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의 대표 중형 세단 말리부가 2024년 11월, 약 6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생산 종료됐다. 조용히 퇴장한 이 소식은 자동차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말리부는 북미와 한국 시장에서 캠리, 쏘나타, K5 등과 경쟁하며 중형 세단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표 모델이었기에, 이번 단종은 하나의 시대가 마무리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말리부의 퇴장은 시대 변화 속에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은 SUV와 픽업트럭 중심으로 재편되며 중형 세단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쉐보레 또한 수익성 낮은 세단을 유지하기보다는 SUV와 전기차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고, 결국 말리부는 GM의 전동화 중심 재편에 따라 역사 속으로 물러나게 됐다.

말리부가 생산되던 캔자스 페어팩스 공장은 향후 볼트 EV 후속 모델과 캐딜락 전기 SUV를 위한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 중이다. 이런 변화는 말리부처럼 하이브리드나 전기 파워트레인 없이 내연기관만 유지해온 모델에겐 치명적이었다. 한때 연간 20만 대 이상 팔리며 중형 세단 시장을 대표하던 모델이었지만,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 셈이다.

그러나 말리부라는 이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최근 등장한 2026년형 ‘말리부 EV’ 예상 렌더링은 다시금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기역학적 라인, 날렵한 LED 헤드램프, 미래적인 리어램프 등 최신 전기차 감성을 담은 이 디자인은 테슬라 모델3나 현대 아이오닉6와 유사한 실루엣을 보이면서도 쉐보레 고유의 균형 잡힌 비례감이 살아 있다.

관건은 GM의 전략이다. 현재는 SUV와 픽업 중심의 전기차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어, 말리부 EV의 출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기 세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모델3, 아이오닉6, BYD 씨일 등 경쟁 모델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만큼, 쉐보레도 말리부의 부활 카드로 반격할 수 있다.

중형 세단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많지만, 전기차 시대에서는 세단형 차체의 장점이 오히려 더 부각된다. 낮은 공기저항과 효율적인 무게 중심 구조는 EV와 찰떡궁합이다. 지금은 말리부의 ‘종료’가 선언된 상황이지만, 전기차로 돌아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만약 그 이름이 돌아온다면, 말리부는 또 한 번 쉐보레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