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제’ 요구에도 SC·씨티, 해외 본사에 2300억원 배당

SC제일은행 1600억원, 한국씨티은행 732억원 배당 결정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이 17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2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해외 본사 송금하기로 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2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금리 인상에 힘입어 거둔 막대한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논란을 일으키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과도한 배당 자제를 요구한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16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배당은 오는 3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해당 배당금은 전년(8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이자 이익 증가로 순이익(잠정)이 39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1279억원) 대비 3배 넘게 벌어들였다.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15일 정기 이사회에서 732억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30일 주총에서 배당 계획을 확정하고, 오는 4월에 배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9년에 652억원, 2020년에 465억원을 배당했다. 2021년에는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로 희망퇴직 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배당금 전액은 해외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영국에 위치한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의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회사로, 지분율은 99.98%다.

주요 외국계 은행의 이같은 배당 확대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배당 자제 요구를 무색하게 하는 행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며 "또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