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썰전] 야구는 레저인가

올해 유독 심상치 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KBO리그.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열기에 힘입어, <더그아웃 매거진>은 케케묵은 옛 코너를 다시 꺼내 봤다. 그 어느 때보다 ‘야구 이야기’가 활발한 요즘, 에디터들도 그에 가세해 보기 위함이다. 진지함은 잠시 덜어낸 채, 한없이 가벼워진 에디터들의 야구 대담을 담은 ‘더그아웃 썰전’. 시즌 2로 돌아온 본 코너의 처음 역시, 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오래전부터 던져 온 농담에서 시작해 보려 한다. 야구, 레저라고 놀려도 되는 걸까? (6월 10일 작성)

에디터 전윤정 사진 KIA 타이거즈

수리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더그아웃 썰전’ 코너입니다. ‘썰전’ 시즌 2 첫 주제는 ‘야구는 레저인가?’로 잡아 봤어요. 야구가 진짜 레저인지 아닌지보다는, 레저라고 조롱받는 것이 타당한지를 중점으로 얘기 나눠볼게요!

랜디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축구나 농구같이 비슷한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야구는 너무 루즈하고, 그 재미도 야구에 빠진 사람들이나 아니까요. 제삼자가 봤을 땐 활동량이 적으니 레저라고 불릴 만하지 않나요?

철웅 저는 레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야구는 충분히 ‘스포츠’죠. 레저의 기준이 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그 기준치를 모든 스포츠 중 활동량이 제일 큰 축구나 농구로 잡으면 거의 모든 종목이 스포츠가 아니게 되겠죠. 그거로 레저라고 하는 건 좀 가혹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리 이거 무게감 없이 말해도 되죠? 저는 좀 다르게, 야구는 ‘엔터’라고 봐요. 구기 종목을 보러 가면 선수들 유니폼을 팔잖아요. 근데 야구장에 가면 유니폼 마킹 창구는 기껏해야 한두 갠데, 선수들 사진이 든 포토카드 기계는 못 해도 네다섯 대 이러니까. 요즘은 예전에 비해 선수의 실력보다는 유튜브에서 누가 더 말을 잘하는지, 누가 더 잘생겼는지가 주목받는데 이건 이미 야구가 엔터의 영역으로 넘어와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호걸 저도 그 논리에 살짝 얹어볼게요. 스포츠라 하는 건 보통 ‘운동’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근데 운동이라면 적어도 심장이 뛰고 심박수가 올라야 할 텐데, 야구선수들이 심장 뛸 때는 볼카운트 몰렸을 때, 투수가 주자 만루 만들었을 때가 대부분이잖아요. (또리: 사실 팬들 심장이 더 뛰죠.) 그러니까 스포츠가 아니라고 하는 놀림에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누리 지금 철웅 님만 혼자 레저가 아니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토론이 되나요? (또리: 평소에도 외로우실 텐데, 참.) 그럼 제가 편들어드려야겠네요.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기준을 스포츠의 영역으로 정하면 스포츠에 들어가는 운동이 몇 개 없을 거로 봐요. 매 순간 뛰어다녀야만 스포츠라면, 골프? 당구? 전부 스포츠라고 칠 수 없죠. 요즘 인기 많은 e스포츠, 어찌 보면 그냥 컴퓨터 게임인데 스포츠라는 말을 붙여주잖아요. 물론 야구가 축구나 농구에 비해 경기 수도 많고 시간도 길어서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그 수많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선수들이 종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타격 연습을 한단 말이에요. 이렇게 일생을 야구에 바쳐 왔고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두고 레저 즐긴다고 폄하하는 건 너무하다고 봐요.

수리 이제 위장 견해 말고 본심을 말씀해주시죠.

누리 아, 완전 레저죠! (장난) 축구 경기 시간이 한 시간 반밖에 안 되는데 왜 매일매일 못 하겠어요? 미친 듯이 뛰느라 힘들고, 거칠고, 다칠 위험도 훨씬 크잖아요. 근데 야구는 경기 끝나고 나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널브러지지 않잖아요. 그리고 또, 그런 축구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경기를 강행한단 말이에요. 근데 야구는 비 좀만 오면 취소하고. 비 왔다고 나중에 더블헤더를 하는데 애초에 그게 가능하다니 너무 편하잖아요.

랜디 완전 공감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각종 프로스포츠가 중단되고 생활 체육 야구 마저 제한됐을 때 한 생활 체육 야구인이 호소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야구만큼 신체 접촉이 없는 운동이 어디 있다고 제한을 해”라며… 그만큼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격렬한 움직임이 적으니까, 상대적으로 보면 레저라고 하는 것도 아예 틀린 수식어는 아니라고 봐요.

수리 결과적으로 철웅 님이 혼자가 돼 버렸네요. 근데 저는 레저는 아니라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오늘날에는 스포츠가 신체적인 운동만을 일컫는 범주가 아니거든요. 아까 얘기 나온 e스포츠도 그렇고, 바둑, 체스 같이 머리를 쓰고 전략으로 승부하는 것도 스포츠로 보잖아요. 물론 비슷한 구기 종목인 축구와 농구에 비하면 선수들 개개인의 활동량이 적어서 여유 있어 보이지만, 순간순간 플레이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면 상당히 역동적이고 짜릿해요. 규칙이 복잡하고 전략 싸움의 영역도 커서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있고, 그 운동량도 많은 경기 수로 밸런스를 맞춘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이 야구를 ‘취미’로 한다면 그건 레저겠지만, 야구를 평생 업으로 삼아온 사람들을 두고 레저 한다고 놀려도 되는 걸까요?

철웅 유난히 야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조롱을 많이 당하는 것 같아요. 막말로 ‘양궁이나 사격은 가만히 서서 쏘기만 하니까 신선놀음이다!’ 하면 말도 안 되지 않습니까. 이런 종목들과 비교해보면 야구가 신체적으로 활동량이 최저 수준인 스포츠인 것도 전혀 아니고요.

수리 그 유명한 ‘정근우 산란기’ 짤이나 최근 본지에 출연한 문교원 선수가 펑고 훈련 받는 모습을 보면 도무지 레저로는 보이지 않죠.

누리 아무래도 야구는 양궁, 사격과 달리 선수가 많은 팀 스포츠라, 똑같이 팀 스포츠 구기 종목들과 비교되는 거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기 쉽다 보니 선수들이 해이해질 포인트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경기 당일의 활동량 얘기를 주로 했지만, 사실 야구가 레저라고 조롱받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일부 선수들의 태도와 일탈이잖아요. 경기 전날 밤에 클럽에서 선수들이 발견되는 게 말이 되나요? 다른 스포츠였으면 더 난리 났을 겁니다. 여러모로 레저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거죠.

수리 맞아요. 그 이유라면 할 말이 없죠. 야구를 업으로 삼는다고 할 거면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전날까지 유흥을 즐기고 거기에 당당해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팬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죠.

또리 현실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출근 전날 술 먹고 매일 회사에 지각하고, 근무 시간에 웹툰 보고 집중 못 하는 직원도 한 소리 듣잖아요. 회사 놀러 다니냐고.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로 경기 전날 유흥을 즐기거나 경기에 설렁설렁 임하면 레저라고 불릴 만한 거죠.

수리 저는 그 조롱도 워크에식이 모자란 일부 당사자들에게 향해야지, 종목 자체가 비난받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도 많잖아요.

철웅 저도요. 물론 타 스포츠보다 선수들의 일탈이 보도된 경우가 많았으니까 프로야구가 상대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얻었겠지만, 모든 선수를 싸잡아서 레저 한다는 오명을 씌우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봐요.

또리 우리 너무 대화가 무거워졌죠? 결론을 어떻게 내지.

누리 가볍게 말하면, 결국 그 일부 선수들이 자초한 거다! 그들 탓이다.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돈 받고 일하는 프로라면 프로 정신이 있어야죠. 그런 선수들을 우리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아, 근데 저는 아까 또리 님이 말씀하신 대로 요즘 야구는 차라리 레저보다는 엔터라고 불리는 게 맞다, 이렇게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철웅 그건 그렇죠. 요즘 아이돌 문화랑 소비층이 거의 유사해진 느낌을 받거든요. 선수 개개인을 좋아하는 문화에 예능적인 특성들이 가미된 스포츠니까, 엔터라고 보는 건 무방하다.

호걸 요즘 진짜 ‘예능 야구’라 할 수 있는 ‘최강야구’도 인기 최고니까요. 간혹 보면 그들이 더 간절한 느낌일 때도 있어요. 연출의 힘일까요?

또리 그러고 보니 ‘최강야구’ 제작진분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갈리고 계실지… 선수든 우리 에디터들이든 PD분들이든 모두가 본인의 업에 최선을 다하면 보시는 분들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수리 평화로운 마무리네요! 그럼 다음 ‘썰전’ 때 뵙겠습니다, 에디터 여러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9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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