 이른바 '미끼 매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서 이 같은 유형을 포함한 주택 위법 의심 거래 397건을 적발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편법 증여를 하거나 집값을 띄우기 위해 거래 신고를 늦추는 사례 등을 다수 포착했다.   

직거래 조사에선 미등기 거래 등 160건의 위법 의심 거래 덜미를 잡았다.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현장점검을 확대하고, 기획부동산 및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2024년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이상거래 70%는 '서울'

국토교통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8·8대책) 후속 조치로 실시한 '2024년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1차 현장점검 및 기획조사' 결과 총 397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금융위원회, 국세청, 지자체,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8월13일부터 9월27일까지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및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1차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대상은 '올해 계약건'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조사 대상 단지 선정 기준에 대해 "우선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고 판단되는 6개 자치구를 집중적으로 보고 이상 거래, 위법이 의심되는 것들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도권 전체를 들여다보는 기획 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위법이 의심되는 397건의 거래, 위법 의심 행위 498건(한 건의 거래가 다수 법률 위반)을 적발했다. △편법증여, 법인자금 유용 등 315건 △계약일 거짓신고 등 129건 △대출규정 위반, 대출용도 외 유용 등 52건 △중개수수료 초과 수수 2건 등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임차인을 내보냈다가 다시 입주시킨 사례도 있었다. 매수인 B 씨는 서울 소재 한 아파트(감정평가액 22억원)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했으나, 선순위 임차보증금(8억5000만원)이 있어 대출이 불가했다. 

해당 아파트는 규제 지역에 위치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한도가 11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매수인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임차인(매수인의 아버지)을 주소지에서 전출시킨 뒤 대출을 받고 다시 전입하게 했다. 이는 대출 규정 위반으로 의심돼 금융위 통보 대상이다. 

적발 거래 건수의 68.5%(272건)는 서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52건 △송파구 49건 △서초구 35건 △용산구 23건 △성동구 20건 △마포구 18건 △영등포구 12건 △광진구 11건 △기타 52건 등이다.  

경기도는 △성남 분당구 29건 △하남시 14건 △용인 수지구 7건 △광명시 5건 등 총 112건(전체의 28.2%) 적발됐다. 인천은 △연수구 6건 △서구 4건 등 13건(전체의 3.3%)의 이상 거래가 포착됐다. 

국토부는 적발된 위법 의심거래의 위반 사안에 따라 국세청, 금융위, 행안부,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거나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2차 현장 점검(11월15일까지)은 1기 신도시와 서울 전체 지역, 3차 현장 점검(12월27일까지)은 기타 경기·인천 및 이상 거래 집중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부동산거래 위법의심 행위 1차 현장점검·기획조사 결과/그래픽=비즈워치

'집값 띄우기' 막는다…연말 대책 마련 

국토부는 미등기 아파트 거래 및 직거래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미등기 거래는 잔금을 치르고도 등기를 치지 않은 거래로, 의도적인 '집값 띄우기' 등 이상 거래일 수 있어 눈여겨보는 거래 유형이다.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따르면 주택 매매계약 잔금일 이후 60일 이내 소유권이전 등기를 신청하게 돼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하반기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 18만7000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미등기 거래는 총 518건(전체 거래의 0.28%)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2597건(전체 1.57%)과 비교하면 약 56% 감소한 수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 조사도 하고 지난해 1월 계약건부터 등기 여부, 등기 일자 등을 같이 공개하면서 미등기 거래가 확연히 줄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에 조사한 미등기 거래신고건에 대해 신고관청(시·군·구)에 통보해 허위신고, 해제 미신고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치와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거래 신고 건에 대해서도 미등기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잔금일 기한이 과도한 거래에 대해 연내 별도의 실거래가 공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금일이 길면 길수록 거래 해제 확률이 높아지는 패턴이 있다"며 "시장에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2023년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를 기획 조사한 결과 편법증여, 대출자금 유용 등 위법이 의심되는 160건의 거래(위법의심 행위 209건)를 적발해 국세청, 금융위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지난해 아파트 전체 거래(42만6445건) 가운데 직거래는 4만8998건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한다. 

기획부동산 및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에도 착수한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속이거나 단기간에 여러번에 걸쳐 지분을 매도하는 등을 말한다.  

국토부는 2020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전국 토지거래분 중 △개발가능성이 낮은 토지의 지분거래 △특정시기 동안 다회 거래 △특정시기 동안 가격 상승폭이 큰 거래 등을 선별해 조사를 실시한다.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센터'의 기획부동산 집중신고 기간 운영(올해 3~6월)을 통해 접수된 피해 사례와 서울·수도권 개발제한구역 및 인근지역의 투기 의심거래 등을 포함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는 올해 7월까지 부동산 거래분을 대상으로 △차입금 과다 거래 △ 다수 지역 거래 △단기 보유 거래 등을 선별해 실시할 계획이다. 기획부동산 특별조사 및 외국인 부동산 이상거래 기획조사는 연말까지 실시해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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